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람들이 발우공양에 눈물 지었다고? 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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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람들이 발우공양에 눈물 지었다고? 왜?

넷플릭스 스타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이 유럽을 휩쓸었다!

이경진 BY 이경진 2021.11.18
삼다리가 특징인 도자기 그릇은 Ido.

삼다리가 특징인 도자기 그릇은 Ido.

지난여름 스페인 각종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한국인이 있다. 전라남도 백양사 천진암의 주지인 정관스님이다. 1985년에 시작해 올해로 제37회를 맞은 축제 ‘베라노스 데 라 비야’는 마드리드의 여름을 대표한 7~8월에 걸쳐 무려 30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 가운데 주빈국인 한국의 미술, 연극, 문학, 음악, 요리가 폭넓게 소개됐다. 그중에서도 현지인들의 가장 큰 기대를 모은 것은 정관스님의 사찰 음식 행사 ‘이 음식이 어디서 오는가’였다. 축제 관계자의 귀띔에 따르면 한국이 아시아 국가 최초 주빈국으로 결정되기까지 정관스님과 사찰 음식의 명성이 한몫했다고 한다.
 
유럽에서 정관스님은 넷플릭스 스타다. 2017년 넷플릭스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 3〉에 출연해 한국의 사찰 음식을 세상에 알리며 전 세계에 두터운 팬덤이 형성됐다. 정관스님의 행사가 한국 문화 프로그램은 물론 축제 전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손꼽힌 이유다. 행사는 두 차례에 걸쳐 펼쳐진 시연회와 발우공양 체험 행사 2회로 구성됐다. 스페인 셰프연합회의 쿠킹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시연회에서 정관스님은 스페인의 내로라하는 셰프들에게 곱게 싼 연잎밥과 현지 채소를 이용한 김치, 표고버섯 조청조림을 요리하고 토마토와 매실장아찌, 바삭하게 튀긴 김부각, 천진암에서 직접 덖은 녹차를 대접했다. 발우공양 행사는 스페인 한국문화원에서 열렸다. 차조밥과 능이된장국에 수삼튀김, 양송이버섯찜, 두부구이와 산초장아찌, 고춧잎 된장무침과 박나물 들기름볶음 등 10여 가지 반찬을 사찰에서 사용하는 나무 그릇인 발우에 담겼다. 이 사찰 음식을 향한 뜨거운 반응은 미디어와 SNS를 통해 곧장 퍼져나갔다. 스페인 국영방송 RTVE는 “정관스님의 철학과 음식은 우리를 돌보고 지구를 돌보는 길”이라고 보도했으며, 스페인 셰프연합회 회장인 페파 무뇨스는 “스님의 음식은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그보다 더욱 귀중한 것은 음식을 향한 마음가짐”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발우공양 행사 중엔 곳곳에서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바르셀로나 근교에서 마드리드까지 6시간 넘게 운전해 왔다는 셰프 페란 가르시아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음식, 위로가 되는 요리를 맛보는 행운”이라고 감동을 표현했다.  
 
사실 이런 반응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엔 베를린·로마·취리히·두바이 등 해외 초청 행사가 줄을 이었고, 어떤 이들은 직접 천진암을 찾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요리를 먹으려면 뉴욕이나 덴마크가 아닌 천진암으로 가라”는 〈뉴욕 타임스〉 기자 제프 고디니어의 글을 보고 넷플릭스 촬영 팀이 천진암으로 향했듯이 말이다.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에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단 셰프, 방송작가, 다큐멘터리 제작자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들던 풍경을 지금도 기억한다. 국적과 인종, 종교와 문화를 넘어 정관스님의 사찰 음식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은 행사 제목인 ‘이 음식이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찾을 수 있다.
 
‘먹기’ 편한 세상이다. 스마트폰 화면 버튼을 몇 번 누르면 얼마 후 집 앞으로 음식이 도착한다. 빠르게 먹고 소비하는 일상은 어느덧 육체적·정신적 건강은 물론 지구의 건강까지 잃게 만들었다. 반면 사찰 음식은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것 또한 수행으로 여긴다.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앞에 오게 됐는지 생각하면서 자연의 소중함, 생명의 존엄함, 준비한 이에 대한 감사함 등을 깨닫게 한다. 정관스님이 ‘철학자 셰프’로 소개되는 까닭이다. ‘힙’하다는 표현이 다소 불경스러울 수 있겠지만 사찰 음식에는 현시대가 추구하는 키워드가 한데 담겨 있다. 직접 재배한 지역 식재료를 이용한 자연 채식이자 슬로 푸드, 건강에 좋은 발효 음식을 근간으로 하고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식사가 가능하다. 게다가 정관스님의 사찰 음식은 보기에도 예쁘고, 정말 맛있다! 태생부터 어쩔 수 없이 ‘힙’한 사찰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수원 광교로 향할 것. 광교 호수공원 앞에 있는 전통 채식 레스토랑 ‘두수고방’에서 스님의 철학과 손맛이 깃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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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사진 맹민화
    글 서다희
    디자인 민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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