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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녀 문가영의 영리함

"내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문가영은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

BYELLE2021.02.08
 
 블라우스와 베스트, 타이는 모두 Celine. 데님 팬츠는 Iro.

블라우스와 베스트, 타이는 모두 Celine. 데님 팬츠는 Iro.

어린 시절 삼촌들이 광고 회사에 가영 씨 사진을 보내며 일을 시작하게 됐다면서요. 가족의 응원으로 시작한 셈이네요 운 좋게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네요(웃음). 가족과 독일에서 살 때도 어린이 잡지 촬영을 했던 적 있어요. 동양인이 드물다 보니 유모차에 탄 제가 눈에 띄었는지 길거리 캐스팅 비슷한 걸 당했죠. 
 
처음 촬영하러 갔을 때의 기분이 생각나나요 엄마 손잡고 가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다였어요. 아, 딱 하나! 제가 카메라 셔터 소리를 좋아한 건 기억나요. 
 
〈그 남자의 기억법〉의 김동욱, 〈으라차차 와이키키2〉의 김선호와 나이 차를 뛰어넘은 ‘케미’로 사랑받았죠. 〈여신강림〉은 또래 배우들과 함께 러브 라인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수호(차은우)와 서준(황인엽)뿐 아니라 출연진 대부분이 또래다 보니 정말 학교에 가는 기분도 들고, 현장도 에너지 넘쳐요. 그만큼 극 자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제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알콩달콩한 러브 라인을 즐길 틈이 없군요. 실제로는 여중·여고를 졸업했어요 극중이지만 남자애들과 한 교실에 앉아 있는 게 낯설고 새로워요. 여중·여고를 나온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그 자리에서 훌렁훌렁 체육복 갈아입고 복도도 마구 뛰어다니고 그러잖아요. 학창 시절에는 남녀공학을 다니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시절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여신강림〉 원작 웹툰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알고 있었고, 오히려 임주경 역할을 직접 함으로써 원하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다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가요. 처음 의지만큼 잘 해석해 내고 있는 것 같은지 아직 촬영 중이라 어떤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경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물론 ‘내가 잘할 수 있어!’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 작품이나 캐릭터를 통해 내가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하는 확신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 방향성을 오래 고민했어요. 주경이가 성장하는 지점을 어떻게 보여드릴지 고심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세요.
 
 베이지 컬러 니트는 Rochas. 이너 웨어로 입은 수트 재킷과 팬츠는 Dries Van Noten.

베이지 컬러 니트는 Rochas. 이너 웨어로 입은 수트 재킷과 팬츠는 Dries Van Noten.

주경이가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하는 ‘민낯’ 상태에서 수호와 첫 키스가 이뤄지더군요 그런 장면들이 주경이에게도 그렇고, 작품 전체에도 의미 있지 않나 싶어요.  
 
누구나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어릴 때 데뷔한 당신도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지 저도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아역배우로 일을 일찍 시작했기에 주변에 어른들이 많았고, ‘어른스럽다’ ‘바르게 자랐다’는 말을 듣는 게 좋았어요. 그 틀에 갇히다 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거절하는 법을 배우려고 “이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맨 처음 용기 내서 말했던 때가 지금도 기억나요. 그때의 어쩔 수 없이 불편했던 감정도요. 차츰 익숙해지겠죠. 
 
작품 특유의 코믹한 호흡이 있더군요. 주경이는 상처가 있는 캐릭터인 만큼 상반된 감정을 오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으라차차 와이키키2〉 덕분에 코믹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그래도 많이 없어졌어요. 코미디가 정말 어렵거든요. 펑펑 울다가도 웃기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수호파’와 ‘서준파’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삼각관계예요. 실제로 삼각관계에 처하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힘들어요. 둘 다 잃고 싶지 않으니 선택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그냥 훤칠한 ‘남사친’으로 옆에 남겨두겠습니다(웃음).
 
〈여신강림〉의 영어 제목은 ‘True Beauty’예요. 스스로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람은 솔직한 사람, 자기확신이 있는 사람요.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건 살아가는 데 굉장히 좋은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문가영은 어때요. 스스로를 믿나요 끊임없이 최면을 걸죠. 특히 일할 때는 확신이 없더라도 그런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해요. ‘나 못해요’라고 말하는 게 스스로 용납되지 않아서 거절을 어려워하는 면도 있어요.  
 
 데님 소재 재킷과 팬츠, 스트라이프 블라우스, 슈즈는 모두 Tod’s.

데님 소재 재킷과 팬츠, 스트라이프 블라우스, 슈즈는 모두 Tod’s.

〈위대한 유혹자〉에서는 인스타그램 셀럽이었고,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는 등장인물 여하진의 인스타그램을 직접 운영했어요. 지금 문가영의 계정은 340만 명의 팔로어를 자랑하죠. 요즘 시대에 영향력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촬영에 집중하느라 잘 몰랐는데, 방영 이후 팔로어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더라고요. 제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좀 더 신중하게 돼요. 제가 올리는 사진과 글하나하나를 많은 사람이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테니까요.

당신처럼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 것 같나요 누군가의 롤 모델이나 워너비가 된다는 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차고 힘이 되는 일이에요. 그런데 왜 저를 이렇게 좋아해주는지 이유는 모르겠어요. 책을 좋아하는 의외성이 좋아 보였을까요(웃음).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나 〈식벤져스〉 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문가영의 사적인 매력을 보여준 ‘한 수’였다고 해요 예능은 여전히 어렵지만 두 프로그램은 제가 워낙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다 보니 자신 있었어요. 나를 보여주겠다는 욕심보다 그 속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프로그램들이에요. 
 
얼마 전 출연한 〈톡이나 할까〉 촬영은 어땠나요 김이나 작사가님을 좋아해요. 〈그 남자의 기억법〉에 카메오로 출연한 적 있는데, 그때 좋은 사이가 됐죠. 적막함이 굉장히 편안한 촬영이었어요. 내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게 어떤 일인지, 그에 대한 확신은 있나 봐요.
 
실제로는 ‘톡(문자)’과 ‘말’ 중 어떤 게 더 편한가요 사실 ‘톡’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해서…. 손 편지 쓰는 시간을 좋아해요. 편지를 쓰다 보면 상대방이 구체화되면서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하게 되니까요.  
 
핑크 컬러 재킷과 이너 톱, 슈즈는 모두 Tod’s. 화이트 삭스는 Wooyoungmi.

핑크 컬러 재킷과 이너 톱, 슈즈는 모두 Tod’s. 화이트 삭스는 Wooyoungmi.

웹 드라마나 OTT를 통해 인지도가 확장되는 또래 배우가 많아요. 아역배우부터 시작해 지상파 주연까지 ‘정통’에 가까운 방법으로 올라온 사람으로서 이 흐름이 어떻게 느껴질지 정말 새로워요.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인 것보다 많은 기회의 장이 생긴 건 제게도 좋은 일 같아요. 웹 드라마든 넷플릭스나 왓챠든 각기 다른 형식과 스타일, 호흡을 가진 작품을 보면 공부도 많이 되거든요. 어릴 때는 작품을 하나 끝내면 이제 나도 더 잘돼야 할 텐데 싶은 욕심, 그리고 주변의 압박도 있었어요. 갈수록 무뎌졌죠. 많은 사랑이 체감되는 지금 상황도 감사하지만 들뜨지 않으려고 해요. 

 
워낙 다독가로 알려져 있지만 SNS에 올린 〈여자 전쟁〉 사진을 보고 특히 반가웠어요. BBC 수 로이드 웨버츠의 르포를 JTBC 심수미 기자가 직접 번역한 책이죠 직접 보고 책을 고르는 걸 좋아해서 서점에 가면 꼭 둘러보는 코너가 있어요. 표지와 챕터가 워낙 강렬해서 읽게 됐는데, 분노도 하고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놓지 않고 읽었어요. 많은 분이 봤으면 해요.
 
‘또랑또랑하다’는 형용사와 잘 어울려요. 사춘기도 없었을 것 같아요 정말 그랬어요. 그럴 여유가 없었달까요. 뭔가 해소할 타이밍이 없다 보니 스무 살 때는 ‘이제 한계다, 답답하다’ 싶기도 했는데, 결국 그 시간도 제 방식대로 이겨내게 되더군요. 
 
자매가 있는데 혹시 친언니는 어땠나요 그러고 보니 언니가 제 사춘기까지 가져갔나 봐요(웃음). 언니는 저랑 정말 달라요. 아주 낙천적이고, 개성이 있어서 제가 많은 영감을 받는 사람이죠.
재킷과 카디건은 모두 MiuMiu.

재킷과 카디건은 모두 MiuMiu.

단막극 〈혼자 추는 왈츠〉에서 연기한,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늦깎이 취업준비생 역할도 좋았어요. 주인공의 나이에 더 가까워진 지금, 그 캐릭터를 돌아보면 어떤지 제게 의미 있는 역할이에요. 스무 살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맡은 성인 역할이거든요. 작품도 정말 좋았고요. 다만 연애도 취업도 순탄치 않은 28세를 스무 살짜리가 연기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민망해요.
 
일로 인해 얻은 가장 큰 기쁨, 어쩔 수 없는 슬픔이 있다면 좋은 게 훨씬 많죠! 전 제게 일어난 가장 큰 행운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은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수없이 촬영장에 가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드레날린이 있고, 촬영을 잘 마치고 돌아갈 때 오는 안락함과 행복이 있어요. 다음날 촬영에 눈이 부을까 봐 슬퍼도 이 악물고 참아야 할 때, 그럴 때는 조금 슬프지만요. 
 
누군가는 비관과 오기를 원동력으로 삼는 반면 낙관을 에너지로 삼아 나아가는 사람도 있죠. 어느 쪽인가요 오묘하게 비관도 섞여 있지만, 그래도 낙관 쪽에 가까워요.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의 근간에는 ‘내가 못할 일은 없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주저하지 않는 편이고, 계속 그렇게 나아가고 싶어요. 잃을 게 많아지면 겁도 많아진다는데, 그러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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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사진 목정욱
  • 패션 스타일리스트 강윤주
  •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 메이크업 아티스트 홍현정
  • 디자인 변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