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 생긴 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 생긴 일

지속 가능성을 약속한 친환경 패션위크.

김명민 BY 김명민 2023.04.02

Fashion week for tomorrow

 
 
그동안 ‘코펜하겐 패션위크’라면 스트리트 패션 기사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던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북유럽 언니들이 있는, 4대 패션 위크 너머에 있는 변방의 스케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2월, 직접 본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조금 달랐다. 2018년부터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환경 문제를 자각하고 ‘지속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목표와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세실리에 토르스마크(Cecilie Thorsmark)를 새로운 CEO로 영입하고, 환경과 패션에 전문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모아 지속 가능한 패션 위크를 열기 위한 전략적 계획도 세워진 상태. 공항에 도착한 에디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작은 전기차 한 대. 차는 곧바로 친환경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지속 가능한 호텔에 도착했고, 패션 위크에 참여한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에 참여했다. 친환경 소재와 탄소 절감, 제로 웨이스트 등 지구를 생각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새 컬렉션을 목도하기 위해 전기차와 함께 2박 3일을 열심히 달렸다. 점심은 병아리콩이 든 비건 샌드위치였고, 간식은 ‘노 글루텐! 노 슈거!’가 쓰인 초콜릿 바였다.
 
TG BOTANICAL

TG BOTANICAL

 
뉴 페이스는 언제나 반갑다.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잘란도 패션 어워즈’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주인공은 바로 ‘스탬(Stamm)’. 심사위원회는 혁신적 소재와 비건 가죽으로 완성한 패치워크 등 독창적 디자인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준우승자인 셀람 페사하예(Selam Fessahaye)는 플라워 자수, 시폰 장식 등 화려한 디테일로 완성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지속 가능한 소재를 광범위하게 활용한 점과 기술적 디자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TG 보태니컬(TG Botanical)은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섬세한 디테일의 룩을 완성해 호평을 받았다.
 
 
공주들도 재활용에 진심이면 이런 느낌일까? 세실리에 반센은 지난 시즌 사용하고 남은 원단을 재활용해 지속 가능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아이코닉한 러플 장식과 부풀린 실루엣은 유지한 채 각기 다른 자투리 천을 활용하기 위한 패치워크 디테일과 절개선을 더한 것이 특징. 컬렉션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현장에는 남은 원단을 이어 만든 커다란 커튼이 설치되기도.

 
SELAM FESSAHAYE

SELAM FESSAHAYE

 
버버리와 마틴 로즈에서 경력을 쌓은 도미닉 헉바디(Dominic Huckbody)와 발렌시아가에서 근무한 세실 엥버그(Cecilie Engberg)가 우드 우드(Wood Wood)에 합류했다는 소식! 재능 있는 두 뉴 페이스를 섭외했으니, 이제 ‘힙’해질 일만 남은 건가?
 
 
아티스틱한 디자이너 헨릭 빕스코브(Henrik Vibskov)의 엉뚱한 상상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그가 선택한 건 다름 아닌 ‘토마토’. 런웨이 위에는 나무가 연상되는 철제 구조물에 토마토처럼 빨간 열매가 매달렸고, 뒤이어 나온 모델들은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열매를 살피며 몽환적인 연기를 펼쳤다.
 
 
의외의 장소에서 펼쳐지는 쇼는 베뉴에 들어서기 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삭스 포츠(Saks Potts)는 코펜하겐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인 티볼리 공원에 있는 콘서트 홀로 관객을 불러모았다. 장난감 병정이 떠오르는 덴마크 근위대가 모습을 드러내며 웅장하게 시작됐다. 근위병들이 사라지고 무대 위의 모델들은 객석 사이사이를 캣워크 삼아 거닐었고, 쇼는 모든 모델이 함께 나와 무대를 채우며 한 편의 공연처럼 막을 내렸다.

 
 
SNS를 열광시킨 테이블녀의 정체는? 전날 밤, 광란의 파티가 열렸을 법한 어수선한 레스토랑에서 쇼를 선보인 디비전((Di)vision) 속의 모델이 그 주인공. 모델들은 원형 테이블 사이를 거닐며 재기발랄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마지막 모델이 떠난 후 적막이 흐르는 순간 드레스 차림의 한 여성 관객이 와인잔을 울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곧 그녀는 혼연일체가 된 테이블보와 식기구를 휩쓸며 런웨이로 향했다. 테이블보가 드레스일 줄이야.
 
ALPHAHOLZWEILERMARK KENLY DOMINO TANWOOD WOOD
 
남자들의 치맛바람이 북유럽에도 전해진 듯. 축구 유니폼을 길게 늘어뜨린 알파(Alpha)의 실크 드레스부터 홀츠와일러(Holzweiler)의 깊게 파인 빈티지 데님 스커트와 우드 우드(Wood Wood)의 레이스 실크 스커트까지. 당분간 남자들의 치맛바람은 코펜하겐에서도 거셀 예정이다.

 
이토록 친절한 패션쇼가 있었던가. 라티미에르(Latimmier)의 런웨이에는 모델보다 디자이너 어빈 라티머(Ervin Latimer)가 먼저 등장했다. 그는 런웨이 가운데에 자리 잡고 뒤이어 나오는 모델들의 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컬렉션은 한 땀 한 땀 완성한 아홉 벌의 룩으로 구성했습니다. 아티스트 사샤 후버(Sasha Huber)와 협업했죠. 또 각 룩은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적 면모를 강조했습니다.”
 
 STINE GOYA

STINE GOYA

 
 HELMSTEDT

HELMSTEDT

 
 
우주에 진심인 건 일론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스타인 고야(Stine Goya)의 쇼에는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얼음 기둥 사이로 꽁꽁 얼은 듯한 시퀸 장식의 페인팅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등장했고, 헬름슈테트(Helmstedt)는 외계인 캐릭터를 더한 알록달록한 프린트를 컬렉션 전반에 활용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해양 생물체를 연상시키는 기이한 드레스는 또 어떻고.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화성에서 패션쇼를 열 기세.
 
ISO. POETISM

ISO. POETISM

7 DAYS ACTIVE

7 DAYS ACTIVE

 
이번 시즌 고프 코어 룩을 이끈 두 브랜드! 비슷한 듯 다른 하이킹 모티프로 단결한 이소 포에티즘(Iso. Poetism)과 세븐 데이즈 액티브(7 Days Active)다. 거대한 바위를 밧줄로 묶어 설치한 조형물을 배경으로 컬렉션을 선보인 이소 포에티즘은 자연적인 컬러의 타이다이 패턴을 활용하고,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을 더해 실험적인 아웃도어 룩을 고안했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 카파(Kappa)와 협업한 트레이닝 웨어를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다. 한편 클라이밍 스튜디오에서 새 컬렉션을 공개한 세븐 데이즈 액티브 또한 인상적이었다. 실용적인 스포츠웨어에 실사 프린트와 고글 선글라스를 더해 스트리트 무드를 주입한 것이 특징.
 
 
SKALL STUDIO

SKALL STUDIO

 
MARK KENLY DOMINO TAN

MARK KENLY DOMINO TAN

 
 MARK KENLY  DOMINO TAN

MARK KENLY DOMINO TAN

 
 MARK KENLY  DOMINO TAN

MARK KENLY DOMINO TAN

 
SKALL STUDIO

SKALL STUDIO

 
SKALL STUDIO

SKALL STUDIO

 
북유럽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차분하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딱! ‘일상의 마법(Everyday Magic)’을 주제로 그려낸 스컬 스튜디오(Skall Studio)의 컬렉션은 더플코트와 데님 팬츠 등 웨어러블한 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1910년대에 볼 법한 레이스 장식을 더해 사랑스러움을 가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마크 켄리 도미노 탄(Mark Kenly Domino Tan)은 클래식한 테일러링을 활용해 군더더기 없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코트나 스커트를 벨트로 활용한 독창적인 스타일링과 베레를 변형시킨 듯한 헤드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것이 코펜하겐식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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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명민
    사진 COURTESY OF COPENHAGEN FASHION WEEK
    IMAXtree.com
    아트 디자인 정혜림
    디자인 장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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