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 블라우스는 Kimseoryong. 쇼트팬츠는 Alexander McQueen.


블루 링클 셔츠와 데님 팬츠는 모두 Wooyoungmi.

라이트 브라운 롱 셔츠와 팬츠는 모두 TH by Adekuver. 골드 네크리스는 Flan.

더블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T/Sehen by G. Street 494 Homme.
오랜만의 화보예요. 그럼에도 일말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재미있었어요. 화보는 특정한 컨셉트가 정해져 있잖아요. 또 다른 연기의 일부이자 제 안의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 느낌이어서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평소 사진 찍는 걸 어색해하는 편이에요. 스타일리스트가 SNS에 사진 좀 올리라고 하도 권해서 요즘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비운 만큼 채워진다잖아요. 충전 시간을 제대로 보낸 것 같나요 잘 쉬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살이 쪄도 내버려두고, 다시 또 급하게 빼고요.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지낸 것 같아요.
소식이 뜸했어요. 요즘은 한창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 촬영 중이라고요 직장인들과 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요. 아침 일찍 〈멸망〉 찍으러 나갔다가 밤이 되면 돌아오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죠. 눈뜨면 다시 촬영하러 가고요. 하루 정도 쉬는 날이 생기면 내내 집에 뻗어 있어요.
거의 2년 반 만의 TV 드라마입니다. 달릴 준비, 됐나요 그럼요. 기존에 보여드린 연기 방식이나 제가 가진 색깔보다 ‘멸망’이라는 캐릭터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방법을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감독님, 작가님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서요.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잘 담아내고 싶어요.
멸망은 ‘모든 사라지는 것의 이유가 되는 존재’라고요. 짧은 소개 글로는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인물이던데 멸망이라는 이름 자체가 여러 가지 느낌을 주더라고요. 아프거나, 슬프거나, 무섭거나…. 결코 좋은 것들을 떠올리긴 힘들고요. 익숙했던 것들이 사라진다는 의미니까요. 멸망은 예전에 존재하던 무언가가 사라지거나 알고 있던 것들이 사라지는 등, 모든 ‘사라짐’에 책임을 지는 존재예요. 사소하게는 과거에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단어 같은 것도요. 슬프거나 아픈 감정에는 누구든 익숙해질 수 없는데, 멸망은 그런 감정에 익숙해요. 사실 익숙한 척하는 거죠.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의 관점에 따라 재밌기도, 슬프게도 느껴질 거예요.
몇몇 소중한 일상이 사라져버린 지금 상황과 맞닿은 인물이네요. 그 어느 때보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겠어요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하게 됐어요. 무언가 사라진다는 것은 누구 한 사람이 노력해서 해결될 일이라기보다 자연의 섭리 같은 거잖아요. 사라지면 또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고요. 살면서 무언가 없어지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마음의 한 부분마저 닳아 없어질 것 같아요. 그보단 새로운 것들이 나타났을 때 잘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죠.
실제로 지구 멸망이 온다면 무엇을 할 건가요 딱 24시간 주실 거예요(웃음)? 결국 특별한 일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스스로 돌아보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죠. 부모님이나 친구, 동료에게 전화해 “같이 잘 가보자”고 얘기할 것 같아요. 치킨 배달도 되지 않을 테니 냉장고에 있는 닭 가슴살을 꺼내 먹고요.
박보영 배우와의 호흡은 처음이죠 박보영 선배와 유제원 감독님의 작품을 각각 함께 했고, 함께 아는 주변 분도 많아서 사석에서 몇 번 뵌 적도 있어요. 내심 작품을 함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언젠간 함께 할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이번 작품으로 만나게 됐네요. 정말 많이 배우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당신 또한 타인의 ‘현관’으로 불쑥 잘 들어가는 타입인가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편인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주변 반응은 제각각이더라고요. 어떤 사람과는 빨리 친해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참 쉽게 곁을 안 주더라”고 얘기하기도 해요. 물론 다들 친해진 뒤 해주는 얘기죠. 저는 그중 어떤 게 제 모습인지 잘 그려지지 않네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오픈한다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좀 더 드러낼 계획은 예능 프로그램은 좀 두렵기도 하고, 즐기지 못하겠더라고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유튜브처럼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어요. 이번에 제가 다이어트에 크게 실패했거든요? 아주 ‘대멸망’했어요(웃음). 그럼에도 ‘먹방’에 뜻이 있어 제대로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멸망〉으로 성취하고 싶은 것은 흔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현장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한정적이고, 제 안에 없던 감정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새로운 감정을 느껴보는 게 재밌어요. 평소 가장 밑바닥이라고 느끼는 감정을 숫자 ‘3’ 정도로 표현한다면 이번엔 ‘0’ 혹은 ‘-5’ 정도로 보고 있어요. 거기서 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해요. 재밌어요. 시청자들이 감정선에 오롯이 공감하도록 만들고 싶어요.
뮤지션과 배우, 두 마리 토끼를 안정적으로 잡은 스타 중 한 명이죠. 배우 서인국의 모습에 확신이 든 순간은 작품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이 제가 의도했던 부분을 정확히 짚어줄 때 어마어마한 희열감을 느껴요. 현장에서 체력적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는 스스로를 볼 때 정말 이 일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아요. 별것 아닌 장면에서도 상대 배우와 눈을 맞추며 연기할 때 전율이 느껴지는 것도 좋아요. 또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볼 수 있잖아요. 모든 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죠.
뮤지션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는 이도 많아요. 인터뷰를 통해 줄곧 ‘가수와 배우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얘기했어요 그 욕심은 여전합니다(웃음). 얼마 전에는 집에 방음 부스를 설치했어요. 이 말은 노래를 절대 놓을 수 없다는 의미죠. 두 가지 다 잘해낼 방법을 매번 고민해요. 곡 작업도 하고,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방법을 생각하고요.
어느덧 데뷔 12년 차네요. 데뷔 전 서인국이라는 존재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멘탈’이 조금 강해진 것 같아요. 새끼발가락을 문틈에 찧으면 그 고통이 평생 익숙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거란 걸 알잖아요. 그런 삶의 경험들이 쌓여가는 것 같아요. 물론 멘탈은 여전히 ‘말랑말랑’하긴 합니다(웃음).
일하는 걸 제외하고 요즘 가장 즐겁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먹을 때죠. 먹고, 자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니까요. 제 삶을 일과 개인적 삶, 두 영역으로 나눈다고 했을 때 개인적인 삶도 나름 행복하고, 일에서는 힘들 때도 있지만 무섭게 집중하는 순간이 정말 행복해요. 저 제법 행복한 사람이네요!
올해는 계속 달리는 서인국의 모습을 보게 될까요 일만 할 생각이에요. 일하는 게 가장 즐겁거든요. 물론 작품을 끝내고 잠시 쉬는 시간이 있겠지만, 그 또한 다음 작품을 위한 과정이니까요. 열심히 준비하고, 뭔가를 꺼내 보여주고, 또 팬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로 지난해부터 아주 작정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패턴 블라우스와 벨티드 데님 팬츠는 모두 Acne Studios. 첼시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브라운 롱 셔츠는 TH by Adeku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