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월 1일이 선미 씨 생일이었어요. 어떻게 보냈나요
선미 대구에 사는 막내 승동이는 0시가 되자마자 제일 먼저 축하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그리고 동이는 깜짝 파티를 해줬죠.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있는데 밤 9시쯤 와서 미역국을 끓여주고 갔어요.
동 시간이 애매하다며 오지 말랬는데 느낌상 안 가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막상 누나가 너무 좋아해서 마음이 좀 ‘몽글몽글’했어요.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거든요.
동 씨는 선미 씨가 소속된 아비스컴퍼니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승동 씨는 서울에서 일할 계획이 없는지
승동 스무 살 때부터 대구에서 지내고 있어요. 형, 누나와 자주 보면 좋겠지만 저는 서울에서 못 살 것 같아요.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요. 대구에서도 ‘핫플’은 안 가고 집 주변만 다니거든요.
선미 그래도 저희 셋 중에 얘가 제일 사람 많이 만날 걸요?
선미가 입은 셔츠와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Gucci. 승동이 입은 재킷과 니트웨어, 셔츠와 쇼트팬츠는 모두 Gucci. 동이 입은 니트웨어와 팬츠는 모두 Gucci. 안경은 Yellow Bee.
2020년 유튜브 〈찐세계〉가 세 남매가 함께한 첫 예능이죠. 어떤 추억으로 남았나요
선미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승동이를 볼 수 있어 좋았죠. 두 사람의 새로운 모습도 많이 알게 됐고요.
승동 형이 다재다능하더라고요. 2~3년 사이에 유튜브 프로그램들이 되게 개방적이 됐잖아요. 지금 하면 또 다를 것 같아요.
92년생, 94년생, 96년생 두 살 터울이에요. 사전 질문에서 선미 씨가 다 본 추억의 애니메이션으로 〈다다다〉를 꼽았어요. 누나의 취향인가요
선미 여름방학에 할머니 댁에 놀러갔을 때 함께 봤을 거예요.
동 집에 투니버스 채널이 항상 틀어져 있었거든요. 챔프TV도요. 누나는 〈슈가슈가룬〉은 모르려나.
승동 〈다다다〉를 누나랑 같이 봤던가? 우리 세대는 〈카드캡터 체리〉죠. 〈꼬마마법사 레미〉랑. 전 〈녹색전차 해모수〉도 봤어요.
선미 그건 완전 옛날 애니메이션 아니야? 나 〈달빛천사〉는 알아!
같이 민화투를 치고 김치라면을 먹었다는 추억도 오늘 촬영을 통해 소환해 봤습니다. 선미 씨가 13세 때 상경했으니 셋이 함께 보낸 시절은 그리 길지 않더군요. 뒤돌아봤을 때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면
선미 저는 초등학교 등하굣길이요. 항상 셋이 같이 등교했으니까요.
승동 누나랑 형이 집에서 쫓겨나서 학교 갈 가방이랑 옷이랑 챙겨 나가던 장면. 그때 간판 뒤에서 자지 않았어?
선미 등굣길에 천마총과 첨성대를 지났는데, 안내판 같은 커다란 간판 뒤에 공간이 있었거든요.
동 부모님은 집 앞에 있으라는 뜻이었는데 저희가 또 그러지 못했죠(웃음).
선미 문방구에서 호떡이랑 소시지 연탄불에 구워 먹고….
승동 검정색 쇠판 같은 것 사이에 뭐든 막 넣어서 구워 먹었지.
동 지금 생각하면 위생, 와…. 그래서 저희가 잔병치레가 없나 봅니다. 아! 저 진짜 아름다운 기억이 있어요. 초겨울 주머니 한쪽에는 핫 팩을, 한쪽에는 MP3를 넣은 누나와 학교 가던 길. 집에서 챙겨 온 귤도 하나씩 나눠 먹고요.
사이가 워낙 좋아서 ‘현실 남매’ ‘케이 남매’ 밈과는 오히려 동떨어져 있어요. 세 사람이 생각하는 우리 관계는
승동 저는 투닥거리고 말도 좀 거칠게 해야 현실 남매라는 게 잘 상상이 안 돼요. ‘왜 굳이?’라는 느낌.
동 밈 자체는 재밌는데 제 시점에 대입했을 때는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저희보다 사이좋은 형제도 있고, 사이가 안 좋은 남매도 있을 수 있고. 각자의 현실이 있는 거죠.
승동 형이랑은 좀 투닥댔어도 크게 싸운 적 없어요. 그리고 나이가 조금 들어서 생각해 보니까 형이 때렸을 때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형이 진짜 누굴 때릴 사람이 아닌데.
동 우리끼리만 있으면 상관없는데 지금 내게 보인 면모가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커질 수도 있잖아요.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이불에 돌돌 만 다음에 때렸습니다. 그런데 얘도 많이 참아줬어요. 사춘기였을 텐데, 착하죠.
선미 승동이가 동이에게 ‘형아’라고 부르는 거 너무 귀엽지 않아요? 두 살 터울인데 형을 참 좋아하고 존중하는 게 보이거든요. 둘 다 과묵한 편인데도 동이가 승동이를 아끼는 것도 보이고
동 전 중간 입장인 둘째잖아요.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몰라요. 승동이와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마음으로 연락을 잘 하지 않습니다.
승동 저는 누나와 형이 같이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만의 추억이 생기길 응원하는 입장입니다(웃음).
승동이 입은 재킷과 셔츠, 쇼츠는 모두 Fendi. 동이 입은 블루종과 셔츠, 쇼츠는 모두 Fendi.
동 지금 인터뷰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는데요. 누구 한 명이라도 더 웃겨보겠다고 셋 다 ‘노잼 개그’를 자꾸 던질 때 남매 같아요. 솔직히 제가 듣기엔 다 웃겨요.
선미 우리끼리 웃기면 되지! 저는 사진을 봤을 때 셋 다 입술이 도톰한 편이거든요.
돌아가신 친아버지 이야기를 비롯해 가족사를 선미 씨가 방송에서 털어놓았어요. 동생들은 어땠나요
승동 누나가 방송에서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지만 누나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인 거니까요.
선미 저만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 마지막 문자에 답하지 못한 죄책감, 데뷔를 앞두고 돌아가신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난 잘 지낸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 좋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거든요.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보내드리려는 마음이었어요. 제가 서울에 있는 동안 열두 살, 열 살인 동생들이 아버지를 간병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동이는 학교도 최소 출석 일수만 겨우 채울 정도였거든요.
동 그래서 아버지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없는 것 같아요.
동이 입은 반팔 셔츠와 팬츠는 모두 Valentino. 목걸이는 Engbrox. 안경은 Yellow Bee. 선미가 입은 드레스는 Rochas. 슈즈는 Ports 1961. 승동이 입은 스웨터와 셔츠, 팬츠는 모두 Valentino.
승동 항상. 누나는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우리 형이 제일 똑똑해요. 형보다 똑똑한 사람이야 당연히 많겠지만 제 기준에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형은 다 알고 있거든요.
동 처음 듣는 말이에요. 지금 좀 감동받았어요.
승동 그런데 나도 내 주변에서는 상당히 똑똑한 편이야.
선미 좀 진지할 수도 있는데, 동생들은 내가 살아야 하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예요. 어릴 때도, 새로운 가족이 생긴 청소년기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같이 있어주지 못했는데 너무 바르고 멋지게 자라줬죠. 뭐 하러 그렇게 걱정했나 싶을 정도로 멋진 어른이 된 것, 그게 감동입니다.
선미는 정말 독보적인 커리어의 솔로 아티스트입니다. 두 사람은 누나가 ‘선미’라는 사실을 언제 느끼나요
동 함께 일하는 저는 누나가 밖에서 정말 멋지다는 걸 알아요. 항상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고민하고, 직접 하는 일도 많고요. 그러다가 집에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역시 내가 알던 사람이 맞구나’ 싶죠.
승동 저는 누나의 모든 활동을 하나하나 챙겨 보지는 않아요. 그런데 누나가 선미라는 걸 처음 안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오히려 놀랄 때가 있어요.
선미 왜 아무도 송금해 줄 때라고는 대답 안 해? 혹시 적었어(웃음)?
화이트 니트 원피스와 귀고리, 목걸이는 모두 Fendi.
가족이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 세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는
선미 저는 〈어바웃 타임〉 속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좋아요. 〈트루먼 쇼〉도요. 진짜 부모가 아닌데 유대관계가 있잖아요.
동 가족의 범위를 조금 넓혀서 생각해도 된다면 〈그린북〉이요. 인종 차별이 존재하던 시기에 투어를 떠난 흑인 피아니스트와 운전사로 동행한 백인 이야기를 담았는데, 가족과의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승동 〈괴물〉, 그중에서도 송강호 배우가 매점에서 아이와 밥을 먹는 장면이요. 너무 맛있게 드셔서(웃음).
가족으로서 언젠가 꼭 함께하고 싶은 게 있다면
동 부모님이 다섯 명이서 라운드하는 게 소원이라고 하셔서 언젠가 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는 셋 다 골프는 전혀 칠 줄 모르지만요.
승동 전 같이 하는 거라면 뭐든지 좋아요. 함께 있다면.
선미 저는 가족 비즈니스! 혼자 스케일이 너무 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