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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백기는 있어도 얼굴 공백기는 없다. 서강준의 입대 전 마지막 화보

겨울밤 공기 속 피어오른 입김처럼. 서강준의 담담함. 그리고 그 틈새의 온기에 대하여.

BY이마루2021.12.06
 
입대 소식 듣고 가장 먼저 서강준의 고양이들 생각이 났어요. 고양이들은 잘 지내나요 
준비는 다 했고 이제 가기만 하면 됩니다(웃음). 가까운 지인이 집과 고양이를 돌봐주기로 했어요. 지인에게도 고양이가 있어서 저희 고양이 세 마리까지 합치면 총 네 마리의 고양이를 돌볼 예정이죠. 
고양이 네 마리라니! 쉬운 일은 아니겠어요. 사람들이 또 어떤 걸 궁금해 하던가요  
얼마 전 〈그리드〉 쇼케이스 때 김아중, 이시영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대 배치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터틀넥은 J. Rium. 팬츠는 Given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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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프린트 셔츠와 블랙 팬츠, 슈즈는 Alexander McQueen

화이트 프린트 셔츠와 블랙 팬츠, 슈즈는 Alexander McQueen

〈그리드〉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예요. 연쇄살인자를 추적하는 관리국 직원이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게 많지 않아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장면을 하나하나 빚어가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비밀의 숲〉이 그랬듯 이수연 작가님 작품이 캐릭터 느낌이 강하다 보니 촬영하면서 다른 배우들과 접점이 많지 않았죠. 쇼케이스 때 제일 이야기를 많이 나눈 기분이에요. 
영화 〈해피 뉴 이어〉도 개봉을 앞두고 있고, 입대 후 수확할 거리를 만들어둔 느낌도 듭니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리드〉와 〈해피 뉴 이어〉 모두 올해 5월에 촬영을 시작했는데요. 전 완성작을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개봉하고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순간을 사람들과 함께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작품도 더 많이 하고 싶었고요. 비록 이런저런 상황이 따라주지 못했지만요.  
오늘 촬영은 〈벨벳 골드마인〉 속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를 떠올리며 준비했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글래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에요 
새로웠어요. 이런 소품은 어떤 마음으로 준비한 걸까, 그런 궁금증 덕에 즐거웠죠.  
화보를 통해 오마주하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요 
〈본 투 비 블루〉 속 에던 호크가 좋을 것 같아요. 그가 연기한 쳇 베이커의 어딘가 완전 미쳐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멋있었어요. 
예전에 ‘외로움은 당연한 감정’이라고 했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나요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니까요. 본인은 외롭지 않다는 사람조차 어쩌면 자신의 감정 상태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요. 저는 외로움이 찾아오면 좀 더 들여다봐요. 지금 내게 부족한 게 뭔지. 애정이나 온기인지 사람인지….  
반면 가까운 사람이 당신에게 ‘외롭다’고 털어놓으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그건 걱정될 것 같은데요. 저야 이런 감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지만 상대방은 어느 정도의 깊이로 말한 건지 알 수 없잖아요. 정말 고통스러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말했을 수도 있고.
당신이 23세일 때 한 번 만난 적 있어요. 〈치즈인더트랩〉 캐스팅 기사가 난 직후였고 ‘연하남’ ‘꽃미남’ 수식어가 따라다녔죠. 그때 이 사람이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스스로 어떤 로드맵을 그리고 있었을지
지금 돌아봐도 제가 심적으로 꽤 힘들었던 때예요. 한창 성장할 때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안 됐었거든요. 그때는 미래를 그릴 수도, 그럴 엄두도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장 눈앞에 있는 것도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때와 비교해 어떤 사람이 된 것 같나요
가장 큰 변화는 촬영장이 좋아졌다는 거예요. 그때는 현장이 두려웠거든요.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정말 무서웠죠.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의 현장은 내가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이에요. 첫 촬영 때의 긴장감도 두려움보다 설렘에 가깝죠.  
 
레드 실크 셔츠는 YCH. 팬츠는 Givenchy

레드 실크 셔츠는 YCH. 팬츠는 Givenchy

 
가죽 재킷과 팬츠, 블랙 부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가죽 재킷과 팬츠, 블랙 부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자신감의 문제일까요. 단순히 익숙해졌다고 촬영장이 편안할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제가 막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아니에요(웃음). ‘이렇게만 하면 되겠지’ 같은 확신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다만 제 주관을 갖고 준비해서 현장에 가져온 것들이 조금씩 변하는 과정 자체가 편안하게 느껴져요. 그런 과정에는 좀 익숙해진 것 같아요. 
가장 자유롭게, 연기적으로 발산했다고 느낀 작품은 
의외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예요. 은섭이가 처한 상황에 집중하려고 많이 노력했거든요. 보는 분들이 알아채지는 못했겠지만 각 테이크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보기도 하고, 여러 시도를 해서 연기자로서 굉장히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당신도 혼자 있을 때 신나서 춤추고 노래하나요 
혼자 있는 데 신이 날 수 있나요(웃음)? 일단 춤은 제가 너무 못 춰서 혼자 있을 때도 시도하지 않고요. 자주 듣는 노래를 흥얼거릴 때는 있는 것 같아요. 이예준의 ‘다시 만날까 봐’와 샘김의 ‘향기’를 요즘 자주 듣고 있어요. 
공식적인 자리나 촬영장을 제외하고, 최근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간 곳은 
저는 번화가를 자주 가요. 친구들과 술집도 가고요. 직업에서 벗어난 기분을 느끼는 게 제게는 중요해서요. 당연히 모자도 마스크도 챙겨 쓰지만 그래도 제약 없이 내가 가고 싶은 대로 발걸음을 옮기고,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의미를 찾는 편이에요.
한강을 자주 찾는다는 건 잘 알려져 있어요
요즘 집 주변을 거닐면서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해요. 사람들도 구경하고, 바람도 느끼다 보면 새롭게 발굴되는 감정이 있더라고요. 매일 볼 수 있었던 것도 어느 순간 굉장히 크게 들어올 때가 있잖아요. 왜 예전에는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을까, 어떤 풍경은 예쁜데 또 쓸쓸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총체적으로 드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나누고 싶은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기도 하나요 
그런 건 절대 안 합니다. 사진 자체를 많이 찍지 않아요. 
SNS도 활발하게 하는 편은 절대 아니죠. ‘눈팅’은 할지 
그건 꽤 해요. 회사 공식 계정에 무슨 사진이 오르는지, 가끔 올라오는 ‘꿀팁’도 보고….  무념무상 그 안을 돌아다니는 거죠.
유튜브 영상도 보고요 
보긴 하지만 제 이름을 검색창에 쳐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알고리즘에 제가 출연한 작품의 클립이 뜬 적도 없어요. 아마 저 같은 사람도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화이트 프릴 셔츠와 블랙 니트, 팬츠, 케이프는 모두 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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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재킷과 팬츠, 블랙 부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가죽 재킷과 팬츠, 블랙 부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근 본 영화나 좋아하는 작품 이야기를 할 때 언급되는 작품들을 보면 서강준이라는 개인의 취향 자체가 대중성과 좀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요 
확실히 그렇게 느껴질 때도 있죠.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연기자로서의 모습과 개인적 취향 사이에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요.  뭘 하든 ‘사람들이 좋아해 주겠지’가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는 아니에요. 연기는 결국 저의 일이니까, 제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대중 또한 저를 볼 자유와 보지 않을 자유가 있고요. 
나는 어떤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이 가진 특성을 언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나요  
글쎄요. 관계의 테두리가 확실히 존재하는 편이라는 걸 깨달은 데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이 계기였던 것 같긴 해요.  
〈룸메이트〉〈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데뷔 초에는 많이 화제가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볼 수 없었죠 
맞아요. 재미있게 했고 좋은 점도 있었는데 타고난 제 성향과 너무 다르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새로운 출연자나 아이템 같은 자극이 계속 존재하는 현장이잖아요. 그에 대해 반응도 분명하게 해야 하고요. 그런데 저는 외부 반응에 무감각한 편이다 보니 자꾸 연기 아닌 연기를 하게 되더군요. 문득 누군가에게는 이게 진짜 직업이고 소명인데 내가 이런 마음으로 출연하는 게 프로그램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라는 존재를 자꾸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가 좀 지겹게 느껴지지는 않나요 
지겹지는 않아요. 다만 이런 인터뷰 질문을 통해 성격이나 주변 관계를 돌이켜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어요. 좀 더 살갑고 다정할 수 있는 순간에도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닫힌 사람처럼 보일 테니까요. 물론 그것도 받아들이며 살고 있지만요.  
‘넌 이것만 고치면 좋을 텐데’ 같은 말을 들어본 적 있을지  
고집이 왜 이렇게 세냐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어요. 누군가 저에게 이건 고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너는 완벽하냐’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요?
‘너나 잘하세요’군요(웃음). 뭔가 포기해야 할 때 그 과정을 스스로 납득하나요 
일과 관계된 게 아닌,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쉽게 포기하는 편이에요. 사실 일에서 포기하는 법도 요즘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그럴 때도 내려놓지 않으면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힐 수 있으니까 받아들이려 하죠.  
서강준을 즉각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건 뭔가요. 소소하게라도 즐겁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씻는 것. 물과 함께 오늘 묻은 스트레스를 떠내려 보낸 뒤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는 거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행복이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나요
자기를 많이 좋아했다는 것, 나름 소중하게 잘 대해줬다는 걸 기억해 줬음 좋겠어요. 누군가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는 마음을, 제가 느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