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집’의 커뮤니티 매니저, 무과수의 방은 어떤 모습일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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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집’의 커뮤니티 매니저, 무과수의 방은 어떤 모습일까

매일 새로운 공간을 마주하는 사람의 방에 들렀다.

ELLE BY ELLE 2021.11.12
무과수, 작가 ‘오늘의 집’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며 다양한 공간과 삶에 대해 생각한다.
 
홀로, 또 같이, 나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유연한 변화들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은 대부분 밖에서 일어난다. 외부에서 오는 다양한 자극은 내게 좋은 영향을 줄 때도 있지만, 에너지가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만의 공간은 외부의 모든 자극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나만의 공간에는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으니까. 나는 이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힘들 때는 치유를 경험하고, 밖에서 일어난 일을 또 다른 형태로 발전시키기도 하면서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 혼자 살고 있는 지금의 공간에서 살게 된 건 2019년 12월부터였다. 지금은 동네 이웃이 된 지인의 집이었는데, 이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다 이사 오게 됐다. 아무 연고도 없는 동네였지만, 이전에 살던 공간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채워주는 집이었다. 커다란 부엌과 은은히 들어오는 빛 그리고 넓은 공간. 그만큼 주거 비용도 배로 늘어났지만, 왠지 이곳에서는 집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 집은 좁기도 했고 햇빛도 잘 들지 않아 집에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다.
 
그렇게 아현동에서 살게 된 지 2년이 다 돼간다. 오래된 다가구주택의 나무 문틀이 마음에 들어 이 집을 선택했지만 처음에는 단열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집에서 맞았던 첫겨울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정말 당혹스러울 정도로 추웠다. 하지만 점차 적응하고, 나름의 방법을 찾아나가게 됐다. 추위에 적응하면서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는 용기 또한 얻었다. 집 곳곳에는 내가 갖고 있던 물건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에 놓여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사도 변했기 때문에 물건도 소재와 형태, 컬러, 스타일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집 구조는 그때그때의 라이프 패턴에 따라 자주 바꾸는 편이다. 살다 보면 자주 다니는 이동 경로나 각 공간의 쓸모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거기에 맞춰 가구를 이동한다. 최근 이 집과 내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가구 배치를 찾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재택하는 중이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나만의 공간에서 보낸다. 밥 먹고, 자고, 일하고, 식물도 키우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커피나 차도 내려 마신다. 이 공간에서 이런 별다를 것 없는 일을 할 때 가장 마음이 평온하다. 조금 적적하다 싶을 때는 이웃이나 친구를 초대해 또 다른 생기를 불어넣는다. 예전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 온 이유는 낯선 사람을 초대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싶기 때문이었는데, 아쉽게도 아직 못하고 있다. 이 공간을 통해 하고 싶은 게 많다. 동네 이웃을 만들어서 물건이나 채소를 교환하거나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열고 싶고, 집을 기반으로 사람을 계속 만나고 싶다.
 
요즘은 다음 집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우선 텃밭을 제대로 가꿀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이면 좋겠다. 안과 밖의 경계는 옅을수록 좋을 것 같다. 툇마루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집의 크기는 구석구석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작은 집이었으면 한다. 지금 집은 혼자 청소하기 너무 버겁다. 도심보다 좀 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다. 숲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창밖으로 보여도 만족할 것 같다. 지금 당장 정착하지 못하는 상황을, 오히려 나에게 꼭 맞는 최적의 공간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집에 관한 시각과 생각이 넓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집을 마련하는 데 희망을 품기 어려운 세대에게 개인 공간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데 아직 별다른 방법이 없는 듯하다. 아파트 같은 주거 형태만 계속 늘어나는 것도 아쉽다. 나처럼 다른 구조의 집에 살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주거 형태에 대한 선택지가 너무 적다. 그래서 지금 사는 공간처럼 오래된 집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 같다. 결국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다다른다. 가볍게 여기저기 머물면서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한곳에 정착해서 집과 함께 세월을 쌓고 싶기도 하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물리적 형태의 조건보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냥 잠만 자고 밥만 먹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딱 거기까지만 누리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하나둘씩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그 이상의 역할을 가지게 되는 게 공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면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먼저 상상해 보라.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충분히, 무엇이든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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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정윤주
    사진 맹민화
    디자인 민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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