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말 괜찮은 걸까? 9가지 키워드로 점검해 보는 내 마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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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말 괜찮은 걸까? 9가지 키워드로 점검해 보는 내 마음

내 마음을 돌아보기 좋은 한 해의 한가운데 7월의 체크 리스트

이마루 BY 이마루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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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어제 먹고 씻어둔 플라스틱 음료 용기가 싱크대에 그대로 있다. 또 분리수거 배출일을 놓쳤다. 나흘 전에 찾아온 세탁물은 비닐조차 벗기지 못했다. 베란다에서 악취가 풍기지만 고양이 화장실을 치울 힘이 없다. 몇 달 전에 나간 화장실 전구도 갈지 못하고, 칫솔모가 벌어질 대로 벌어진 칫솔을 그냥 쓴다. 쓰다 보니… 눈물이 나네? 드라마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1인 가구’의 삶은 게으를 자유와 자아 발현의 틈새를 멋지게 오간다. 나도 안다. 싫은 말을 하며 부대낄 가족도, 남편도, 아이도 없는 삶은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 그러나 1인 가구의 가장 큰 무거움은 여기에서 온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 어제와 지겹도록 똑같은 상태에 먼지만 더 쌓여 있을 뿐. 일도 하고, 사회생활도 하고, 공간을 관리하고, 끼니와 각종 공과금, 재정 상황을 챙기고, 고양이 세 마리까지 돌보는 것이 정말 가뿐한 1인분의 삶이 맞는 걸까? 혼자 사는 직장인의 낭만처럼 퇴근 후 맥주 한 캔 혹은 와인 한 잔을 들이켜고 나면 은근한 우울함에 젖어 잠들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30분 넘게 보고야 겨우 몸을 일으켜 고양이들 밥을 챙기는 모습에 죄책감을 느낀다. 주 2회 이상의 운동, 규칙적으로 만나는 친밀한 사람들, 다채로운 취미생활…. 번아웃이나 우울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삶이지만 우울해질 걸 알면서도 ‘혼술’을 끊지 못하고, 문제들이 누적된 집구석이 지겨워 호텔로 도망치고, 심지어 업무 이메일과 기사에 이상한 오탈자와 비문이 많아지는 걸 느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검색 창을 켰다. ‘○○역 정신건강의학과’ ‘○○○동 심리 상담’…. 그러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DO I NEED HELP?  

 
프랜 레보비츠도 말했다. “걸으면서 앞 대신 스마트폰을 보는 인간이 이렇게나 많은 세상이 제정신일 리 없다”고. 그 어느 때보다 외부 자극 요인이 넘쳐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다음의 키워드를 염두에 둘 것.  
 
수면위상지연증후군
수면 장애는 현대인의 고질병이지만 수면 시간이 자꾸 뒤로 밀리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불면증과는 또 다른 고통을 안긴다. 절대적 수면 시간이라도 보장되면 다행. 늦게 잠들고 아침에 출근과 등교 등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억지로 일어나면 하루 시작을 망쳤다는 생각에서 자책한다. 그 결과 저녁이 되면 하루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멍한 정신으로 깨어 있기를 반복하는 것. 수면 시간을 분명하게 정해놓고 그 시간 안에서 수면을 취하는 것을 1주일만 실행해 볼 것. 낮잠도 금지, 일조량을 파악할 수 없는 암막 커튼도 당장 치워버리자.

성인 ADHD 
나는 왜 이렇게 덤벙대고 집중하지 못할까? 언젠가부터 대화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왜 어떤 일에는 또 과몰입할까? 많은 성인 ADHD 환자들이 진단 후 ‘나를 설명하는 꼭 맞는 옷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유행과 과잉 진단을 우려하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해외에서는 점점 더 존재를 인정하는 추세인 성인 ADHD. 특히 여성 ADHD는 남들의 기대에 잘 맞추고 부정적 감정을 잘 숨기는 여성성 규범 탓에 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 자신의 일은 잘 못하지만 남과 함께 하는 일은 어떻게든 해낸다거나, 단순한 덜렁거림으로 취급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PMS와 갱년기 기간에 유독 심해지며, 치매로 오진할 위험도 있다.  
 
생리전증후군 
생리전증후군이 여기에서 왜 나오냐고? 얼마나 많은 여성이 생리 전후로 심리적 고통을 받는지를 돌아보라. 물리적 통증이 문제라면 산부인과가 답이겠지만 최근 생리전증후군으로 변화하는 심리 상태에 도움받기 위해 정신의학과를 찾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에스트로겐이 불규칙해지고 감성과 기분, 수면 등을 조절해 주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의 근간이기 때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 항우울제 처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1~2주에 걸친 생리전증후군 때문에 대인관계가 영향을 받고, 자신 성격의 부정적인 측면을 느낄 경우 고려해 볼 만하다.  
 
식이 장애 
한국 사회는 외모에 대한 지적을 당연하게 여긴다. 폭식증과 거식증,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식이 장애는 다이어트가 일상화되다 보니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매일 음식 섭취량을 기록하는 데 골몰하지는 않는지, 식욕억제제나 변비약 같은 보조 약물을 너무 가볍게 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체크해 보길. 특히 폭식과 구토는 반복 행위로, 감정적인 흔들림이나 우울증을 동반하는 기분 장애 때문에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면 가속화되기 쉽다.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멀리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것. 그 존재가 가족이라면 더더욱. 전문 상담도 도움이 된다.
 
연극성 인격 성향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과 배려를 받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SNS가 활발하고 ‘관종’이라는 단어가 가벼운 농담처럼 쓰이는 지금, 자칫하면 타인의 관심이 내 행동과 기분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연극성 인격 성향이나 관심을 얻기 위해 아픈 척하는 뮌하우젠 증후군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매슬로가 말한 인간 욕구 5단계에서 인정 욕구는 비교적 채우기 쉽기 때문. 그러나 다른 사람의 관심에 따라 기분이 좌우된다는 것은 내 감정 상태에 대한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마음을 점검해 보고 내가 단순히 관심을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관심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는지 돌아보자.  
 
통제 욕구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타인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사람일 것이다’가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대감으로 바뀌며 가족과 친구, 회사 동료가 내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았을 때 상처받는다면? 통제 욕구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타인의 진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자. 타인 또한 입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심리 상태 대상 항상성(Object Constancy)을 키워야 한다. 심한 경우 타인을 늘 관리해야 마음이 편한 통제 강박까지도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할 것.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상대의 문제까지 부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거짓 자기 
자존감이 주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는 요즘에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처럼 느껴진다. 내 약점과 단점에 집중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도 중요하지만, 내 자존감의 근원이 혹시 부모와의 정서적 독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과 부모가 만들어준 세상에서 발현된 자의식 과잉은 언뜻 자존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회생활 초창기에 생기는 자기애적 상처는 필수 성장통임을 받아들이자. 진정한 자신감은 사회적 기준과 본인이 치열하게 만들어낸 자기 기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성인인데도 부모에게 경제주도권을 맡기고 있다면 경제적 독립부터 시작하길.
 
K장녀 콤플렉스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요즘 식으로 풀이하면 ‘K장녀 콤플렉스’가 되지 않을까? 부여받은 의무에 비해 권리는 없고, 심한 경우 남자 형제 혹은 다른 형제와 곧잘 비교당하는 한국 가족 내 여성(장녀)은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존재 자체가 아닌, 효용성을 끝없이 인정받아야 내 가치를 인정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포착하는 능력이 좋기에 어머니의 삶에 자신을 이입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관계에는 내 몫의 거절 분량도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거절 민감성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거절당할 가능성을 어떻게든 알아채는 거절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 이 기질이 높은 사람은 거절을 자신에 대한 매우 큰 공격으로 느낀다.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고, 누군가 언짢아 보이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타인이 ‘언제든 자신을 평가하고 상처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 과연 그럴까? 행여 누군가가 나에게 실망하거나, 심지어 떠난다고 해서 엄청나게 끔찍하거나 무서운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삶은 계속될 것이고 또 다른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괜찮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오해 없이 받아들여지려는 노력을 내려놓을수록 자신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 처음이라면 

 
내가 원하는 치료법을 판단할 것 
‘미드’에 나오는 것처럼 기질적 문제의 근원에 대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이야기하고 싶을 때 찾는 곳이 심리상담센터.  그보다 사회적·심리적 원인이 더 크고 상담보다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약물의 도움을 받을 의사가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다.  보험이 적용되는 정신건강의학과의 비용은 약과 테스트 여부에 따라 1만 원 미만~3만 원 정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심리적 장벽을 낮추자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엄마와 함께 온 학생, 직장인 등 식당이나 영화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처럼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직접 병원을 다녀온 사람들이 비용과 후기를 꼼꼼히 공유하는 ‘모두닥’에서 후기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의사의 감정은 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의사가 나와 맞지 않는다면? 상처받고 실망하지 말고 병원을 옮기자. 그동안의 진료의뢰서와 처방전을 달라면 거절할 의사는 없다. 의사가 실망할까 봐 증상을 완화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피해야 할 일 중 하나. 받고 싶은 심리 테스트나 검사가 있다면 요청하는 것도 좋다. 
 
지표를 기록할 것 
첫 방문이거나 증상이 미미하다면 ‘상담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부터 고민스럽다. 약을 어떻게 몇 회 먹었는지, 모든 상황 진단의 기본 지표가 되는 수면 상태를 기록해 가면 다음 상담 때 보다 효율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넘었다면 꾸준히 방문하고, 의사의 처방을 믿고 따를 것.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는 약의 효과나 내성에 대한 의심도 내려두자. 건강 식품보다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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