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60%가 물로 이뤄져 있기에 물은 더없이 중요하다’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무작정 외국에서 들어온 값비싼 물을 소개하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이가 양질의 삶을 살기 위한 방식을 더욱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먹는 샘물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0년에 약 3900억 원이었는데 2020년엔 1조 원에 육박했고,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에는 2조 3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국내 먹는 샘물 제조업체는 60여 개, 유통판매업체와 수입판매업체만 100여 개에 달하니 국내 생수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특별히 에디터의 물을 향한 관심을 환기시킨 건 바니스 뉴욕 뷰티의 프리미엄 워터 출시 소식이었다.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뿐 아니라 웰니스 카테고리로 두 가지 종류의 물을 선보이며, 이를 음식 페어링으로 연결시켜 스토리텔링하는 요소가 꽤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 물을 단순히 생존 도구로 여기지 않고 화장품 성분표를 확인하듯 수원지와 라벨을 체크하거나 물과 음식의 마리아주를 고려하는 등 한국 소비자들의 물에 대한 달라진 인식도 에디터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먹는 물에도 트렌드가 존재해요. 2015년 이전엔 해외에서 들여온 프리미엄 생수와 탄산수가 각광받았다면 2016~2017년 사이엔 다양한 수원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라벨의 물이 등장했죠. 2018~2019년엔 다양한 크기의 생수가 나왔는데, 특히 작은 사이즈의 물이 인기를 끌었어요. 최근 2~3년 동안 무라벨과 친환경 플라스틱과 같은 친환경적 요소가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답니다.” 워터 소믈리에 박채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물 전문가가 생각하는 ‘맛있는 물’이란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물맛을 결정하는 척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물맛은 TDS(Total Dissolved Solids; 미네랄 측정), 물의 경도, pH지수, 탄산 함유량, 오염도, 수원지 등에 의해 결정된다. TDS란 물이 함유한 칼슘과 나트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 양으로 이 수치가 낮으면 가벼운 무게감을 지니며, 높으면 무겁고 단단한 보디감을 느낄 수 있다. 물의 느낌을 나타내는 경도는 연수일 땐 부드러운 텍스처를 느낄 수 있고 부담스럽지 않게 마시기 좋으며, 경수는 약간의 쓴맛과 함께 독특한 풍미를 지니기도 한다. 수소이온 농도를 칭하는 pH는 산성일 때는 차갑고 신맛을 띠며, 약알칼리성의 물은 부드럽고 약간의 단맛을 풍기고, 강알칼리성의 물은 쓴맛을 자아낸다.
오염도는 질산염 함유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50mg/L을 넘으면 음용 부적합으로 판정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는 이 기준을 통과한 물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수원지에 따라 물의 종류와 유서, 맛이 달라지는데 대표적으로 용천수나 해양심층수, 지하수, 담수 등을 들 수 있다. 음식 맛이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케바케’이듯 물맛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 기준을 토대로 본인에게 맛있게 느껴지는 물을 찾을 수 있다. 가령 물의 비린 맛이 싫은 사람은 빙하수처럼 TDS 수치가 낮고 깨끗한 물을 선택하고, 다양한 맛의 베리에이션을 느낄 수 있는 물을 찾는다면 TDS가 높은 해양심층수와 화산 토양을 원천으로 하는 물을 ‘픽’하는 식. 음식과의 궁합은 탄산 함유량을 기준으로 매칭하면 쉽다. 탄산이 없는 스틸 워터나 가벼운 탄산을 함유한 에페르베센트 워터는 스시 · 샐러드와 잘 어울리고, 중간 정도의 탄산수는 해산물과 생선, 클래식 이상의 탄산 함유량을 지닌 물은 붉은 육류와 단짝!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민족으로 커피 원두와 물의 궁합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와 여러 전문가들은 TDS가 100mg/L 이하일 때 커피와의 궁합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해요. 규산 성분이 다량 함유된 물을 사용해 커피를 내리면 기름이 많이 떠서 경계하지요. pH 기준으로 본다면 산성 물은 자칫 원두의 결점을 부각시킬 수 있고, 높은 알칼리성 물은 커피의 풍미를 사라지게 해요.” 좀 더 직접적으로 설명하면 정수기 물보다는 생수가 맛있고, 굳이 정수기 물을 사용한다면 역삼투압보다는 나노 방식의 필터로 걸러낸 물로 커피를 내려야 더 깨끗하고 맛나다. 아이시스 8.0과 평창수는 밸런스가 좋으며, 삼다수는 커피 맛을 좀 더 화사하고 밝게 만든다고. 물론 디테일한 원두 종류에 따라 커피 맛은 천차만별. 오늘부턴 〈엘르〉가 준비한 가이드에 따라 매일 마시는 물도 더욱 특별하게 즐겨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