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박세리·지소연이 '국가대표'에서 낸 '스포츠 우먼'들의 목소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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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박세리·지소연이 '국가대표'에서 낸 '스포츠 우먼'들의 목소리

여자도 스포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여자들.

라효진 BY 라효진 2021.08.13
여자 배구 국가대표이자 한국 배구의 레전드 김연경이 12일 대표팀 은퇴를 정식 발표했습니다. "막상 대표선수를 그만 둔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이라면서 "비록 코트 밖이지만 열심히 응원하겠다"라는 소회를 전했죠.
 
같은 날 KBS 1TV '다큐 인사이트 - 국가대표'에서는 김연경을 비롯해 축구 지소연, 골프 박세리, 펜싱 남현희, 수영 정유인 등 각 스포츠의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먼저 김연경은 "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국가대표를 꿈꿨다"라며 "그 꿈이 이뤄졌기 때문에 영광스럽고 자부심을 느낀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든 걸 다 쏟았다"라며 태극 마크 반납 심경을 밝혔습니다.
 
김연경의 등장 이후 남자 배구팀 뒤의 이벤트 경기처럼 여겨지던 여자 배구는 한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스포츠인 남자 프로야구에 비견될 만큼 성장했습니다. 그 동안 여자 배구팀을 수식하는 말은 '아기자기한 맛의 경기', '미녀 군단', '미인 선수가 많은 팀' 등이었어요. '김치찌개 회식', '남자 팀은 전원 비즈니스석, 여자 팀은 절반만', '국제 경기에 통역 없어 선수가 대신 통역' 등 황당하기 그지 없는 차별적 사건들도 많았죠.
 
모두가 여기에 순응하던 와중에 김연경이 손을 들고 "왜?"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을 하지만,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나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한다"라며 "안좋은 얘기를 듣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라고 소신을 밝혔어요. 실력으로 말하는 김연경 덕에 2020 도쿄 올림픽 때는 직전 올림픽에 비해 여자 배구팀 파견비가 3배 증액됐고, 지원 인력도 2배 늘어났습니다. 여자 선수들이 오로지 운동에만 신경쓸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 나가는 중입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려면 세계 1등 정도는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고함을 질러 준 김연경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전된 남녀 배구팀 위상에도 임금 격차는 상당합니다.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복귀할 당시 화제가 됐던 '샐러리캡' 규모 역시 남녀 팀의 차이가 크죠. 이는 배구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에요. "왜 우리 여자 선수들은 많은 상금을 받지 못할까?" 김연경이 던진 의문입니다.
 
'골프 황제' 박세리는 더 오래 전부터 같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여자 선수의 우승 상금과 남자 선수의 순위권 상금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죠. LPGA가 인기를 얻으며 상금 액수도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남자 골프와 여자 골프의 총 상금은 6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박세리의 등장 이후 국내 골프 상금 규모는 역전을 했지만요.
 
은퇴 후 지도자가 되는 선수의 비율도 남자에 비해 여자가 턱없이 적습니다. 뛰는 선수들은 다 여자인데, 벤치에 앉은 코치와 감독은 전부 남자인 경우가 적지 않죠. 여자 핸드볼 김온아도 불만을 토로합니다. "왜 메달리스트 언니들이 지도를 안 할까? 자리가 없는 걸까?"
 
 
펜싱계 전설인 남현희 역시 국가대표 출신의 여자 감독은 없다고 말합니다. 여자 선수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건 여자 지도자임이 분명한데도 말이죠. 현재 한국 스포츠 역사상 국가대표 출신 여성 대표팀 지도자는 손에 꼽습니다. 체육 지도자 성별 불균형도 심각하다는 소리입니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배르탱 남작은 여자의 올림픽 출전을 원치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메달을 건네는 역할로 충분하며, 여자가 땀 흘리며 뛰는 모습이 추하고 상스럽다고 했죠. 초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여자들의 반발로 2회부턴 남녀 모두 출전권을 얻었습니다. 그 후 120년, 여자들은 싸웠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숫자 맞추기'에 불과하더라도 '성평등 올림픽'을 주창했고, 여자 선수의 비율을 약 49%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여자 축구 지소연은 "(목소리를 내면) 욕 먹겠죠?"라고 반문하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싸운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단단한 여자들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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