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는 누가 만들었을까? 지금 한국의 그림책을 만드는 그림책 편집자 4인의 이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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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는 누가 만들었을까? 지금 한국의 그림책을 만드는 그림책 편집자 4인의 이야기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의 마음을 잇는 사람들. 그림책 편집자 네 명이 보내온 각자의 동심

이마루 BY 이마루 2022.05.13
 

Q

1 자기소개
2 그림책 편집자의 자질
3 지금 한국의 그림책 시장은
4 창작가와 일한다는 것의 의미
5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6 출판사의 성격을 드러내는 책
7 어린이책과 그림책의 경계는
8 내가 생각하는 동심
9 앞으로의 목표
 
 

정은정

비룡소 그림책 편집팀장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세계가 집약된 〈여름이 온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풍경이 공감각적으로 펼쳐진다.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세계가 집약된 〈여름이 온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풍경이 공감각적으로 펼쳐진다.

1 그림책과 동시를 기획하고 편집하며, 때로는 쓰는 일도 하고 있다. 20년간 이 일을 해왔으나 여전히 즐겁고 가슴이 뛴다. 이미지가 그려지는 동화와 시, 그림책은 닮은 점이 많다고 여긴다. 〈다짜고짜 할머니〉〈똥덩어리 삼총사〉 등을 집필했고,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과 〈비룡소 전래동화〉 시리즈 등 수많은 창작 그림책을 편집했다. 최근에는 이수지 작가의 〈강이〉〈여름이 온다〉 편집을 맡았다.
 
2 언어를 다루는 감각과 이미지를 읽는 힘. 그림책의 호흡을 알고 그에 맞춰 작가와 소통하는 능력. 한정된 쪽수와 틀에 집약적으로 작가의 세계가 펼쳐지는 그림책의 특징상 장과 장 사이의 이미지, 글의 밀당, 함축적이면서 율동감 있는 호흡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책에서 파생 가능한 이야기는 앞뒤 표지는 물론, 바코드까지 버릴 것이 없는 데다가 이야기에 따라 형태와 재질도 다양하게 변용 가능하기에 감각과 아이디어도 요구된다. 그리고 한 권의 창작 그림책이 탄생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작가와 함께 견딜 줄 아는 능력! 썸네일 스케치라고 불리는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인쇄되기까지 적어도 2년, 때로는 그 이상이 걸리기도 하므로.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세계가 집약된 〈여름이 온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풍경이 공감각적으로 펼쳐진다.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세계가 집약된 〈여름이 온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풍경이 공감각적으로 펼쳐진다.

3 아직 깊어지는 과정이라고 여긴다. 창작 그림책이 쏟아지며 시장의 폭이 넓어진 듯하지만 출간 문턱이 낮아진 것도 현실이고, 매출도 예상만큼 크지 않다. 다만 국내 작가들의 해외 활동이 두드러지고 ‘그림책’이란 장르의 이해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 열의를 갖고 그림책을 공부하는 독자가 많아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4 국내 작가와의 작업은 작가와 편집자 모두 기량을 키울 수 있는 장이다. 우리의 색과 정신, 재미난 이야기를 전 세계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러 장르에 대한 시도는 글과 그림의 융합인 ‘문화적 체험’의 그림책으로서 독자 층을 확장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5 최근 이수지 작가의 수상 소식은 그림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두에게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나 또한 수상 발표를 생방송으로 보다가 이수지 작가가 개척하고 넓혀온 작품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울컥하기도. 올해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작인 〈여름이 온다〉는 편집 기간 동안 작가의 공력이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책 읽기의 방식을 또 다르게 제시한 책이기에 내게도 의미가 깊다.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세계가 집약된 〈여름이 온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풍경이 공감각적으로 펼쳐진다.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세계가 집약된 〈여름이 온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풍경이 공감각적으로 펼쳐진다.

7 어린이책은 독특하게도 ‘읽는 독자’인 어린이와 ‘소비하는 독자’인 부모, 두 독자층을 가졌다. 아기책이나 학습책이 아닌 그림책 대부분은 모든 연령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성장 발달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있기에 어린이책 편집에는 육아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8 나의 마음! 어린이의 마음처럼 자유롭고 직관적인 게 또 있을까? 이런 직관과 자유는 창작의 원동력인 동시에 포용적이고 유연하기도 하다. 동심은 어린이책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원천이다.
 
9 ‘해볼 만하고 즐거운 일’ ‘자기 이름을 걸고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 확대되고 있는 작가층만큼 역량 있고 번득이는 그림책 편집자군이 두터워지길.
 
1998년 시작해 현재 37권의 책을 펴낸 비룡소 전래동화 시리즈.1998년 시작해 현재 37권의 책을 펴낸 비룡소 전래동화 시리즈.
 

 

안경숙

웅진주니어 편집장
한국적이면서도 만화 같은 이야기와 그림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지은 작가의 〈친구의 전설〉.미국에도 수출된 〈어느 날〉.
1 그림책, 아동문학서, 논픽션 도서 등 20년 넘게 어린이책 편집자 생활을 해왔다. 여전히 책을 통해 새로운 환희와 팽팽한 긴장감을 맛본다. 당위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내 이름으로 내 이야기를 건네고 타자의 작은 목소리도 얼마든지 끌어안을 수 있는 세계가 책을 통해 가능함을 느낀다.
 
2 ‘소양’. 편집자 내면의 소양은 작가가 책을 통해 하고픈 이야기가 어떤 주제를 포함하고 있는지,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고 확장해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끔 한다. 이미지의 흐름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행간이 의미하는 바를 읽어내는 것 또한.
 
3 웅진주니어는 2017년 5월, 그림책의 독자층이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시리즈’를 선보였다. 어느새 46번까지 출간된 이 시리즈에 달린 리뷰를 보며 넓어진 독자층을 확인한다. 한국 창작그림책의 해외 수출 또한 활발해졌다. 잘 알려진 작가의 책이나 선정 도서, 추천 도서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에도 독자들이 더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권정민 작가와 작업한 〈엄마 도감〉은 초보 엄마 시절, 편집자의 경험이 반영되기도 했다.

권정민 작가와 작업한 〈엄마 도감〉은 초보 엄마 시절, 편집자의 경험이 반영되기도 했다.

4 작가와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튀어나온 소재를 토대로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책의 에피소드로 같이 구성하기도, 내밀한 이야기를 그림책이라는 문을 매개로 작가와 공유하기도 한다. 책 만드는 일을 업무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다.
 
5 〈엄마 왜 안 와〉는 “하루를 부지런히 살아내고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지금을 사는 엄마들 그리고 기다리는 아이들과 함께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고정순 작가의 말처럼 일하는 엄마들을 응원하는 책이다. 뮤지션 이적이 글을 쓰고 김승연 작가가 그림을 그린 〈어느 날〉은 이적이 지어 딸에게 읽어주었다는 글을 보고 먼저 연락해 책으로 엮은 경우. 〈팥빙수의 전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지은 작가의 〈친구의 전설〉은 이야기가 가진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할 수 있는 책이다. 거의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구연 동화처럼 즐기며 쏟아내는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 또한 때로는 호랑이, 때로는 함께 꼬리 꽃이 되기도 하며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다.
 
고정순 작가의 〈엄마 왜 안와〉는 일하는 엄마도, 아이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고정순 작가의 〈엄마 왜 안와〉는 일하는 엄마도, 아이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8 웅진주니어를 소개하는 문구에 ‘어린이와 어린이였던 어른 모두를 위한 책을 만들어간다’는 말을 자주 쓰곤 한다. ‘동심’의 사전적 정의와 별개로 항상 마음 한구석에 어린아이였던 내가 살고 있음을 느낀다. 그림책은 우리 안의 어린아이 모두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가 돼줄 것이다. 그러니 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뎌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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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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