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슐리 박이 착용한 모자는 Dior.
브로드웨이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춤과 연기가 운명이라는 걸 느꼈나요 제가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사랑한다는 건 알았죠. 말하기 전부터 노래를 흥얼대고, 보행기에 앉아서 춤 추는 흉내를 냈을 정도였으니까요. 연극이나 공연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부모님도 무대를 향한 제 본능적 끌림과 즐거운 열정을 알아채고 항상 지지해 주셨어요. 미시간 대학이 자리한 도시(Ann Arbor) 에서 자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예술을 접할 수 있었고요. 매주 춤과 피아노 수업은 물론 첼로부터 튜바까지 모든 것을 연주하곤 했으니까요. 그리고 중학교 때 뮤지컬에 대해 알게 되자마자 무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됐어요. 그래도 ‘브로드웨이’가 뭔지, 내가 취미로 들었던 수업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건 전혀 상상하지 못했죠.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두 친구, 민디와 에밀리는 영리하고 긍정적이에요. 당신도 삶을 긍정적으로 대면하는 편일지 물론이죠! 민디를 그토록 가깝게 느낀 첫 번째 이유가 그건 걸요. 저는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마주하든, 밝음과 기쁨을 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얼핏 대책없이 낙천적인 것(Blind positivity)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성적인 낙관주의(Rational optimism)를 갖고 삶을 대하려 하거든요. 현실적인 상황을 인지하되 그 안의 빛이나, 낭만 또한 열어두는 거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설령 힘들더라도 정상에 도착할 또다른 경로가 존재한다는 걸 믿어요. 그리고 모든 경험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흥분과 야심을 갖고 대하는 거죠. 그냥 그 상황에 주저앉아 있기보다는요. 민지와 에밀리 모두 삶과 창조에 대한 그런 열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로의 미래를 함께 웃으며 응원하는 두 사람을 보는 것보다 사랑스러운 건 없죠!
민디와 에밀리 같은 우정이 당신의 삶에도 존재하나요 여자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자매애는 제게 아주 강한 의미가 있어요. 지금도 이 말을 하면서 실제로 좀 소름이 돋았을 정도로 여성들이 서로 속적인 지지를 보내는 게 저는 정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단 한번도 제 스스로가 가장 재능 있고, 똑똑한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은 안다고 자부해요. 공감하되 판단은 내리지 않고, 마음을 쓰되 솔직하죠. 삶의 힘든 시기를 보내는 소중한 사람을 미소 짓거나 웃게 만들 줄도 알고요. 친구들과 다른 여성들의 성공에 진심으로 축하할 때 제 개인의 어려움이나 문제에 파묻히지 않는다는 것 또한 깨달았어요. 릴리 또한 단번에 제 영혼의 단짝이 됐고요! 때로 ‘베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한 명 한 명에게 개별적인 사랑을 느껴요(웃음). 극 중에서 민디와 에밀리가 우정의 멋진 예시가 된 것 같아 기쁘네요.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만난 두 사람, 릴리 콜린스와 애슐리 박은 ‘현실 베프’가 됐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를 본 적도 있을까요 손예진 배우를 좋아해서 〈사랑의 불시착〉을 앉은 자리에서 정주행했고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이런 한국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것, 국경을 넘어 서로의 작품을 나눌 수 있다니 놀랍죠.
촬영을 위해 파리에서 보냈던 시간을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그리운 것들이 너무 많을 것 같은데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래도 추억은 하나하나 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가장 그리운 건 사람인 것 같아요. 파리에서 보낸 충만한 나날에 감사해요. 파리는 처음이었고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거든요. 마치 코로나가 올 걸 예측이라도 한 듯 그 직전의 네 달 간 촬영을 한 게 놀랍지 않냐고 저희끼리도 이야기 해요.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대런 스타가 제작자인 것으로도 화제가 됐어요. 1998년이 아닌 지금 그 쇼가 만들어졌다면 주요 출연진의 인종이 조금 더 다양하지 않았을까 하는 논의도 있는데 동의하나요? 업계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는지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요. 최소한 화면에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한 변화가 이 업계에 필요하다는 자각은 생겼죠. 하지만 유리 천장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해서 그 천장이 실제로 부서지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민디 역할을 통해 저 스스로 다양성의 목소리이자 보이는 증거가 됐다는 건 제게 엄청난 의미로 다가와요. 왜냐면 나와 비슷하게 생긴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 같이 백인 배우들로 채워진 작품들을 보고, 사랑하고 자랐다는 게 분명 제게 영향을 미쳤거든요. 민디는 자신의 여러 정체성 중에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캐릭터죠. 이런 역할을 민디에게 준 대런에게 고마운 마음이에요.
인스타그램(@Ashleyparklady) 에 ‘Black Lives Matter’ 관련 포스트를 올린 것을 봤어요. 사회적으로 또 관심있는 이슈가 있다면 최근의 시민운동 흐름, 그리고 조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가 대통령 집무실에 입성한 일이 최근 제 관심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죠. 무엇보다 생존자이자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메이크 어 위시 (Make-A-Wish Foundation) 출신’으로서 재단의 홍보대사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어요. 코로나19 기간 동안 5천 개의 소원이 보류됐다고 하더군요. 항암 6회 차였던 고등학생 시절 뉴욕에 가서 생애 첫 브로드웨이 쇼를 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뤘고, 그 소원이 제 삶을 바꿨기에 아픈 아이와 가족에게 ‘꿈’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지 알아요. 아픈 채로 잊혀진 젊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제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 하나에요. 아이들은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잖아요. 20대 초반 유소년 시설에서 일했던 경험 덕에 교육 제도와 청소년 수감 제도에 얼마나 뿌리 깊은 불평등이 존재하는 지 눈 떴고 이와 관련해서도 훌륭한 단체들과 개인적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요.

어머니의 결혼 사진과 어머니와 함께 보낸 어린 시절 사진(출처:애슐리 박 인스타그램)
2019년에는 〈페이퍼〉 매거진이 당신을 ‘브로드웨이 최고의 스타'로 소개하기도 했어요. 브로드웨이에서의 경력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13년,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 웨이트리스 일을 하면서 오디션을 봤어요. 그리고 〈맘마 미아!〉로 2014년 1월, 브로드웨이 데뷔를 했죠. 토니 상 수상작인 〈왕과 나〉 재연, 스티븐 손드하임이 음악을 맡은 〈조지와 함께한 일요일 공원에서〉에 출연하며 점점 이름을 알렸고요. 뮤지컬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원작 영화가 워낙 유명한 만큼 개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죠. 그레첸 역할로 토니 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요.
2017년에는 뮤지컬 〈케이팝〉에 출연했죠.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케이팝 노래도 있을지! 〈아이랜드〉의 엄청난 팬이었어요. 매주 투표를 했고 엔하이픈 멤버들을 응원하기 위해 언젠가 콘서트에 가려고 해요. 최근 노래를 많이 들었던 블랙핑크의 노래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도 봤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무대 위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와 릴리 앨런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데 어떻게 된 일이죠? 윌리엄스타운 공연축제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아만다의 실제 남편인 배우 토마스 사도스키가 연극에서 제 남편 역할을 맡은 적이 있거든요! 아만다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원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으니 엄청 신기한 인연이죠. “우리 남편을 나눠 갖는 사이네!” 같은 농담을 하다가 늦은 시각 카바레에서 같이 듀엣으로 노래를 하기로 했어요. 둘 다 노래를 부르는 걸 그리워하던 시기였거든요. 리허설을 몇 번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관객들의 열광이 대단했어요. 지금도 아만다와 같이 무대를 했다는 게 신기해요. 아만다와 토미는 정말 사랑스러운 친구들이죠.
2021년은 당신에게 어떤 한 해가 될까요 티나 페이의 새 쇼 〈Girls5Eva〉 촬영을 앞두고 있어요. 얼마 전 시즌 2 제작이 결정된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위해 파리로 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가능하면 최대한 행복해지려고 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작업들을 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