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제떡볶이는 고추장 등을 기본으로 하는 기존의 떡볶이 양념에 ‘유크림’을 가미한 요리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추장이 기본 양념인 만큼 마라처럼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며, 유크림을 넣어 ‘맵린이’와 ‘맵찔이’도 포섭하고, 이국의 맛이 가미된 맛. 확실히 MZ세대는 매운맛만큼 이국적 터치를 중요한 매력 포인트로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로제떡볶이는 소스의 변형만큼 주재료 또한 흥미롭다. 마라탕에 넣던 콴펀, 분모자 등의 중국 당면을 적용한다. ‘쌀떡이냐’ ‘밀떡이냐’ 하는 다소 진부한 논쟁이 일던 판에 뉴 페이스가 등장한 것이다. 크림을 더했으니 ‘맵부심’ 강한 사람들은 시시해할 것 같다고? 전혀 아니다. 로제떡볶이는 매운맛을 단계별로 선택할 수 있으니까. 한편 로제떡볶이의 유행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배달 음식이 일상화된 현실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로제떡볶이는 마라보다 가격 면에서 부담 없고, 크림이 들어가며, 기본으로 첨가되는 밀떡과 필수 옵션인 분모자 등은 식어도 불지 않는다. 여러모로 혼자 배달하여 여러 번에 나눠 먹기에 적당하다. 식으면 더 맛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반’의 헤드 셰프 출신인 권영웅 셰프는 “우리나라는 매운맛을 즐기는 데 있어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말한다. 전 세계 어느 민족보다 맵부심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크게 분노할 만한 소리다. “한식에는 매운 음식이 많지만, 실제로 쓰이는 고추의 품종은 무척 한정적이에요. 동남아시아나 인도, 멕시코 등을 보면 한 가지 음식을 완성하는 데 서너 종류의 고추를 활용해요. 품종별로 매운맛의 강도도 제각각이고 매운맛 외에도 고소한 맛, 산미, 과실 향 등 다채로운 풍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풍미를 모른 채 캡사이신의 매운맛만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권 셰프는 우리나라가 국제화, 세계화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입맛은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 입맛에 맞게 현지 음식의 맛을 길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마라, 로제 등 이국적 터치가 가미된 음식을 즐기며 떡볶이에도 떡이 아닌 분모자 등을 넣는 걸 보면 확실히 사고나 입맛이 점점 개방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제주도에 내려가 ‘스누즈(Snooze)’라는 가게를 차린 권 셰프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다종다양한 고추를 활용해 고추의 복합적인 맛과 매력을 알릴 예정이다. 우리처럼 맵부심 강한 민족이 매운맛의 매력적인 향과 색감이 뿜어내는 다양한 레이어에 눈뜬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고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