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베이론 16.4 그랜드 스포트

부가티 베이론 16.4 그랜드 스포트는 미친 괴물이다. 이 차는 폭스바겐 그룹의 회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의 병적인 탐구와 열정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결과물이다.

프로필 by ELLE 2010.07.02

부가티 베이론 16.4 그랜드 스포트는 2005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주문된 것은 쿠페 225대 정도이다. 마침내 부가티는 베이론 쿠페 300대, 그랜드 스포트 로드스터를 150대만 생산하기로 했다. 브루나이 국왕이 파티 참석자들에게 부가티 한 대씩을 선물로 뿌린다면 조금 더 만들어야겠지만. 우리는 21세기의 기술력이 고대로부터 이어온 부와 권력을 드러내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결과 무엇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한동안 생각한 뒤, 몇 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 번째, 람보르기니가 X세대의 드림 카였던 것과 달리 부가티는 결코 이 세대의 드림 카가 될 수 없다. 우선 부가티의 땅딸막한 모양새가 벽에 붙일 포스터감으론 그리 적당하지 않다. 게다가 부가티에는 걸윙도어가 달려 있지 않으니까. 두 번째,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는 미쳤다. 미치광이가 거대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이마가 시원하게 벗겨진 폭스바겐 회장 피에히는 기이하고 불가해한 것들에 대해 일관성 있는 취향을 지켜온 엔지니어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포르쉐가 단호하게 절대적으로 무익한, 폭스바겐 인수합병을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다. 피에히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몇몇 자동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1993년 폭스바겐 그룹의 회장이 된 이후 피에히의 개인적인 페티시를 실현하는 공장인 부가티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가 수년간 보여준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광경이었다. 우선 소름 끼칠 정도로 놀라운 성능의 W12, W8 엔진이 있다. 아우디보다 값비싼 폭스바겐, 람보르기니보다 성능이 뛰어나지만 가격은 람보르기니보다 저렴한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가 되려 하는 폭스바겐이 있다. 게다가 폭스바겐 페이톤과 그 차를 만들기 위해 무려 2억 달러를 들여 드레스덴에 세운, 유리로 투명하게 짓고 캐나다산 단풍나무로 바닥을 깐 공장을 기억하나?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의 세부 사항을 설명하면, 일단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만든 36파운드짜리 타르가 지붕이 있다. 이 탈착식 지붕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빼두었다. 폴리카보네이트 지붕 대신, 탄소섬유 손잡이가 달린 검은 캔버스천 방수포를 펼쳐서 마치 니코틴 패치처럼 좌석을 덮을 수도 있다. 일종의 소프트톱처럼 기능한다. 방수포에 연결된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소재의 광택 나는 손잡이를 살짝 비틀면(이 손잡이 하나가 새로 나온 토요타 야리스보다 더 비쌀지도 모르겠다) 방수포를 우산 펴듯이 펼쳤다가 다시 접을 수 있고, 쓰지 않을 때는 조종석 앞에 있는 공간에 수납할 수 있다. 폴리카보네이트 지붕을 장착한 채로 달리면 부가티 쿠페의 최고 속도 시속 407km에 대적할 수 있다. 아주 긴 직선도로가 있다면 말이다. 우산 같은 방수포를 장착한 상태라면 부가티가 강력하게 권장하는 바로는 시속 160km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 정도 속도는 대략 2단 기어로 낼 수 있다. 지붕을 달지 않은 채로는 에어로다이내믹이 깨지기 때문에 ‘겨우’ 시속 360km쯤까지 낼 수 있는데, 우리가 강력하게 권장하는 바로는, 당신이 혹시 모발 이식을 받은 적이 있다면 지붕 없이 그만큼 달리는 것은 자제하는 편이 낫겠다.

100리터의 연료 탱크와 윤활유와 냉각수까지 합하면 탱크를 가득 채웠을 때 그랜드 스포트는 총 180kg 정도 무게의 액체를 싣게 된다. 여기에 1001마력 7998cc 쿼드 터보 W16 엔진, 7단 듀얼 클러치 기어, 차동 장치와 구동축, 할덱스사의 전자 올-휠-드라이브 전자 시스템까지 하면 820kg이 추가된다. 그러니 만일 베이론을 타고 벽을 정면으로 들이받는다면, 무섭게 돌진하는 엔진이 당신을 아주 잘 익은 수박처럼 뭉개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붕을 떼고 달리던 상태라면 좌석에 더 큰 충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랜드 스포트는 쿠페처럼 문에 알루미늄을 쓰는 대신 더 튼튼한 탄소섬유 소재를 사용했으며, 내부에 탄소섬유 기둥들을 세워 충돌 시에 대비해 좌석을 더 튼튼하게 제작했다. A필러도 더 두껍게 만들고 트랜스미션 터널도 완전히 상자로 감싸서 보강했다.

지붕 없이 그랜드 스포트를 달리는 것은 전설적인 경주마 시애틀 슬루의 콧구멍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과 비슷하다. 시트 바로 뒤에 놓인 흡기구는 주변 5평방미터 공간에서부터 산소를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공기를 세차게 흡입하고, 엔진이 스풀링 모드로 돌아가면 연료 분사장치의 재깍거리는 소리가 서두르듯이 빨라진다. 터보 네 개가 돌기 시작하면 심벌즈 같은 소리는 점점 강해지는데 그러고 나서 몇 초만 기다리면 수평선이 뒤로 달아나기 시작한다. 2톤 쿠페에 100킬로그램이나 무게를 더했지만, 그랜드 스포트는 당신이 이제껏 제법 빠르다고 여겼던 어떤 차라도 저능아처럼 만들어버린다. 부가티 한 대가 너무 많은 힘을 가진 건가? 아니면 피에히가 너무 많은 힘을 가진 것일까? 터보랙 때문에 계기판의 작동을 완전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 혹시 어떤 페라리가 맞은편에서 시속 270km로 꾸물거리며 달려오고 있지는 않은지, 앞쪽 상공에서 헬리콥터가 도로를 훑으며 살펴보고 있지 않다면 위험하기 때문에, 당신이 이 부가티를 최고 속도로 달리고 싶은 일은 드물 거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페달을 적당히 밟는 정도를 찾아내기, 말하자면 중산층 정도 되는 농부 옆을 적당히 거만하게 지나가는 데 적당한 속도를 찾아내기 역시 마찬가지로 어렵다. 
만일 베이론 쿠페와 그랜드 스포트를 두고 고민한다면, 둘의 가격 차이가 30만4732달러이고, 그 정도 돈이면 오늘 주유하다가 만나는 사람 여섯 명에게 새 포르쉐 박스터를 한 대씩 사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라. 굳이 그런 자선을 베풀겠다면 화요일에 해라. 그래야 포르쉐를 받은 사람들이 당신의 관대함에 지나치게 놀라 쓰러지지는 않을 테니까.
넋이 빠지게 만드는 엄청난 가격에도 광고에서 나오는 가격으로 베이론이 순익을 올리지는 못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훨씬 ‘푼돈’을 치르고도 가질 수 있는, 끌리는 차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15만200달러짜리 아우디 R8 V10처럼. 아마 피에히 회장이 그러는 것만큼 세상이 1001마력의 부가티를 원하지는 않나 보다.

미래의 자동차쇼 심판들이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쿼드 터보와 W16이라는 괴물을 장착한 어처구니없는 이 차는, 한 남자의 집착에 가까운 열정이 극한으로 표현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부가티도 익숙한 패턴에 떨어지는 것 같다. 뒤센버그 형제, 엔조 페라리, 존 드 로레인. 이들은 모두 자신의 에고로 가동하는 차를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파산하거나 사업을 팔아치우거나, 마약 거래에 손을 댔다. 하지만 피에히는 한 가지 면에서 이들과 다르다. 이들 중 누구도 피에히만큼 많은 자산과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부가티는 터보를 달지 않은 초보자용 베이론을 만들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숨차게 달리지 않는다면, 엔진이 편안해지고 배기관이 섹시한 음을 내고 운전은 좀 더 즐거워질 거다. 한동안 말이 많았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사실은 부가티가 조만간 베이론에 대적할 만큼 힘세고 화려한 세단을 만들 계획이라는 것뿐이다. 그러니 느긋하게 앉아서 흔히 찾아오지 않는 기쁨을 즐겨라. 미치광이가 풀려나서 자동차 회사를 주무르고 있다. 그리고 그는 뭔가 일을 벌이려고 한다.  





순수 혈통의 매력덩어리들
한때 순수 혈통 브랜드로 알려졌던 부가티에는 최고를 뛰어넘는 컨버터블을 만들어온 역사가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세 가지 부가티는 아마도 피에히 회장이 그랜드 스포트의 할아버지들로 꼽을 만한 차종일 것이다.

1 타입 41 로얄 바인베르거 카브리올레
1931년만에 4만 3000달러면 300마력에 12.8리터 8기통 직렬 엔진을 장착한 무게 7035 파운드인 부가티를 살 수 있었다. 타입 41은 총 6대가 생산되었는데, 바인베르거가 차체를 제작한 타입 41만이 컨버터블이다.

2 타입 43
1927년부터 1931년 사이에 만들어진 타입 43은, 타입 35B 레이스카의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2.3리터 8기통 엔진을 115마력으로 떨어뜨린 버전이다. 그 당시로서는 빠른 차였고 17초에 400미터를 주파하고 최고 시속 100마일이었다.

3 타입 57,57S,57SC
몇 가지 로드스터 차체가(스텔비오, 아리비스, 그라베르 드롭헤드) 우아한 타입 57을 위해 만들어져다. 타입 57은 170마력이나 200마력의 3.3리터 DOHC 8기통 직렬 엔진을 장착했다.


* 자세한 내용은 루엘 본지 12월호를 참고하세요!



Credit

  • EDITOR CHUNG KYU YOUNG
  • PHOTOGRAPHER JOHN ROE
  • 글 아론 로빈슨
  • 번역 류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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