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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직접 보고 체험하고 배워도 봤습니다 #디디딛

오늘 기분 괜찮은가요? “예스, 나 너무 행복해!”를 외쳤다면 이 기사를 스킵해도 좋아요. 일말의 망설임이라도 있었다면? 드루와! 독일식 명상 아우토겐부터 마인드풀 심리 상담,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는 <명상 Mindfulness> 전시까지, 직접 보고 듣고 배운 명상 체험기.

BY양윤경2020.09.16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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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점과 사주에 빠져 지내던 시절. 꽤나 유명하다는 사주쟁이가 저에게 일침을 날렸어요. “늘 머릿속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지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보통의 사람들은 당신만큼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지 않습니다. 왜냐?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정말일까? 당황스러웠어요.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는 수면 아래 45m 딥다이빙의 순간에도,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수백 개의 퍼즐을 맞추거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색칠 공부를 할 때에도 솔직히 무념무상을 경험하기는 어려웠거든요. 다들 그렇게 머릿속이 비워져서 좋다는데, 왜 내 머릿속에는 주변이 조용할수록 마음의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는 건지! 감정의 진폭도 큰 편인지라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작은 것에도 행복하거나 하는 시간들이 무수히 반복되는 삶이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찾아온 번아웃. 나중에야 내가 타고난 기질과 내 역사의 여러 순간들이 만들어낸 번아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처음 그 탈진 상태를 겪었을 때는 이런 상황을 왜 겪는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무엇을 하고 싶지도 않았지요.   
 
그때 친구가 손을 내밀었어요. 반강제로 아우토겐이라는 독일식 명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한국아우토겐협회를 창립하고 아우토겐을 가르치는 이주희 선생님은 독일 유학 중에 접한 독일식 명상 아우토겐에 빠져 의사가 되길 포기했다 했어요. 방법이 다를 뿐, 의술이나 명상이나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결국 동일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죠.  
아우토겐은 일종의 ‘이완 훈련법’이에요. 편안하게 누워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건데 특정한 문장들, 이를테면 ‘오른팔이 묵직하다’ ‘태양 신경총이 따뜻하다’ ‘심장이 고요하고 규칙적으로 뛴다’ 등을 머릿속에 순차적으로 떠올리는 거예요. 처음에는 낯선 문장을 읊는 나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졌어요. 최면을 믿지 않으면 의사가 거는 최면에도 빠지지도 않는다면서요? (카더라 주의!) 하지만 몇 주간의 훈련을 거치고 나니 바닥에 눕는 대로 스르륵, 마치 우주를 유영하듯 긴장을 풀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느낌은 뭐랄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의 추락감을 예측 가능한 상태에서 부드럽게 경험하는 그런 느낌? 감이 오나요? 이완이 쉬워지자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되었고,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어요.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아우토겐을 잊고 지내다가 일련의 개인적인 사건(!)들을 겪으며 다시금 번아웃을 겪게 되었어요.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 아니겠어요? 당시 같이 일하던 동료 중 ‘우울함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사람이 있었는데 일정 기간 심리 상담을 받은 후 그를 감싸고 있는 먹구름이 걷히는 걸 목도했어요. 이거다 싶어 카운슬러를 소개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인드풀 명상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때 안 사실. 미국 CEO들과 마이클 조던 같은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이 열광한다는 명상, 아우토겐, 마인드풀, 각종 심리 상담은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수년간의 ‘배움’을 통해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가 좋았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찾을 수 있었죠.  
 

중요한 건 ‘이완’ 즉 긴장을 푸는 것. 편안한 의자나 바닥에 몸을 충분히 기대고 앉거나 누워서 이마, 눈, 코, 두 뺨, 입술, 목과 어깨, 팔, 손가락 등 신체 부위를 하나하나 생각하고 그곳의 느낌을 관찰한다. 땅이 푹 꺼지는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  
 

생각이 많아지거나 감정에 휩싸일 때 제3자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내 감정을 바라본다.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물론 어렵다), 슬픔이 밀려오면 ‘아 OOO(내 이름)이 지금 슬프구나. 슬픈 감정이 들고 있네.’ 이렇게 말해준다. 어차피 부정적인 감정은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도 없다. 시간이 지나가면 결국 감정은 소멸된다.  
 

음식을 먹을 때 오감에 집중할 것. 색깔과 모양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고, 입안에서 식감을 느끼고, 맛을 음미해보고, 손에 닿는 질감을 느껴본다. 딴 생각 금지! 씹어서 삼킬 때는 이 음식이 내 몸 곳곳으로 흡수되어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음식 뿐 아니라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실제 느껴지는 것에만 집중해본다.   
 
별거 없어 보이지만 꽤 어려워요. 실제 최근 몇 주간 개인적으로 격한 스트레스를 겪었는데 이 모든 걸 배워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Off’ 버튼이 눌러지지 않더군요. 자력갱생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명상을 다루는 유튜브를 찾아봤습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태였기에 좋다는 영상에도 도통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인스타그램 @pikn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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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는 〈명상 Mindfulness〉 전시에 찾아갔습니다. 지난 4월에 시작된 전시이니 명상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대부분 다녀오셨을 거예요. 아쉽지만 9월 27일이면 막을 내리니, 지금 바로 예약하시길. 코로나19 이후 처음 방문한 전시였던 터라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어요.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것부터 관람 인원 제한, 까다로운 소독 절차까지, 뉴 노말 시대의 전시 프로세스를 체험해볼 수 있었죠. 전시 작품은 더욱 놀라웠어요. 그중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적이었던 작품 두 가지를 소개할게요.  
 
 
첫 작품은 차웨이 차이(Charwei Tsai)의 영상 〈바르도〉. 마치 누군가의 무덤에 들어온 듯 어둡고 서늘한 공간에서 잿더미에 꽂힌 향이 타는 냄새와 연기에 둘러싸여 바닥에 흐르는 영상을 마주하게 되어요. 작가는 사망선고를 받았으나 다시 생존한 사람들의 기록을 보고, 그들이 본 빛의 환상을 영상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티베트 사자의 서’를 낭독하는 목소리를 얹었지요. ‘티베트 사자의 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사후 안내서예요. 죽은 자의 영혼은 49일 동안 이 세계에 더 머무르는데, 이 영혼들이 집착을 내려놓고 저세상으로 떠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글이라고 해요. 순간 ‘난 살아있는 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작품 앞에 서면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누구나 죽음을 떠올리게 될 거라 생각해요) 죽음 앞에 이까짓 사소한 고민과 잡다한 걱정거리 따위, 뭣이 중헌디!
 
 
두 번째로 인상적인 작품은 오마 스페이스의 〈느리게 걷기〉. 헤드폰을 쓰고 걸음을 걸으며 발바닥에 느껴지는 촉감을 바라보는 작품이에요. 바닥에는 돌멩이, 자갈, 흰모래와 검은 모래, 짚까지 거친 것부터 부드럽고 섬세한 것으로 변화하는 다양한 재료들이 깔려 있어요. 발로 느끼는 작품이지만 발과 재료들이 마찰하며 내는 소리, 낮은 조도 속에서 둥글게 펼쳐지는 좁은 길이 주는 편안함까지, 시각, 청각, 촉각을 깨우는 작품이에요.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가벼웠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한편으로는 많은 잡념을 내려놓게 하는 전시였거든요. 그리고 그날 밤 달콤한 숙면에 빠질 수 있었어요. 사람은 하루에 6만가지 넘는 생각을 한다고 하죠. (연구마다 숫자는 조금 다릅니다만) 하루는 24시간, 1440분. 그렇다면 우리는 1분에 41가지 생각을 하는 거예요. 지금 머릿속을 스친 그 생각 또한 그냥 두면 흘러가버릴 생각 파편이라는 거죠. 하지만 슬프면 슬퍼 죽을 것만 같고 괴로우면 괴로워 죽을 것만 같은 감정적 동물인 게 또 우리잖아요? 심리학의 거장 아들러(〈미움받을 용기〉로 더욱 유명해진 그 심리학자!)가 그랬죠. “인생이 힘든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인생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인생만큼 단순한 것이 없다.” 힘 주기보다 힘 빼기가 어려운 하루하루, 오늘도 싱잉볼을 치며 마음 내려놓기를 연습합니다. 아, 〈명상〉 전시 중인 피크닉에서 명상 관련한 책과 향, 싱잉볼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 디디딛(DD did)은 호기심 많은 〈엘르〉 디지털라이브팀 디렉터가 발로 뛰는 체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