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니아들을 위한 성지 메독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탁 트인 포도밭 사이의 너른 길을 따라 걸으며 큰 숨을 들이켰다. 비로소 비밀의 실마리를 잡은기분이었다. 보르도의 심장부 메독은 와인 마니아들을 위한 성지나 다름 없다. 떼루아라 불리는 모든 것들을 오감으로 마주하기 위해 잔뜩 움츠러든 채인 어깨를 꼿꼿이 폈다. 아무리 친절한 책으로도 좀처럼 와닿지 않던 와인에 관한 모든 해답이 그 곳에 있었다.::친구같은, 고요한, 소박한, 프랑스, 메독, 포도밭, 여가, 여행, 휴식, 일상, 생쥘리엥, 샤토레알, 엘르, 엣진, elle.co.kr:: | ::친구같은,고요한,소박한,프랑스,메독

서울에서 마시던 와인은 늘 즐거운 친구였다. 개인적인 취향에도 몸의 상태와도 잘 맞아서였다. 자꾸 손이 가게 되는 라벨을 자연스레 하나씩 익히고 아는 이들끼리 맛에 대한 취향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마신 와인이 한 병씩 늘면서 유난히 자주 들리는 이름들이 있었다. 그 와인들의 오래된 고향을 마침내 지나친다고 생각하니 하늘의 구름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지롱드 강변을 마주하고 있는 레스토랑 거리를 지나자 길 가의 양 옆으로 다시 포도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낮게 이어지는 지평선 위로 가끔씩 불쑥 솟아오른 것은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리는 간판들과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웅장한 샤토들, 지롱드 강의 좌안을 중심으로 한 메독 지방은 와인 초보자들도 가장 먼저 상식처럼 외우곤 하는 고급 와인 산지로 더 유명하다. 고급 와인 시장 중 메독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퍼센트에 이를 정도. 메독의 와인들은 다시 원산지를 세분화하여 8개의 아뻴라시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메독(Medoc), 오메독(Haut-Medoc), 마고(Margaux), 물리스 앙 메독(Moulis en Medoc), 리스트락 메독(Listrac-Medoc), 생쥘리엥(Saint-Julien), 뽀이약(Pauillac), 생떼스테프(Saint-Estephe)가 그 주인공이다. 메독의 8개 와인 생산지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은 AOC라 불리는 전통적인 원산지 시스템의 통제 하에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독에서 보낸 짧은 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그동안 미처 눈여겨보지 못한 작지만 이야기가 있는 와인들이었다. 물론 샤토 라피트 로칠드와 같은 그랑 클뤼 클라세 와이너리들은 엄청난 규모와 신기술, 무엇보다 언뜻 보기에도 완벽해 보이는 떼루아들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역시 이 정도라면, 하고 마음 어딘가 수긍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엄청난 빈티지들이 잠자고 있는 그들의 지하 저장고는 또 어떻고. 하지만 그랑 클뤼 클라세 분류법은 1855년 나폴레옹 3세의 지시에 따라 15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이래 재평가 없이 여전히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 엄격한 품질 관리로 맛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문화 유산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이야기다. 화려한 스타들의 뒤안길에서 상대적으로 주목 받진 못하지만 크뤼 부르주와나 크뤼 아르티장 등급의 와인과 와이너리들도 제 각각 개성있는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솔직히 장기 보관은커녕 5년 안에 개봉해 가볍게 파티를 즐기기에 제격일거라 생각했던 그랑 리스트락(Grand Listrac)의 1937년 빈티지는 70여 년의 세월을 머금고도 여전히 싱싱한 과일향과 힘찬 구조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크뤼 부르주와 등급이 메독 와인 샤토 드 라 크루와(Chateau de la croix)나 물리스의 샤토 라 물린(Chateau La Moulin) 또한 기대 이상의 바디감과 여운을 남겼다. 아예 등급이 없지만 마니아들 사이에 그랑 클뤼 클라세 와인에 비견된다고 평가받는 샤토 소시앙도 말레(Chateau Sociando-Mallet) 역시 소문 그대로의 섬세함과 구조감을 보여줬다. 내겐 모두 새삼스런 발견 아닌 발견이었다. 이렇듯 세월의 변화 속에도 한결같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까도롭게 와인을 만들어내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아르티장(artisan), 즉 장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의 대부분을 포도밭과 양조장 주변을 맴돌며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여전히 기대 만큼의 맛으로 와인 마니아들의 꿈으로 남아있는 위대한 유산, 그랑 클뤼 클라세와 함께 맛과 다양성의 변주를 이끌며 메독 와인을 살아있게 하는 주인공이었다. 생쥘리엥의 그랑 크뤼 클라세로 유명한 사토 랑고아 레오빌 바르통의 아름다운 모습. SECRETS OF THE WINE메독에서 보낸 5일 동안 나의 가장 주요한 일정이자 임무는 각 샤토들을 돌면서 그들의 포도밭과 함께 양조장, 숙성 시설들을 둘러보고 각각의 와인을 시음해보는 것이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방법도 개성도 다른 그들을 만나며 가장 궁금한 건 역시 하나, 맛의 비밀이었다. 과연 이 미묘한 맛의 차이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대답은 떼루아였다. 지롱드 강을 끼고 있다는 천혜의 조건, 그래서 때론 자갈이 깔려있고 때론 석회 점토질이 섞여있는 토양에 하늘이 내린 기후 조건 그 모든것이 있었기에 애초에 시작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건강한 상태의 최상의 포도알을 생산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와인을 만드는 절반의 시작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란 이야기였다. 솔직히 떼루아라는 단어는 여전히 모호하게 다가왔지만 어떤 포도밭은 들어서는 순간 아, 이런 걸 말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했다. 소시앙도 말레도 그런 대표적인 곳 중 하나였고 오랜 메독의 명문 샤토 라피트 로칠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나날이 발전해 판매용 병에 담아 라벨을 붙이고 포장하는 과정까지 샤토 내에서 완벽하게 통제하는 하이테크 첨단 시스템들이 그 나머지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을 거였다. 물론 모든 와이너리가 방문객들에게 열려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연락을 취하면 대부분 양조장을 둘러보고 시음하는 코스는 어렵지 않게 예약에 성공할 수 있다. 일단 예약을 했으면 방문 시간 엄수는 필수다. 특히 모두가 관심있어 하는 그랑 크뤼 클라세의 경우엔 한층 까다롭기 때문에 반드시 예약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샤토 피숑처럼 시음 코스만 따로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약간의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다. 물론 샤토에서 디너를 곁들인 숙박까지 하고 싶다면 그 부분까지 추가적인 조율이 따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평소 자신이 마시던 와인의 포도밭의 땅을 두 발로 디디고 서서 그 곳의 공기와 대자연을 직접 느끼는 것 이상의 설명이 따로 있을리 없었다. 게다가 샤토의 저장고에 숙성된 와인은 유난히 맛이 살아있어 평소 잘 알고 마시던 빈티지라 할지라도 그 느낌은 전혀 달라지기 십상이어서 한번씩 시음을 할 때마다 또 다른 발견이자 유혹이다. 어두 컴컴한 바의 한 구석이나 평범한 식탁에서 기울이던 그 맛이 아니라 그곳에서만은 와인이 가지고 있던 진짜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번도 여행을 다닌 적 없이 태어난 제 집에서 가장 완벽한 조건 하에 고스란히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덕이다. 그래서 와인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은 와인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1 바쥬 마을의 독특한 벽화2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거대한 숙성고.3 관광객들이 꼭 한번씩 들리는 샤토 마고로 향하는 길. RELAXING HOTELS메독에서 경험한 숙소들은 다양한 비율로 여러 품종이 블렌딩된 메독의 여러 와인 만큼이나 서로 달랐다. 이름 그대로 골프장을 끼고 있는 골프 뒤 메독(Golf du Medoc)에서의 하룻밤은 여유 그 자체다. 이곳에선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군더더기 없이 모던한 인테리어에 푹신한 거위 털 침구는 지극히 익숙한 도시의 풍경 그대로지만 벽 너머의 세상은 다르다. 그래서 이 곳에선 필드가 멀리까지 내다 보이는 1층 객실이야말로 명당이다. 골프 뒤 메독처럼 골프장과 스파 시설을 동시에 갖춘 를래 드 마고(Relais de Margaux) 역시 마찬가지다. 사방이 온통 초록이고 그래서 꼭대기 층보다 오히려 1층이 더 좋다. 이곳이 커다란 도시의 다운타운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거다. 잠들지 않는 밤의 열기와 고독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꼭대기 층에서 밤새 꺼지지 않는 불빛이 또 다른 위안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뉴욕이나 서울 같은 도시가 있다면 이런 곳도 있다. 를래 드 마고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창문을 열면 어느새 온 몸은 풀밭에 서 있다. 드넓은 18홀 어딘가 쯤. 골프 뒤 메독이나 를래 드 마고는 단순한 호텔이나 스파가 아니라 온전히 어른을 위한 놀이터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 따로 헤맬 필요도 없다. 를래 드 마고 1층의 레스토랑이야말로 보르도 현지인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니까. 똑같이 럭셔리하다고 해도 세련된 스파 시설과 함께 편안한 호텔식 시스템까지 고루 갖춘 골프 뒤 메독이나 를래 뒤 마고에서의 하룻밤과 비옥한 1등급 와인을 생산해내는 포도밭 한 가운데 베르사이유를 연상케 할만큼 위풍 당당한 몸체를 드러내고 있는 샤토 피숑 롱그빌 바롱(Chateau Pichon Longueville Baron)에서의 하룻밤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샤토 피숑은 메독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진짜 샤토(Chateau)이자 겉모습만큼 백오십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약간씩 소리가 나는 나선형 나무 계단을 지나 긴 복도 끝자락의 침실에 들어서면 갑자기 중세 귀족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거실만큼 넓직한 욕실 한 가운데 놓인 우아한 욕조 위에는 캐노피가 장식되어 있다. 욕조 속에 몸을 담궜다가 온 몸에 금을 바르고 마리 앙투와네트가 주최하는 연회에라도 참석해야 할 것 같은 방이다. 창가 너머로는 파란 빛을 발하는 피라미드가 보이는 데 그 아래에는 다빈치 코드의 비밀 대신 샤토 삐숑 롱그빌 바롱의 양조장과 숙성고가 자리해있다. 탁 트인 높은 천장은 가뜩이나 큰 방을 더 넓게 보이게 한다. 혼자 지내기에는 방이 지나치게 크고 오래된 가구들마다 제각각 담겨있을 추억을 생각하면 조금 으스스한 기분이 들 정도. 물론 TV는 없다. 피숑과 같은 샤토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건 꼭 한번쯤 해볼만한 경험이지만 아쉽게도 이 곳에 숙소를 잡는 건 VIP가 아니라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한번쯤 시도해볼만 한 가치가 있다. 원칙적으론 아주 가까운 지인들이나 일부 VIP들에게만 사적인 숙소를 개방하는 샤토 레알(Chateau Real)도 마찬가지. 샤토 피숑이 일단 규모로 압도한다면 샤토 피숑의 방은 아늑하고 정겨운 구석이 있었다. 생떼스테프 AOC로 술술 편안하게 넘어가면서도 묵직한 구조감을 동시에 갖춘 그들의 와인처럼. 소박한 듯 화려하고 각 방마다 색깔 있는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었다. 샤토 레알에서 내가 머문 방의 이름은 에밀리. 그들의 할머니라 했다. 따뜻한 그들의 마음씨를 생각하면 방 한쪽 벽에 걸린 에밀리의 초상화가 전혀 무섭지 않았다. 1 샤토 라 물린의 와인들.2 샤토 레알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방.3 샤토 드 라 크루아의 양조 시설. LE MARIAGE샤토 삐숑 롱그빌 바롱이 속해 있는 악사 밀레짐의 홍보 담당은 와인은 단순히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추억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걸 완성해주는 완벽한 정찬이었다. 그들이 선보이는 요리에는 이제는 흔해진 마리아주라는 표현이 탄생한 배경을 짐작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들은 어떤 빈티지의 어떤 와인과 어떤 요리가 만나야 가장 환상적인 조합을 이룰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았다. 포도알의 상태를 각각 미리 측정하여 최상의 상태의 포도알을 최상의 시기에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 수확하는 일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는 와인 메이커들다웠다. 영화에서처럼 직사각형 모양의 샤토 피숑의 긴 테이블의 정찬. 조개 껍질째로 고소한 빵을 입혀 구운 관자에 이어 나온 메인 요리는 비둘기 구이였다. 시각적으론 흠칫 놀랄만했지만 함께 서빙된 1989 빈티지의 샤토 피숑 롱그빌 바롱과 함께 하니 이야기가 전혀 달라졌다. 올드 빈티지 특유의 톡쏘는 듯한 숲의 향과 버섯 향이 가라앉고 나니 실키하면서 요리와 착 달라붙는 거였다. 샤토 레알의 현재 소유주인 마음씨 좋은 안주인은 풍부한 과일향과 견고한 바디감이 일품인 샤토 레알과 함께 꼬치에 구운 오리 고기와 퓨레를 선보였다. 아직 숙성이 덜 끝나 블렌딩 하기 전 상태인 백 퍼센트 까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 등 시중에서 맛볼 수 없는 2009 빈티지의 샤토 세리앙Chateau Serilhan도 함께 등장했다. 샤토 세리앙의 소유주인 디디에 마르셀리스(Didier Marcelis가 시음을 마치고 가져온 거였다. 샤토 말레스코 생텍쥐페리Chateau Malescot Saint-Exupery의 소유주인 장 뤽 쥐제는 자신의 와인은 보르도 중에서도 가장 브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설명을 하다가 가장 공감가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로버트 파커는 전세계에 보르도 와인을 알린 일등공신이니 동상을 하나 세워줘야 할 사람이다.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유감일 정도다. 하지만 요즘의 와인 시음 시스템에는 결정적인 함정이 있다. 시음 점수는 높으나 식사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와인도 있다는 걸 종종 간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와인 크리틱도 예전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프레시한 느낌으로 음식과 어울릴수록 더 중요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와인을 진정 즐기는 방법은 각각의 색깔에 맞는 음식과 함께 진정한 마리아주의 풍미를 느끼는 것이다. 와인은 테스팅이 아니라 하나의 축제이자 접대다. 테이블 위에서 음식과 함께 맛보는 거다. 테이블 위에서 잔이 비워지면 그게 바로 맛있는 와인이다.” 그렇다. 와인은 축제다. 그래서 와인 마니아들에게 보르도, 특히 메독은 천국이다. 1 최고의 떼루아를 자랑하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포도밭.2 샤토 오말뷔제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3 여전히 놀라운 신선도를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던 그랑 리스트락 1937 빈티지. DINING OUT 사실 꼭 와인이 아니어도 풍부한 맛과 개성을 가진 음식만으로 메독에서의 시간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단, 어쩔 수 없이 몸무게가 불어나는 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1 라 와이너리 La Winary 라 와이너리는 보르도 안의 작은 나파 밸리다. 라 와이너리의 오너이자 4개의 와이너리를 가진 재배업자이자 네고시앙인 필립 라오스 회장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도 나파 밸리를 여행하면서였다. 와이너리라는 영어 단어를 고스란히 가져와 그 앞에 프랑스어 정관사인 라 la 를 붙인 조합부터가 상징적으로 이 공간의 특성을 설명해준다. 메독 지방의 와인 뿐 아니라 전 세계 15개국에서 공수한 거의 모든 종류의 와인을 판매하며, 와인을 산 후 바로 내부에 이어져있는 레스토랑에 가져가 식사까지 할 수 있는 고객 위주의 편리한 시스템이 장점이다. 레스토랑 또한 가격대 대비 근사한 정찬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판매하는 와인만 해도 천 여 종류가 넘는 다양성도 그렇지만 가격 면에서도 보르도 시내보다 훨씬 경쟁력 있다는 평가다. 특이한 것은 와인 초보들이 쉽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고안한 라 와이너리의 와인 별자리 시스템이다. 라 와이너리의 모든 와인엔 와인 별자리가 표시되어 있어 블라인드 테스팅을 통해 자신의 타입을 발견하고 나면 각각의 기호에 따라 쉽게 와인을 고를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초보자라면 재미 삼아서 혹은 와인에 대한 상식을 넓힐 겸 테스트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15분 정도면 결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2 Village Bages & Cafe Lavinal 바주 마을은 잘 조성된 촬영 세트를 연상시킨다. 너무 잘 정돈된 거리며 예쁘기만 한 거리들은 순박한 보르도의 정취완 달리 어딘가 인공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도 잠시, 까페 라비날에 들어서면 다시 사람 냄새가 풀풀 풍긴다. 쉴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터뜨리며 와인과 함께 하는 가벼운 정찬. 라비날에서 식사를 마쳤다면 바주 마을의 명소인 빵집에 들리는 게 정해진 코스다. 막상 들어서면 소문에 비해 아담한 규모지만 근방에서 가장 맛있다며 빵을 주식으로 하는 현지인들이 칭찬을 멈추지 않는 곳이니 한번쯤 테스트 해볼 만 하다. 3 리옹 도르 Lion d’or 까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모두 아는 척을 하느라 바쁘다. 기분 좋은 우연에 사람들의 표정은 한층 더 밝아졌다. 보르도에 불과 4일째 체류하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뜻 익숙한 얼굴이 보여 자세히 보니 지난 밤 묵었던 샤토 레알의 마음씨 좋던 주인들이었다. 우리도 질세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리옹 도르는 특히 메독의 소문난 샤토 주인들의 자주 모이는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샤토 별로 각각의 와인 셀러를 제공하기 때문에 언제든 편하게 손님들과 함께 자기가 만든 와인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이 곳이 인기인 이유는 무엇보다 음식에 있다. 20 유로 정도의 메인 요리는 전형적인 프랑스 남부 지방의 맛을 보여주는데 혼자 먹기엔 부담될 만큼 푸짐한데다 한 입에 착 감기는 맛 또한 일품이다. 그런데도 인심좋은 프렌치 프라이가 모자라지 않는지 묻고 간다.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프렌치 개스트로노미. Tel 05. 56. 58. 96.79 *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