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골 마을 아무샹에서의 45일을 기록한 〈A Mouchamps 아무샹〉 이후 1년 만에 내놓은 프로젝트다
모아 여전히 다양한 거주 형태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은 제주 전셋집에서 다거점생활 중이다. 3주는 제주에서, 일주일은 서울에서 보내는 식이다. 이번 책은 제주 겨우살이를 담았다. 사계 연작으로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남훈 디자인부터 편집, 감리까지 직접하고 있다. 이야기를 빠르고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유다.
많은 독자에게 이미 익숙한 제주 삶을 기록한 이유는
모아 제주의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부분 때문이다. 함께 아는 것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 공감대가 더욱 깊어지지 않나. 낯선 곳의 이야기를 전했으니 이제 내 나라, 가장 멀고도 가까운 곳을 주제로 소통하고 싶었다.
남훈 엄밀하게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생활을 통해 얻은 것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남훈 오랜 기간 거주해 온 서울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됐다. 두 곳의 대비가 극명했다. 번잡스럽고 치열해 보이던 서울의 삶이 활력 있게 보이고 느슨하게만 보이던 제주 시골 마을의 삶이 여유롭고 알차게 느껴졌다.
모아 제주에 살며 부족한 부분을 서울에서 채우고, 서울의 부족한 면을 제주에서 채웠다. ‘냉온탕’을 오가며 삶이 결핍 없이 더욱 충만해졌다고 할까. 무엇을 얻으려 제주에 갔다기보다 그곳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가 무엇이 됐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앉은자리가 바뀌면 시선과 시야, 생각도 바뀐다.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낮게’ 바뀌니 정제된 감각으로 작업이나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
8월 31일까지 서촌에 자리한 ‘한권의 서점’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모아 소박하게나마 다른 방식의 삶을 살며 얻은 것을 영상이든 소리 채집이든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로 꺼내 보이고 싶었다. 우리의 소리를 더욱 풍부하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획일적인 삶의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밴 안에서 혹은 거점을 옮기며 살아가고 있다. 찾던 ‘거주와 삶’의 궁극적인 해답 가까이 가고 있는지
남훈 살면서 하고 싶은 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숙제처럼 어렵기도, 재밌기도 하다.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한다는 감각에 의미가 있다.
모아 삶을 대하는 거침없는 태도가 생겼다. 어떤 방식으로 살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그 형태가 뚜렷하고 선명해졌다. 떠돌고 싶다가 또 머물고 싶은 마음 사이의 어떤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
20년 가까이 함께 여행하고 동거하고 동업한 특별한 사이다. 서로가 있기에 용감할 수 있는 걸까
모아 일과 생활, 모든 것을 함께하다 보니 우리 사이에는 완벽한 퇴근이란 게 없다. 자면서까지 나노 단위의 사회생활을 하는 것과 같다. 힘들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좋은 점은 남편이 사각지대에 달린 거울과 같은 존재가 돼준다는 거다.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있을 때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얘기해 주는 사람이기에 지치지 않고 노력해 나갈 수 있다.
남훈 벌써 20주년이라니! 아내는 나를 가끔 ‘집’이라고 표현한다. 어디서든 둘만 있으면 그곳이 집인 거다. 떠돌면서도 어딘가에 계속 머무는 듯한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