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불모지 한국에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하는 4대륙 선수권 금메달이 나온 건 2009년 밴쿠버 대회였습니다. 특정 국가 선수들이 독식하다시피 가져가던 메달을 한국 선수 최초로 따낸 건 김연아였어요. 이후 2020년 '김연아 키즈' 유영이 4대륙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남자 피겨의 국제 대회 메달권 진입은 아직 요원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2022년, 드디어 남자 피겨에서도 4대륙 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나왔습니다. 한국 피겨 남자 싱글 간판인 차준환이 시상대 꼭대기에 태극기를 꽂았죠. 그는 22일(현지시각) 에스토니아 탈린의 톤디라바 아이스홀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 프리 스케이팅에서 174.26점을 받았습니다. 전날 선보인 쇼트 프로그램 점수가 98.96점으로, 총점 273.22점을 받은 차준환이 대회 우승의 영예를 안게 됐어요.
이는 김연아 이후 13년 만의 4대륙 선수권 우승이고, 한국 남자 피겨 싱글 사상 첫 국제 대회 메달이자, 차준환 개인에겐 성인이 된 후 세계의 선수들과 겨루는 대회 첫 1위라는 의미 있는 기록입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실수 없이 쇼트 프로그램을 소화했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선 첫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토룹에서 착지 실수로 넘어졌습니다. 이 대목에서 4점에 가까운 감점을 받았지만 쿼드러플 살코-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를 연이어 성공하며 바로 평정심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어요. 이날 차준환의 섬세하고 우아한 이너바우어는 심사위원단의 최고 가산점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열흘 여 앞두고 있던 시점인 터라 이번 선수권에 남자 피겨계의 톱스타인 네이선 첸, 하뉴 유즈루 등은 불참했습니다. 차준환 역시 올림픽 준비에만 매진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4대륙 선수권 참가라는 그의 모험은 성공적이었어요. 대한민국 남자 피겨 사상 첫 국제 선수권 메달은 그에게 기록과 더불어 자신감을 안겼으니까요. 베이징 올림픽 무대에서도 마음껏 기량을 펼쳐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