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을 읽는 배우들 <돼지의 왕>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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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을 읽는 배우들 <돼지의 왕>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세상을 관찰하고 심연을 읽으며 앞으로 올곧게 나아가는 믿음직한 배우들. <돼지의 왕>의 김동욱과 김성규, 그리고 채정안.

이마루 BY 이마루 2022.03.31
 

김동욱이 고민 없이 질주하는 이유

〈돼지의 왕〉은 강렬한 원작과 팬덤을 가진 작품입니다
밝은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돼지의 왕〉 애니메이션은 지인들이 더빙에 참여해서 보게 됐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날것으로 ‘툭’ 던지는 느낌을 받았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는 형사 강진아(채정안)가 등장하고, 정종석(김성규)의 직업도 대필 작가에서 형사로 변하는 등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많죠
어린 시절의 주요 설정은 일치하지만, 성인 시점에서는 새로운 관계성과 직업군, 그에 따른 환경이 만들어졌죠. 애니메이션의 연장선이자 또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봐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요.
 
김동욱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링은 Nonenone x Amondz. 채정안이 입은 재킷은 JKoo. 이어링은 Le Mauve Studio x Amondz. 링은 Macier x Amondz. 김성규가 입은 셔츠와 재킷, 팬츠는 모두 Dior.

김동욱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링은 Nonenone x Amondz. 채정안이 입은 재킷은 JKoo. 이어링은 Le Mauve Studio x Amondz. 링은 Macier x Amondz. 김성규가 입은 셔츠와 재킷, 팬츠는 모두 Dior.

〈너는 나의 봄〉의 ‘초식남’ 주영도로 사랑받다 불과 7개월 만에 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경민은 과거의 폭력 트라우마로 ‘괴물’이 된 인물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복잡한 정서를 지녔습니다
생각보다 힘들고 조심스러운 작업이었어요. 단편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악역이면 오히려 연기가 편할 텐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는 캐릭터임에도 나름의 이유나 고통스러운 서사가 있는 친구니까요. 유년시절의 경민은 그가 처한 상황과 드라마가 공감 가능한 범주로 설명되지만, 성인 경민은 감정보다 선택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장르적 재미로 그려질 겁니다.
 
정당성을 부여하기 힘든 캐릭터임에도 경민에게 감정적으로 동요되거나 그의 심리에 공감되는 지점이 있었나요
벼랑 끝에 몰린 한 인간의 스트레스와 고통에 온전히 공감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었어요. 중요한 건 비슷한 상황에서 모두가 그와 같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왜, 무엇을 원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그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고민을 거듭했고, 정서적으로도 꽤 힘들었어요.
 
어떤 부분이 유독 당신을 괴롭혔나요
해서는 안 되는 선택과 행동을 감행하는 캐릭터다 보니 ‘어떤 감정일 때 이런 행동을 할까’ ‘어떤 분노가 얼마만큼 치밀어 오를까’ ‘어떤 수준의 감정을 느껴야 대체 이런 행동을 저지르고 싶을까’. 저도 평범한 사람으로서 경민의 행동을 제 경우에 대입하고 그의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괴롭더라고요. 제3자로서 인물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과 ‘나’의 행동이라 상상하고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르니까요. 표현방식에 관해 현장과 집에서 고민을 거듭했지만 감정을 빨리 환기하는 노력도 많이 했어요.
 
종석과는 친구 관계지만 형사와 살인자로 부딪치죠. 두 사람의 팽팽한 호흡이 중요했을 것 같아요
성규 씨의 출연작을 재미있게 봤고, 늘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참여한 배우들이 좋아서 〈돼지의 왕〉에 출연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하지만 성규 씨와는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라 정면으로 만나기 꽤 어렵더라고요(웃음). 외로웠죠. 같이 부딪칠 수 있는 작품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채정안 배우와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전부터 알고 지냈죠. 늘 유쾌한 누나라 가끔 촬영이 겹치는 날 분장실이나 촬영장에서 마주하면 기분이 좋았어요. 오늘처럼 화보 촬영이나 프로모션 활동을 함께하는 시간도 즐겁고 재밌고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얘기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거운 메시지를 전할 때 좀 더 신중해지는 편인가요 
확실히 그래요. 작품과 캐릭터를 보는 사람은 불특정 다수이고, 참여한 배우로서 캐릭터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길 원하는지, 이 작품이 어떻게 전해지길 바라는지 생각하는 건 당연하니까. 특히 〈돼지의 왕〉처럼 민감한 문제를 품을 땐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이 작품을 끝끝내 탄생시키려는 이유까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죠. 결코 가볍게 접근하지 않아요.
 
드레스는 Loewe. 이어링은 Heradi x Amondz. 링은 모두 Daybeau x Amondz.

드레스는 Loewe. 이어링은 Heradi x Amondz. 링은 모두 Daybeau x Amondz.

반면 지난해 10월 방영된 〈SNL 코리아〉 김동욱 편에서는 과감한 변신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죠. 그중 연애 전문 유튜버 ‘김동순’ 에피소드 아이디어는 직접 냈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개그 욕심이 있나요
욕심이 있다기보다 스스로 웃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다만 사람과 상황을 좀 가릴 뿐이죠. 연극할 때는 코미디 작품을 꽤 많이 했는데 데뷔 이후에는 의외로 그런 작품을 만나지 못했네요.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을 ‘평범함’으로 꼽았습니다. 배우로서의 ‘평범함’은 유지하기 어려운 특징인데요
평범하게 생기면 됩니다(웃음). 생긴 것도 평범하고 생활에서도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인데. 배우 아닌 김동욱은 무척 단조로워요. 약속 없으면 집에 누워만 있고.
 
음악 애호가로서 요즘 듣는 장르는
요즘 유튜브가 만들어주는 플레이리스트를 주로 듣습니다(웃음). ‘가요톱텐 역대 1위곡’ ‘영화 OST 모음집’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서 걸리는 버전으로 들어요. 항상 똑같은 플레이리스트만 몇 년째 듣다 보니 지겹더라고요. 언제 한번 친한 동생의 차를 타고 가는데, 좋은 노래가 나오길래 제목을 물어보니 “저도 잘 몰라요”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알고 받았어?”라고 물으니 “유튜브가 알려준다” 하더군요.
 
채정안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Sportmax. 이어링은 Roaju. 링은 Neateun x Amondz. 김동욱이 입은 재킷과 니트 톱은 모두 Prada. 팬츠는 Art School. 슈즈는 Martine Rose. 벨트는 Bell & Nouveau.

채정안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Sportmax. 이어링은 Roaju. 링은 Neateun x Amondz. 김동욱이 입은 재킷과 니트 톱은 모두 Prada. 팬츠는 Art School. 슈즈는 Martine Rose. 벨트는 Bell & Nouveau.

〈신과 함께〉 〈손 the guest〉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너는 나의 봄〉 〈돼지의 왕〉까지 도전해 온 장르도, 캐릭터도 하나의 흐름으로 읽히지 않을 만큼 다채로워요. 데뷔 초기와 현재 이미지가 가장 크게 달라진 배우가 아닐까요
감사한 말이지만, 글쎄요(웃음).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되어왔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작품을 계산하고 선택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저 뭔가를 계속 해내고 싶었고, 제대로 해내고 싶었고, 더 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경험하고 싶다는 욕심과 열정으로 달려왔어요. 돌아보니 그 덕에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할 수 있었더라고요. 예컨대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하림을 벗기 위해 의도가 분명한 선택을 했다면 오히려 의도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았을까요. 고민 없이 단순하게 결정하고 생각해요. 나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역할과 함께 저 역시 사고방식과 생각의 폭이 달라지다 보니 다양한 모습이 드러난 것 같아요.
 
다시금 고민 없이 선택한 〈돼지의 왕〉을 꼭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아픔과 폭력으로 시작된 일을 같은 방식으로 매듭짓는 건 결코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고통과 아픔 속에서 성장한 어떤 사람, 어떤 괴물을 보여줌과 동시에 반복된 방식으로는 결코 행복이나 위안을 찾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애썼죠. 우리 모두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발걸음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금 더 고민하고 용기를 가졌으면. 아픈 삶을 살고, 아픈 결말을 맺는 캐릭터는 영화 속 경민으로도 족해요. 누군가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동욱은 어디서 희망과 낙관을 찾나요
답은 늘 하나죠. 가족에게서 항상 힘을 얻고, 책임감을 느끼고, 위안을 얻어요. 어떤 순간에도 변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김동욱이 입은 재킷은 Berluti. 팬츠는 Trip Lë Sens. 김성규가 입은 재킷은 Recto. 팬츠는 Real Fake Dot. 슬리브리스와 이어 커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동욱이 입은 재킷은 Berluti. 팬츠는 Trip Lë Sens. 김성규가 입은 재킷은 Recto. 팬츠는 Real Fake Dot. 슬리브리스와 이어 커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네크리스는 Eastindigo x Amondz. 어깨에 걸친 장식은 Bell & Nouveau. 검지에 낀 링은 Heradi x Amondz. 중지와 새끼손가락에 낀 링은 Aphrose x Amondz. 약지에 낀 링은 Tomar x Amondz.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네크리스는 Eastindigo x Amondz. 어깨에 걸친 장식은 Bell & Nouveau. 검지에 낀 링은 Heradi x Amondz. 중지와 새끼손가락에 낀 링은 Aphrose x Amondz. 약지에 낀 링은 Tomar x Amondz.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성규가 찾으려는 희망

〈돼지의 왕〉 속 종석을 연기하며 어떤 강렬한 감정을 느꼈나요
등장인물 각자의 입장 차이나 같은 상황을 다르게 기억하는 모습이 원작보다 더 구체적으로 그려져요. 시청자들은 누구 하나 완벽하게 이해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요. 세 사람 각자의 선택에 자신을 대입할 수 있을 거예요. 사실 ‘폭력의 기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장르 색이 짙은 작품이 12편의 시리즈로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죠. 폭력에 관한 메시지를 떠나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위치에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죠.
 
전작 〈어느 날〉의 도지태가 교도소의 절대권력을 상징한다면 종석은 인정 넘치는 형사입니다. 김성규가 그간 연기해 온 ‘나쁜 놈’이 아니라 꽤 듬직하고 실력 있는 형사 쪽을 연기한다는 사실도 새로워요 
‘나도 언젠가는 형사를 연기할 수 있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어요. 주로 소속 없이 혼자 행동을 감행하고, 무리에 속해도 합법적인 것이 아니었던(웃음)…. 종석은 경찰대학교 엘리트 코스를 밟은 멋진 형사예요. 제가 쫓기지 않고 진두지휘하는 상황에서 낯선 재미를 느꼈어요. 다만 평면적 악을 연기할 땐 일상적 측면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는데, 경민은 일상적이고도 복잡한 관계를 드러내는 인물이라 쉽지 않은 측면도 있었어요. 전작 캐릭터들과 다른 매력을 느꼈고,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었죠.
 
경민 역의 김동욱과 팽팽한 긴장도 기대됩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하나같이 극적이라 쉽지 않았죠. 선배와 마주할 땐 앞에서 연기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오는 경험을 한 순간이 많아요. ‘나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라고 스스로 돌아보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았어요.
 
김동욱과 채정안은 라디오 프로그램 〈박하선의 씨네타운〉에서 “김성규가 달리기도 잘하고 이제 곧 축지법, 공중부양까지 할 것 같다”고 말했어요. 〈범죄도시〉의 보스 오른팔, 〈악인전〉의 연쇄 살인마, 〈킹덤〉의 조선 총잡이를 겪었기 때문일까요
달리는 장면이 많지 않지만 절박한 상황이라 열심히 뛰었죠.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축지법을 썼나 봅니다(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전문 경찰 교육을 받은 인물이기 때문에 전작처럼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합법적인 기술,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액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꾸준히 장르물을 연기하며 축적한 게 있다면 
전작들의 분위기를 기반으로 더 넓게 확장시킬 수 있었으니 어떤 면에선 수월하기도 하죠. 〈돼지의 왕〉에도 익숙함이 분명 작용할 거예요. 주로 와일드한 장르를 찍다 보니 소재나 캐릭터가 처한 험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잘 표현하려 해도 직접 겪지 않은, 동떨어진 인물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죠. 그 또한 익숙해져서 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은 것 같기도 해요.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Dior Men. 슈즈는 So.u:lesures. 허리 체인으로 착용한 네크리스는 Feverish.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Dior Men. 슈즈는 So.u:lesures. 허리 체인으로 착용한 네크리스는 Feverish.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려운 인물에 접근하는 김성규만의 방식은
현실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의 범주를 확장시켜요. 제가 직접적으로 어떤 폭력을 당하거나 가하는 상황에 놓인 적 없어도 그저 약해 보이기 싫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 저보다 약한 사람을 의도치 않게 누르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봐요. 꼭 직접적 폭력이 아니더라도요.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항상 그것에서 출발하죠.
 
학창시절 김성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상대적이겠지만 저는 보통의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유달리 말썽을 피우는 사람도, 공부를 완전히 잘하는 수준도 아니었고요. 제 기억으로 나이에 비해 쓸데없는 고민과 고뇌가 많았던 것 같아요(웃음).
 
연기의 어떤 재미가 배우의 길로 이끌었나요
현장에서 연기할 때 얻는 쾌감이나 성취를 ‘재미’라고 표현한다면 재미있기도 하고, 또 조명이나 극적 분위기가 더해진 저의 또 다른 얼굴을 스크린으로 보면 신기하기도 하죠. 하지만 마냥 ‘재밌다’고 말하기엔 아슬아슬해요. 배우이기 전에 서른일곱 살의 성인으로서 그 이면에 부담이나 고민, 불안함도 있거든요. 〈돼지의 왕〉은 책임감이나 묵직함이 필요한 작품이기에 큰 걸음이든, 작은 걸음이든 제 고민에 한 발짝 다가간 느낌을 주네요.
 
강렬한 인상 뒤편의 소소한 취미나 일상도 궁금해요.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같은 모습이랄지 
‘드니’와 ‘라방’이는 가족 같아 특별히 애지중지하지는 않아요. 잘 때는 한 침대에서 같이 자다가 일어나면 집 안 다른 곳에서 각자 놀죠(웃음). 날씨가 따뜻하면 클래식 바이크를 타고 휙 돌고 오는 걸 좋아해요. 소중하고 일상적인 얘기들, 호흡이 느린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좋아해서 자주 쓰는 ID에 사용할 정도죠(웃음).
 
인스타그램으로 감성적 풍경이나 소소한 일상을 전하기도 합니다
제 얼굴을 찍고 그걸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게 아직 어색해요. 다만 허전한 기분이 들 때는 사진을 올리고 싶더라고요. 집에 혼자 있거나 촬영하다 며칠 쉴 때, 멍하니 있다가 어떤 순간이 문득 예뻐 보일 때도. 배우가 되기 전에는 인스타그램이 사진 앱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막 찍어 올렸는데 알고 보니 소통의 창이었죠(웃음).
 
여전히 어두운 뉴스가 많이 들리는 세상입니다. 김성규는 어디서 희망과 낙관을 찾나요
소소한 것에서 느껴요. 얼마 전에도 집에 해가 슬며시 드는데 특별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거창한 희망이 생겼다기보다 ‘이 또한 지나가는구나. 자연스럽게 또 무언가가 흘러가는구나’를 직접 느끼는 거죠.
 
 지금 김성규가 지나고 있는 계절은
〈돼지의 왕〉 촬영을 지난여름에 시작해 올봄에 끝냈네요. 치열하고 힘든 촬영이었기 때문에 길고 기나긴 겨울을 난 것 같아요. 이제 봄을 기다려봐야죠.
 
 

채정안은 더 잘하고 싶은 게 많다

〈돼지의 왕〉의 강진아는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배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는 없는 캐릭터예요
강진아는 주체적이고 성실한 베테랑 형사예요. 소신도 확실하고 원칙적이고요. 황경민(김동욱), 정종석의 과거와 관련한 인물들을 다 만나고 다니며 사건을 좁혀나가는 일종의 해설자랄까요. 형사 동료인 종석과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도 함께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연기자 데뷔 20여 년 만에 처음 맡은 형사 역할입니다. 이에 대한 기대감은
채정안이 연기하는 형사를 사람들이 궁금해 했으면 좋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역할에 채정안이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 딱 그 하나만 생각한 것 같아요. 현장에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형사로 보이길 바라서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은 작품이에요. 배우로서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을지 
모든 장면이 정말 무거워요. 고통스럽죠. 온전할 수 있던 인간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괴물이 되는 과정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라는 것, 그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뒤늦게 와닿으며 마음이 아팠어요. 최근 소년 범죄를 그린 〈소년심판〉을 정주행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을 만들고 보는 지금의 우리는 어른이잖아요. 방치당하는 아이들은 실재하고, 그들에게는 정의로운 어른이 옆에 없었구나, 극중의 어른처럼 유약하거나 비겁함을 실감했죠. 때로 우리는 아이 뒤에 있는 보호자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고 아이만 비난해요. 사회가 건강하려면 가정이 정말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런 어두움에 대해 생각하다가도 낙관하게 된다면 
길들여진 약자는 더 빨리 승복하는 법을 배우고, 포식자들의 눈에는 그게 보이죠. 그걸 암암리에 묵인하거나 직면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있고요. 그럼에도 저는 선과 악은 분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지금 우리가 질서와 법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낙관의 증거 아닐까요. 우리가 뭐가 옳은지 고민하고, 앞서서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면 사람들은 결국 정의로움을 택할 것이라 생각해요.
 
채정안이 입은 재킷은 JKoo. 이어링은 Le Mauve Studio x Amondz. 김성규가 입은 재킷은 John Varvatos. 팬츠는 Real Fake Dot. 슈즈는 Magliano. 글러브는 Bell & Nouveau.

채정안이 입은 재킷은 JKoo. 이어링은 Le Mauve Studio x Amondz. 김성규가 입은 재킷은 John Varvatos. 팬츠는 Real Fake Dot. 슈즈는 Magliano. 글러브는 Bell & Nouveau.

가수로서 성공했을 때도 20대 초반에 불과했어요. 본인이 약자라고 느꼈던 시기도 있을지
어릴 때 일하는 게 위험 요소가 있다면, 경험치에 비해 책임을 질게 많다는 거예요. 내가 쌓아둔 게 많아서 주어진 게 아닐 때는 흉내 내는 데만 급급하거든요. 그때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가 너무 중요해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된 뒤 돌아보니 저 또한 원래 이런 거라고, 다른 걸 보지 못하도록 가스라이팅을 많이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일은 또 당시의 내가 굉장히 신뢰했던 사람에게 당할 확률이 높잖아요. 그걸 깨달았을 때 ‘그때 내가 순진했지’라고 그냥 흘려보낼 게 아니라 깊게 깨쳐야 하고, 인간적으로 ‘레벨업’해야 하는데 저는 그러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다행히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좋은 방향으로 잘 온 것 같아요.
 
김동욱과 김성규, 두 배우와의 호흡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함께한 동욱이는 그때도 에너지가 남달랐던 게 기억나요. 눈이 너무 반짝여서 약간 거슬릴 정도였죠(웃음). 현장에서도 정말 파워플해서 몰입하게 돼요. 동욱이가 연기할 때는 말을 걸 수가 없어요. 성규는 생각도, 고민도 많죠. 두 사람 은근 수다쟁이랍니다.
 
필모그래피가 아주 빼곡해요.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흘러온 것처럼 보이지만 치열하게 노력했거나 도전을 고민했던 시기도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이미지에 변신이 아닌, 변주를 주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전작의 변호사나 법무법인 비서같이 제 기존 이미지와 상대적으로 잘 어울리는 연기가 아닌, 연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만난 것이 지난 해 〈월간 집〉의 여의주였죠. 코미디 연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해냈고, 현실을 즐기는 커리어 우먼인 역할인 만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사가 많았던 것 같아요. 노력이라기보다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극중 여의주가 영원(전소민)의 좋은 회사 선배이자 언니라는 점도 좋았어요. 혼자 잘 사는 여성 롤 모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잘 살기 위해 뭐가 가장 필요한 것 같은지
일을 집중해서 하는 것 외에 지금 제 삶은 되게 단순해요. 좋은 언니들, 건강하게 잘 사는 언니들을 만나세요. 내게도 건강한 멘토가 있어야 후배나 동생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거든요. 일과 사랑은 기본으로 잘하되 옆에 좋은 사람 한두 명을 꼭 두면 좋겠어요.
 
“눈물을 멈추게 하는 건 돈밖에 없거든.” 절친 이지혜 씨와 〈동상이몽〉에 출연했을 때 금전적 도움을 준 과거 이야기가 나오자 했던 말이죠. 표현은 투박하지만 어떤 진심이 느껴졌어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힘을 주나요
흔히들 ‘준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돈이든, 시간이든 주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이더군요. 톱 가수였던 지혜가 무너지면서 여유를 잃었을 때 그 친구랑 나눌 수 있는 게 있었던 거고요. 예전에는 누군가 가볍게 ‘밥 한번 먹자’고 하면 응하기도 했고, 맨날 만나는 사람이 제일 친한 사람인 줄 알고 내 시간을 다 나눠줬어요. 그러다 정말 중요한 사람들을 놓친다는 걸 알았죠. 진짜 내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보면 그냥 부모님이거든요. 지금은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내준다는 것의 가치를 알고 고마워하려고 해요.
 
유튜브 ‘채정안 TV’를 비롯해 개인 SNS를 통한 소통도 활발해요. 이런 일은 어떤 즐거움을 주나요 
유튜브는 댓글이 종종 감동적이에요. 요즘 좀 일상이 퍽퍽했는데 영상을 보는 게 즐거움이 됐다, 기분이 달라졌다는 댓글을 보면 그냥 내가 가진 노하우와 일상을 나눴을 뿐인데 그게 누군가에게는 에너지가 된다는 게 너무 뿌듯한 거예요. 누군가의 정신적 상태에 내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끼며 저도 에너지를 받는 거죠.
 
〈커피프린스 1호점〉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에서 ‘그때  청춘이었던 걸 몰랐던 것마저도 너무 청춘 같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청춘은 지금 채정안이 살아가는 데 어떤 힘을 주나요
오늘이 항상 나의 청춘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는 존재가 소중하다는 걸 진심으로 느끼고, 나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나 청춘일 때는 내가 그렇게까지 귀하고 예쁜 줄은 몰랐죠. 그 시간을 모르고 놓쳤다는 아쉬움을 앞으로는 느낄 일이 없도록 후회할 일은 하지 않고 살려고 해요.
 
채정안이 더 잘하고 싶은 것은
남들한테 사랑받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나를 더 사랑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요. 그래야 또 내 안에서 바깥으로 사랑이 흘러갈 수 있더라고요. 일도 더 열심히 하고, 누군가에게 더 열심히 사랑을 주려고 하는 그런 사람이 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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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전혜진
    사진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박선용
    헤어 스타일리스트 선우/ 무진/ 제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홍현정/ 구민/ 모아름
    세트 스타일리스트 이서경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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