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에도 고체 형태의 립스틱은 컬러 립밤처럼 촉촉하게 발리면서 맑고 투명하게 마무리되는 제품이 대세다. 발랐을 때 끈적이거나 오일로 얼룩진 듯한 느낌을 생각하면 오산. ‘무슨 색 살까’ 고민하는 사이에 품절된다는 샤넬 루쥬 코코 밤은 입술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듯 부드럽게 녹는 발림성에 번들거리지 않는 마무리감을 지녔고, 패키지 컬러만으로도 봄의 에너지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에르메스 뷰티 샤이니 립스틱은 수채화처럼 은은한 컬러가 섬세한 광택과 함께 입술 위에 피어오른다. 이게 바로 글로만 보던 ‘물먹립’이구나란 생각이 절로 드는 마무리감! ‘빤딱빤딱’한 울트라 샤인 광택으로 승부를 보는 제품도 눈에 띈다. 뽀아레는 하이 샤인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젤 텍스처가 입술에 투명한 유리알 광택을 부여하고, 에스쁘아 노웨어 샤인은 전 성분의 85% 이상이 고광택 원료로 이뤄졌음에도 뛰어난 밀착력의 고점도 페이스트와 저점도 오일을 배합해 끈적이거나 무게감 없이 얇고 가벼운 사용감을 구현했다. 간혹 글로시 립스틱은 지속력이 약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 제품은 리퀴드 틴트에 주로 사용되는 염료 색소를 립스틱에 배합해 자연스러운 착색 효과를 낸다. 너무 반짝이는 느낌이 부담스럽다면 발렌티노 뷰티와 버버리 뷰티의 새틴 피니시가 좋은 대안이 돼줄 것. 토마스 버버리 모노그램 장식을 입은 페스티브 모노그램 컬렉션의 버버리 뷰티 한정판 립스틱은 톤 온 톤의 펄을 함유해 입술에 세련된 광채를 선사하고, 강렬한 레드와 골드 배색 패키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발렌티노 뷰티 립스틱 세미 새틴은 입술에 강렬한 색감과 매끈한 윤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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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quid Tint Does Matte‘r’
리퀴드 제형의 립 틴트는 계속해서 ‘매트’ ‘블러리’한 마무리로 가는 추세다. 매트 립스틱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시간이 지나면 입술 주름 사이에 색이 보기 싫게 끼이거나,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고 나면 입술 라인에 색이 남아 마치 립 라이너를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인데, 최근 나온 벨벳/매트 피니시 제품들은 그런 단점을 보완한 듯하다. 한국 여성을 위한 컬러를 선보인 아르마니 뷰티의 립 마에스트로는 솜사탕처럼 폭신하게 발리는 크리미 벨벳 젤 타입 포뮬러가 입술에 얇게 밀착해 주름 사이사이를 고르게 메우고, 구찌 뷰티의 리퀴드 매트 립은 립 라인을 따라 번지거나 갈라지는 현상 없이 입술에 고르게 착 스며든다. 디올 어딕트 립 틴트는 오일 성분을 함유해 바를 땐 촉촉하고 약간의 광택감이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 보송하게 마무리돼 입술 위에 투명한 컬러만 남는다. 확실히 글로시한 제형에 비해 무중력처럼 컬러만 쏙 입혀주는 제품이 많아 마스크 속에 아무것도 안 바르던 때처럼 입술에 어떤 무게감도 남기고 싶지 않은 여성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매트한 리퀴드 틴트는 무의식적으로 위아래 입술을 비비며 ‘음파음파’ 하기보단 입술에 가볍게 터치하고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펴줘야 어느 한 곳에 컬러가 뭉치지 않으니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