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베를린에서 The faces of SILENCE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다시, 베를린에서 The faces of SILENCE

2년 전 ‘2020 대구사진비엔날레’를 통해 만난 베를린의 독립 큐레이터 키아라 발치 마차라. <엘르>의 포토 디렉터 우창원이 두 번째 베를린 전시 <사일런스>를 열었다.

이경진 BY 이경진 2021.11.18
베를린에서 두 번째 전시다. 같은 곳에서 같은 큐레이터와 함께
우창원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모든 것은 2019년에 이뤄졌다. 그해 3월 천 전시 〈물성에 반응하다〉를 시작으로 8월 한국과 베를린에서 각각 〈너와 같다 Like You〉, 대구사진비엔날레 〈모프 오 Morph O〉까지. 베를린에 왔는데 키아라가 오프닝 다음날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간 포트폴리오를 보여줬고, 이번 전시계획을 세웠다.
 
이번 전시 〈사일런스 Sil(h)ence〉는 2년 전의 전시 〈모프 오〉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작품이 가진 이미지도, 전시장과 작가, 큐레이터의 모습도. 붉은 꽃이 그려진 키아라의 화려한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는데
키아라 발치 마차라(이하 키아라) 〈모프 오〉는 사물과 물질, 형태 등의 변화와 포용을 다룬 전시이자 그룹전이었다. 이번엔 우창원 작가의 개인전으로, ‘침묵’을 주제로 한다. 전시장은 마찬가지로 미테에 있는 ‘쿤스트페라인 암 로자-룩셈부르크-플라츠(Kunstverein am Rosa Luxemburg Platz)’를 택했다. 이곳의 헤드 큐레이터인 수잔네 프린츠는 제주도에서 예술 연구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 있어 한국과 아시아 작가에게 관심이 많다. 우리 모두 우창원의 포트폴리오에 담긴 작품에 홀딱 반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시 일정이 1년이나 늦어졌지만.
 
우창원 작가는 프로덕트 사진가다. 사람은 찍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이전 전시에서도 물질과 물성의 세계를 관찰하고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인물을 찍었다
우창원 정확히 말하면 ‘마스크’다. 인물의 얼굴을 석고 마스크로 뜬 후 이 마스크를 피사체로 촬영했다. 죽은 직후 밀랍이나 석고로 얼굴을 본떠 만드는 안면상 ‘데스마스크’를 모티프로 했다. 내가 사진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물질’이라기보다 ‘본질’이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떠올리곤 했던 존재에 대한 물음, 어느 날 거울 속에 투영된 내 모습. 우연히 본 데스마스크에서 거울을 통해 본 내 얼굴과 맞닥뜨렸고, 그렇게 이 작업을 시작했다. 스무 명이 넘는 이들의 마스크를 찍었고 그중 16점을 베를린에 가져왔다.
전시 타이틀인 ‘Sil(h)ence’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키아라 ‘Sil(h)ence’는 ‘Silence(침묵)’와 ‘Hence(그러므로)’의 조합이다. 여기서 침묵은 작가에겐 예술적 작업의 시작점인 명상과 성찰의 순간이고, 관객에겐 답변이자 고정된 순간, 명상으로 나아가는 시작이며 깊은 통찰을 향한 거울이 된다. ‘Sil(h)ence’는 여기에 ‘그러므로’가 더해져 역동성을 내포한다.
 
내면의 장면을 형상화한 우창원의 사진들. 작품 속의 마스크는 명상 중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돼 바라보는 사람들을 비춘다. 인물의 얼굴을 석고 마스크로 만든 후, 이 마스크를 피사체로 촬영한 사진 작품이다.내면의 장면을 형상화한 우창원의 사진들. 작품 속의 마스크는 명상 중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돼 바라보는 사람들을 비춘다. 인물의 얼굴을 석고 마스크로 만든 후, 이 마스크를 피사체로 촬영한 사진 작품이다.내면의 장면을 형상화한 우창원의 사진들. 작품 속의 마스크는 명상 중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돼 바라보는 사람들을 비춘다. 인물의 얼굴을 석고 마스크로 만든 후, 이 마스크를 피사체로 촬영한 사진 작품이다.
전시 텍스트에 불교적 개념이 다소 등장한다. ‘눈을 감은 채 침묵하는 행위는 ‘공(空 · Emptiness)’을 향한 몸짓이며, 동남아시아 불교의 명상법 중 하나인 ‘면벽수행’과 닿아 있다. 불자인가 
우창원 아니다. 작품에서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을 발견한 것은 키아라다. 나의 막연한 생각들을 구체화시키고 재구성해 ‘사일런스 Sil(h)ence’라는 주제를 이끌어낸 것 모두 큐레이터의 몫이었다. 오브제가 다르긴 하지만 시간을 대하는 초상 작업을 쭉 해왔고, 마스크 작품도 그중 하나였다. 서양인의 관점에서 우리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동양 감성을 발굴해 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만약 작가가 서양인의 마스크를 찍었다면 동양적 감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
키아라 놀랍게도 마스크에 담긴 이미지들은 시간과 공간, 장르를 초월한다. 어떤 마스크는 수행을 마친 달마의 얼굴 같고, 또 어떤 마스크는 그리스 로마 시대 군사의 얼굴 같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매끈히 그려낸 듯한 얼굴도, 고대 동상을 그대로 따온 것 같은 얼굴도 있다. 내가 발견한 동양적 감성은 내면의 에너지에 관한 것이다.
관객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우창원 침묵 속에 이뤄지는 전시다. 내가 거울 앞에 서서 맞닥뜨린 감정처럼 작품을 통해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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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사진 최다함
    글 서다희
    에디터 이경진
    디자인 민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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