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서인국, 이렇게 섹시했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90년대의 노스탤지어와 서인국의 새 출발을 우리에게 알렸다.

BYELLE2012.11.09





서인국이 스튜디오에 도착한 지 10분이 흘렀다. 몇 가지 행동만으로도 한 사람을 파악하기에 10분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날카로운 눈매만큼이나 인상적인 에너지, 그에게서 느낀 강렬한 첫인상이다. 서인국은 길들여지지 않은 한 마리 야수처럼 거침이 없었다. 그는 장난스러운 배꼽 인사를 일일이 건네며 얼어 있던 촬영장의 기류를 부드럽게 만들었고 스태프들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어 능글능글한 농담을 던졌다.

<슈퍼스타K> 시즌 1의 우승자로 우리에게 오픈된 정보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개인사가 궁금해졌다. 가수를 꿈꿨던 과거, 가수 데뷔 후 조금은 소원해졌던 활동과 함께 사고처럼 다가온 연기자로서의 인생. 다시 무대에 올라 연기란 미션을 수행 중인 서인국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졌다.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응답하라 1997>의 ‘윤윤제’란 배역을 내려놓고 새로운 드라마 <아들 녀석들>의 ‘유승기’로 다음 발걸음을 옮긴 그를 잠시 붙잡았다.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드물었던 시대,  <슈퍼스타K> 시즌 1의 최초 우승자다 <슈퍼스타K>에 나가기 전 오디션에 참 많이 떨어졌다. 늘 기다리는데, 연락이 안 오더라. 운 좋게도 <슈퍼스타K>가 내 마지막 오디션이 됐다. 인생 최고의 기회였지만 벌써 3년이나 지났으니 그만 얘기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가수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진 않았나 엄청 반대하셨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경제적인 지원을 해줄 수 없단 엄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지. 공장에서도 일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하고 맥주 집에서 서빙도 했다. 그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건가 그땐 서울에 안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가수를 하려면 무조건 서울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왠지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진다는 느낌도 들었다. 생활은 어떻게 했나 처음 서울에 왔을 땐 진짜 지낼 곳이 없더라. 고등학교 때 함께 음악을 공부했던 친구 집에서 신세를 졌다. 막상 거기서 지내는데 눈치가 보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친구 밥 차려주고 방 청소하고 설거지까지 다 하고 학교에 갔다. 밤늦게까지 노래 연습하고 집에 와선 잠만 잤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눈치를 주기 시작하더라. 서러웠겠다 차라리 직접적으로 나가 달라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한번은 샤워를 하려고 욕실로 들어가는데 ‘씻지 마’ 그러더라. 자존심도 상하고 서러웠다. 지금 그 친구는 후회하고 있겠다 가수 데뷔하고 나서 이 얘기를 절친한 친구한테 하다가 같이 운 적도 있다. 그 친구 포함해서 절친한 친구들은 가수 데뷔하고 나서도 내가 힘들까 봐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다. 장근석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사랑비>가 연기자로서의 데뷔 무대다 연기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소속사에서도 나한테 큰 기대를 안 걸었다. <사랑비> 오디션 당일 대본을 주면서 그냥 한번 가보라고 하더라.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는데 표정과 뉘앙스는 부정적이었다. 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싶었다. 처음 신원호 감독으로부터 <응답하라 1997>의 윤윤제 역을 제안받았을 땐 거절했다면서 어리숙한 ‘창모’를 연기하던 서인국이 갑자기 멋있는 역할을 맡으면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것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괜찮다고, 자신이 있다고 하시더라. 나도 자신은 있었다. 시청자, 대중의 시선이 무서운 거였다. 그래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좋을지 몰랐다. 차기작으로 호흡이 긴 주말 드라마 <아들 녀석들>을 선택했다. 심지어 바람둥이 캐릭터라면서 나문희, 박인환, 김용건 선생님 등 대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좀 배우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 멤버로 드라마를 해보겠나 싶었다. 기회라 생각했다. 그리고 윤제와 비슷한 역할을 또 연기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나는 재밌게 사는 걸 좋아한다. 지금껏 만족할 만큼 재밌는 인생을 살아왔는지 내 인생, 충분히 재밌지 않나? <슈퍼스타K>에서 우승하고 오디션 출신 연기자로 부각되고 연기자로 신인상까지 받았잖아.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삶이 재밌는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