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스튜디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끝나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세 번째 장(Phase 3)도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 2019년 처음으로 페이즈 4(Phase 4)의 공식 스케줄이 공개됐는데요. 바로 몇 개월 후 닥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으로 여러 일정들이 어긋나기는 했지만, 2021년 1월 드라마 〈완다 비전〉이, 7월 영화 〈블랙 위도우〉가 페이즈 4의 시작을 알렸죠.
예고됐듯 페이즈 4에서는 이전과 다른 마블의 다양한 시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성 히어로, 흑인 히어로, 아시안 히어로, 무슬림 히어로, 성소수자 히어로까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영웅들이 등장해 기존 히어로물의 전형성을 깨 부술 예정입니다. MCU 페이즈 4의 두 번째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는 아시안 히어로 '샹치'가 나오죠.
'아시안 히어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MCU에서 뿐만 아니라 북미 영화를 통틀어서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최초입니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진의 자부심이 대단한 건 당연하겠죠. 특히 주인공 샹치를 연기한 배우 시무 리우는 30일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샹치를 통해 아시아계 배우도 슈퍼 히어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CBC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의 정 김 캐릭터를 통해 얼굴을 알린 중국계 캐나다인 배우입니다.
〈김씨네 편의점〉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음에도 인종차별 논란으로 종영했는데요. 비아시안 제작진이 이 작품을 쓴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를 차별한 데다가 극 중 백인 여성 캐릭터로 스핀오프 드라마를 제작하겠다는 소식까지 알려졌어요. 당시 시무 리우는 "비아시안 캐릭터가 이 시리즈의 주역으로 나서는 걸 참을 수 없다"라며 해당 스핀오프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시무 리우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내가 자랄 때 아시아인들은 주로 뒤에 서 있었고, 다면적이지 않은 이차원적인 모습이었다"라면서 이 영화가 아시안 문화, 인종을 넘어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배울 수 있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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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화에서 샹치의 십년지기 친구 케이티를 연기한 배우 아콰피나는 "각종 미디어에서 아시안들이 자주 보이지 않는데 그런 면에서 (아시안이 주인공인) 이 작품은 의미가 깊다"라고 거들었어요. 그는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아버지가 중국인인 미국 사람입니다.
물론 샹치가 영화를 통해 펼치는 중국 무술들이 '이소룡', '쿵푸' 등 오리엔탈리즘의 대표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감독인 데스틴 대니얼 크리튼은 이렇게 말했어요. "배우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과거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고정관념처럼 보일 수 있는 요소들마저 자기 것으로 소화해 아주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인간 면모를 드러내는 연기를 했다.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라고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의 강력한 전설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양조위)와 암살자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달은 초인적 히어로 샹치(시무 리우)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그린 슈퍼 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한국에서 9월1일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