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광복절 연휴, 반드시 다시 봐야 할 일제강점기 배경 역사 영화 5

조선을 지켜 낸 영웅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BY라효진2021.08.13
 

〈동주〉 (2015)

 
영화 〈동주〉

영화 〈동주〉

 
시인 윤동주(강하늘)가 나라를 빼앗긴 부끄러움과 괴로움을 시로 적어 내릴 때 그의 사촌이자 가장 가까운 벗 송몽규(박정민)는 총을 들었습니다. 한 집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은 해방이라는 같은 꿈을 꿨지만, 그 꿈으로 다가가는 방법은 너무도 달랐죠.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조선을 떠나 일본 유학길에 오른 동주와 몽규는 저항의 증거를 각자의 방식으로 역사에 남깁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부끄러움의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통해 송몽규의 저항을 소개합니다. 운동가이기 이전에 수필가인 그는 모두가 질투할 재능을 지녔지만, 윤동주가 시를 사랑한 만큼 세상을 사랑한 인물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을 두 사람 이야기의 결말은 그래서 더 뭉클함을 남기죠. 영화 중간중간 흑백으로 연출된 담백한 화면 위에 서서히 떠오르는 윤동주의 시 구절에서는 낡은 종이책 냄새가 끼쳐오는 듯합니다.
 

〈박열〉 (2017)

 
영화 〈박열〉

영화 〈박열〉

 
조선 청년 박열이 독립운동을 한 건 어떤 애국심의 발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조선 최초의 무정부주의 단체 흑로회를 만든 아나키스트였어요. 정확히는 절대 권력을, 왕이 지배하는 일본의 제국주의를 부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대중적 방식은 독립 운동을 함께 한 일본인 아내 카네코 후미코와의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것도 사실이죠.
 
〈박열〉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계기로 일본 국가 권력과 본격적 싸움을 시작했던 박열과 카네코 후미코를 다루는데요. 사실 두 사람의 항일 활동은 이보다 앞서지만 일본 경찰을 잘 피해 다녔죠. 그러나 관동대지진 이후 엉망진창이 된 시국을 수습하지 못한 일본 정부가 의도적 괴소문을 퍼뜨리며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합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괴소문 탓에 일본인들의 죽창에 찔려 사망한 조선인은 6000여 명에 달합니다. 외부에 알려졌다가는 천황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이 학살을 은폐할 목적으로, 일본은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세운 박열과 카네코 후미코를 체포해 법정에 세웁니다. 재판장에 각각 사모관대와 치마저고리 차림을 한 채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난 두 사람의 모습, 일본의 간계에도 스스로 거대한 스캔들이 되기를 자처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통쾌함을 선사하기 충분합니다.
 

〈말모이〉 (2018)

 
영화 〈말모이〉

영화 〈말모이〉

 
일제강점기 일본은 단순히 조선인들을 때리고 죽이는 만행만 저지른 게 아닙니다. 민족 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강제로 일본식 이름을 짓게 하고(창씨개명), 일본어를 사용하게 했습니다. 결국은 조선인들의 가장 큰 자부심 중 하나인 한글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죠. 〈말모이〉는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경성을 배경으로, 한글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담았습니다.
 
조선어학회장 류정환(윤계상)은 우리말을 지키는 방법으로 '우리말 모으기', 즉 사전 편찬에 나섭니다. 하지만 일제의 살벌한 감시로 말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연한 계기로 조선어학회에 취직하는 까막눈 김판수(유해진)의 존재는 상징적입니다. 조선어학회의 엘리트들 뿐만 아니라, '글이고 나발이고 죽지 않고 사는 게 더 중요했던' 민초들이 합심해 우리말을 지키려 애썼다는 감동적 사실의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암살〉 (2015), 〈밀정〉 (2016)

 
영화 〈암살〉, 〈밀정〉

영화 〈암살〉, 〈밀정〉

이미 새드 엔딩일 것을 알고 보는 영화 만큼 슬픈 게 있을까요? 일제강점기를 누비던 의사와 열사들의 성공한 항일 운동은 숱한 실패 속에서 이뤄졌다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 왔습니다. 또 그 실패를 다룬 이야기들은 결말을 알기에 더 분하고 속상하게 다가오죠. 그런 감정들이 버거울 땐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영화들을 권합니다.
 
〈암살〉과 〈밀정〉은 당시를 다루는 영화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들입니다. 각각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친일파 암살 작전과 의열단의 황옥경부폭탄사건을 모티프로 한 두 영화는 가상의 인물들 사이 실존 인물을 실명 그대로 등장시킵니다. 바로 약산 김원봉이죠. 〈암살〉에선 조승우가, 〈밀정〉에선 이병헌이 연기했습니다.
 
영화 〈암살〉, 〈밀정〉

영화 〈암살〉, 〈밀정〉

 
픽션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항일운동가들이 나쁜 일본인들을 때려잡는 '사이다' 스토리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운동가들이, 또 우리가 바라던 역사 속 결말을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함께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허스토리〉 (2017), 〈아이 캔 스피크〉 (2017)

 
영화 〈허스토리〉, 〈아이 캔 스피크〉

영화 〈허스토리〉, 〈아이 캔 스피크〉

 
그 동안 대중문화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루는 방식은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일본군이 자행한 성폭력을 스펙터클로 소비하거나, 남성 항일 운동가들의 거대 서사 속 쪽방 한 켠 만을 내주는 식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다룬 훌륭한 독립 영화들이 종종 나왔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방식은 〈허스토리〉와 〈아이 캔 스피크〉를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허스토리〉는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 최초 증언으로부터 시작된 관부 재판을, 〈아이 캔 스피크〉는 미국 하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HR121) 통과를 바탕으로 하는데요. 두 영화에서 할머니가 된 피해자들은 세상으로 나와 당당히 사과를 요구합니다. 영화는 그 동안 쉬쉬하며 숨겨 왔던 피해자들의 분노를 친근한 픽션의 형식으로 대중에게 전합니다. 조국도, 자신도 힘이 없던 시절 당했던 무자비한 폭력을 전 세계에 폭로하고 다시 한 번 반성 없는 일본을 향해 싸움을 거는 할머니들, 두 영화는 그들의 목소리들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