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의 원래 계획은 보미의 반려견 설탕이도 촬영에 함께하는 거였죠. 유기견 설탕이와 가족이 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경계심이 크다고요
보미 아직도 설탕이는 제가 안으려 하면 도망가요. 확실히 처음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심스럽죠. 활동 기간에는 본가에 맡겨두는데, 사람도 많고 친구 소금이까지 있어서인지 점점 사교적으로 바뀌는 것 같기는 해요.
초롱 보미가 가끔 설탕이를 녹음실이나 연습실에 데리고 오는데, 조금씩 적응력이 높아지는 것 같아 뿌듯하더라고요. 물과 사료는 입에도 안 대고, 배변도 거부했던 임시보호(이하 ‘임보’) 초기엔 둘이서 ‘우리가 괜히 데려와서 더 힘들게 하나?’란 생각까지 했거든요. 더디지만 서서히 변하는 설탕이를 보며 이대로 사랑을 주면 되겠다 싶어요.
이 함께 임보하던 설탕이를 보미가 정식으로 입양하게 된 경위는
보미 10년 넘게 키웠던 반려견이 하늘나라로 간 후 친언니랑 ‘우리 앞으로 절대 강아지 키우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설탕이는 왠지 다른 데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처음엔 초롱 언니한테 설탕이 좀 입양해 달라고 졸랐어요. 언니는 믿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책임져야겠다!’는 확신이 섰죠.
초롱 당시 함께 살던 집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설탕이의 거취에 대해 보미랑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 전부터 입양이 안 되면 둘 중 한 명이 데려가자고 했는데, 결국 보미가 마음을 먹었죠. 독립하고 나서도 한동안 보미 집에 자주 가서 자기도 했고, 지금도 필요하면 제가 대신 설탕이를 돌보기도 해서 크게 섭섭하진 않아요.
초롱이 입은 레드 톱과 스트라이프 스커트, 버킷 햇, 보미가 입은 그린 드레스와 버킷 햇은 모두 Prada.
에이핑크 첫 번째 유닛 ‘초봄’의 데뷔 소식도 있지만, 두 사람은 이번 〈엘르〉 펫 특집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일 정도로 긴 시간 유기견 보호에 힘써 왔어요. 이번 화보에서는 설탕이뿐 아니라 임보했던 숭늉이 그림도 그리고, 직접 손글씨를 써서 유기견 보호를 위한 메시지도 전달했습니다
초롱 보미한테 너무 고마워요. 보미 덕분에 맨 처음 유기견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이런 의미 있는 기획에 참여할 기회도 많아졌으니까요. 2011년 〈가족의 탄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촬영으로 에이핑크 멤버들과 임보했던 퀵이와 달이부터 멤버 남주의 부탁으로 잠시 돌봤던 숭늉이 그리고 설탕이까지,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제가 벌써 네 마리의 유기견을 품었다는 게 놀라워요.
바쁜 와중에도 보미는 팬들과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녀왔다고요. 팬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에선 어떤 기쁨을 느끼나요
보미 항상 목적은 같아요. 저로 인해 처음으로 유기견 봉사활동을 경험한 분들이 작은 것 하나라도 느끼고 돌아가는 거죠. 이번에는 이틀에 걸쳐 총 열네 분을 모집했는데, 다들 많은 걸 느꼈다고 해서 뿌듯했어요. 무더위 속에서 정말 일만 하다 가셨거든요. 눈물, 콧물, 땀까지 쏙 뺀 제 모습을 보고 ‘탈덕’한 분이 있진 않을까 살짝 걱정되지만요(웃음).
오히려 한 번 더 반하지 않았을까요? 맨 처음 유기견을 위해 봉사했던 순간을 기억하는지
보미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또래 친척들과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유기견 보호소로 무작정 봉사활동하러 간 적 있어요. 보호소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을 때인데 주로 신문지를 잘게 찢어 바닥에 까는 일을 했죠. 당시 보호소에서 제일 필요한 구호 물품이 신문지였거든요. 그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초롱 저는 보미 따라 처음 봉사하러 갔을 때 놀랐어요. 아이들에게 진심인 분이 너무 많아서요. 집 지어주러 오신 분들, 묵묵히 중성화 수술을 해주던 의료 봉사자분들…. 너무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보미 저는 그분들을 ‘천사’라고 불러요. 드라마 〈농부사관학교〉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이)태환 씨 소개로 닿게 된 블루엔젤 봉사단도 그렇고, 이런 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가끔 이런 일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서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보미 노견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입양이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아팠어요.
초롱 맞아요! 그런데 예쁜 아이가 정말 많거든요. 아마 관심을 가지게 되면 저처럼 깜짝 놀랄 거예요.
초롱 제일 예쁘고, 제일 건강해요. 보미와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개량한 품종견은 장애를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래요. 코가 짧으면 숨을 잘 못 쉬게 되고, 쓸개골 탈골은 유전병이고요. 그런 사실을 알고나면 마냥 귀엽게만 볼 수 없죠.
멤버 은지와 남주, 하영도 전부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이죠
초롱 다들 유기견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남주는 동물학대와 관련한 서명 운동 링크를 엄청 열심히 보내고요.
보미 서로 정보 공유도 많이 해요. 은지한테 반려견 전용 카 시트를 추천해 준 것처럼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서로 필요할 때 쉽게 손을 내밀 수 있어서 편하죠.
데뷔 전부터 다른 멤버가 독립하고 나서도 11년 가까이 함께 살았어요. 둘의 관계가 이토록 끈끈해질 줄 알았나요
초롱 저희 연습생 땐 별로 안 친했어요(웃음). 데뷔하고 이런 저런 일을 함께 겪으며 자연스럽게 끈끈해진 것 같아요.
보미 언니가 팀에서 맏이고 제가 둘째니까 리더 역할이 조금 벅차 보일 때마다 그 무게를 나눠 짊어져야겠다는 생각은 했죠. 힘들 때 서로 옆에 있어주는 게 큰 것 같아요.
초롱 이젠 제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힘든 일 있으면 먼저 얘기하기도 해요. 그러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 훨씬 돈독해진 느낌이 들어요.
초롱 힘들 때마다 보미가 책도 선물해 주고, 편지로 위로를 많이 해줬어요. 너무 고맙고 든든하더라고요. 또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행동하는 점도 멋있고요. 옆에서 많이 느끼고 배워요.
보미 전 언니가 항상 든든하고 멋있는데요? 저한테 언니는 힘들 때 무턱대고 찾아가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왠지 언니는 항상 답을 알고 있을 것 같거든요.
초롱이 입은 시스루 원피스는 Nodress. 데님 팬츠는 YCH. 보미가 입은 시스루 원피스는 Nodress. 데님 팬츠는 Blumarine.
친구끼리도 닮는다죠. 7월 12일 발매한 유닛 앨범 〈Copycat〉에서 ‘쌍둥이’ 컨셉트를 내세운 두 사람이 서로에게서 영향받은 것은
초롱 에너지와 행동력이 남다른 보미를 따라 저도 좀 터프해진 것 같아요.
초롱 그런가? 말도 좀 많아진 것 같고, 조금 덜 걱정하고 일단 부딪치는 용기가 생겼달까요.
보미 전 동생들을 챙길 줄 알게 된 것? 아니면 약간 조심스러워진 것?
실은 꽤 오래전부터 유닛 활동을 꿈꿔 왔다고요. 이번 앨범에 대한 두 사람의 열정이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초롱 이번엔 ‘에이핑크다운’ 것에서 벗어나 앨범의 전반적인 컨셉트부터 노래와 안무, 뮤직비디오, 스타일링까지 그냥 우‘ 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그랬거든요. 확실히 과감했죠. 훨씬 열린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과정도 수월했고요.
보미 언니가 8년 차쯤부터는 양 갈래 머리는 못 하겠다더니 이번에는 알아서 하더라고요.
수많은 무대에 섰고, 사랑받은 곡도 많아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무대나 퍼포먼스가 있다면
보미 7년 전 에이핑크 콘서트에서 선보인 ‘챔피언’ 개인 무대요. 무대를 미친 듯 뛰어다니는데, 어쩜 그렇게 에너지가 좋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와요.
초롱 저는 콘서트 오프닝 영상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무대막이 오르기 직전에 긴장이 극에 달하는 편인데 오프닝 영상이 나오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아요. 얼른 다시 느끼고 싶어요.
레드 니트 톱과 스커트, 골드 이어링은 모두 Bottega Veneta.
팬 사랑도 남다른 팀이죠. 2012년부터 지금까지 4월 19일마다 잊지 않고 팬 송을 발매해 온 것처럼요
초롱 회사 권유로 데뷔 1주년 기념 팬 송 4‘월 19일’을 발표한 후 저희끼리 이걸 팬을 위한 작은 이벤트로 이어가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렇게 전통이 됐죠.
보미 요즘은 우리보다 팬들이 진짜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어떻게 10년 넘게 한 팀을 좋아할 수 있는지, 그 한결같음이 너무 존경스러워요.
초롱 최근에 일본 팬을 위한 온라인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저희 보고 우‘ 리 다 그대로 있어’라고 하시는 거예요. 완전 눈물바다가 됐죠.
보미 이젠 그냥 가족 같아요. 얼굴만 봐도, 생각만으로도 애틋한 존재요.
초롱은 작사가, 배우, MC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개인적 커리어에서 지금 가장 욕심나는 것은
초롱 최근 〈아파도 하고 싶은〉이라는 오디오 드라마에 도전했는데, 목소리 연기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연기는 매번 새로운 것 같아요. 어렵지만 재미있고요.
반면 보미는 꾸준히 개인 유튜브 채널 〈뽐뽐뽐〉을 통해 매력을 뽐내 왔고요. 구독자 수가 무려 81만 명(7월 기준)이죠. 초롱이 생각하는 채널의 성공 비결은
초롱 보미가 워낙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일단 뭘 해도 밉지가 않아요. 그게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항상 뭐든 열심히 하고요. 먹방, ASMR, 브이로그, 리뷰 영상까지 콘텐츠가 다양해서 보는 맛이 있죠.
보미 그런데 언니, 제 유튜브 안 보잖아요! 자기가 출연한 먹방 영상만 보고(웃음).
블랙 톱과 플리츠스커트, 스트랩 힐과 그레이 삭스는 모두 Miu Miu.
‘버킷 리스트 부자’인 보미가 초롱과 함께 꿈꾸는 도전이 있다면
보미 한 달 살기? 국토대장정도 좋을 것 같아요! 언니가 또 걷는걸 좋아하거든요. 언니, 나랑 이번 활동 끝나고 진짜 국토대장정 안 할래요? 유튜브 콘텐츠로도 너무 좋은데요?
초롱 또 유튜브야?(웃음) 그냥 하면 안 돼?
이젠 누군가의 롤모델이기도 하겠죠. 특히 에이핑크를 보며 ‘장수돌’을 꿈꾸는 후배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초롱 서로 ‘고마워’ ‘미안해’란 말을 자주 해줄 것. 그리고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대화를 많이 할 것. 저흰 데뷔 초부터 대화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보미 그래서인지 이제까지 크게 싸워본 적 없어요.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독립적인 성향의 멤버도 있을 테니까요.
초롱과 보미가 착용한 버킷 햇은 모두 Prada.
초롱 더 멀어지지도, 더 가까워지지도 않고, 이대로만 쭉 갔으면 좋겠어요.
보미 나 뭔지 알아. 그런데 이게 제일 중요해요.
초롱 살면서 이런 친구 만나기 정말 힘든데 노년까지 쭉‘ ’ 함께해야죠. 보미랑 있으면 할머니 돼서도 진짜 많이 웃을 것 같아요.
보미 언니가 많이 웃고 싶다고 하니까, 그럼 저는 언니에게 평생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초롱과 보미가 입은 시스루 원피스는 모두 Nodress.
이번 앨범의 컨셉트 포토 속 두 사람의 팔에 가족과 친구의 합성어 ‘Framily’가 쓰여 있었죠. 누군가와 가족을 이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보미 믿음요. 초롱 언니가 저에게 믿음을 준 덕분에 저도 언니한테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설탕이도 저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연 거고요. 결국 믿음이 쌓여야 가족이 되는 것 같아요.
초롱 그 다음은 배려와 양보죠. ‘내 것’을 내려놓고, 희생하는 기쁨을 알아야 해요. 서로의 그런 노력이 느껴지는 순간, 여지없이 마음의 문이 열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