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 발사믹 식초 & 화이트와인 식초
」이탈리아에서 대대로 발사믹 식초를 만들어온 사람들은 식초가 검게 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시럽을 만들 때 낮은 온도에서 뭉근하게 끓이되 높은 압력을 가한다. 또 숙성을 오래할수록 색이 짙어지기 때문에 숙성 과정도 단축한다. 그 결과 아예 투명하거나 옅은 황금빛을 띠는 화이트 발사믹 식초가 탄생했다. 맛은 어떠냐고? 한마디로 산미를 가미한 청포도 시럽 같다.
화이트 발사믹 식초처럼 미색을 띠는 화이트와인 식초는 말 그대로 화이트와인을 2차 발효시켜 만든 식초다. 와인 식초 중에서도 화이트와인 특유의 청량하고 산뜻한 향을 품고 있다. 동시에 화이트 발사믹 식초처럼 달거나 끈적이지 않아 일상에서 식초가 필요할 때 언제든 활용 가능하다. 에탄올에 인공적으로 초산균을 넣어 하루 만에 후딱 발효시킨 양조 식초를 먹어온 사람들은 화이트와인 식초를 처음 맛본 순간 식초가 원래 시큼한 게 아니라 새콤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레오나르디 콘디멘토 화이트 발사믹. 정통 발사믹 식초로 명성 높은 레오나르디 가문에서 만든 화이트 발사믹 식초. 포도 농축액의 비율이 75%로 높으며, 15년 숙성했다.

뷰포 샴페인 식초. 샴페인을 2차 발효시켜 만들었다기보다 프랑스 상파뉴에서 만든 화이트와인을 발효시킨 식초에 가깝다. 같은 브랜드의 제품 중에서는 샤르도네 등 단일 포도 품종으로 만든 식초도 있다.

안드레아밀라노 유기농 화이트와인 식초. 유기농 포도로 빚은 화이트와인을 천연 발효시켜 100년 된 오크 통에서 2년간 숙성했다. 산미가 도드라지지 않고 은은하게 퍼진다.
화이트 발사믹 식초는 화사한 향과 제법 높은 당도, 점성, 산미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 그대로 음용해도 무리 없을 정도로 맛있다. 하지만 기존의 발사믹 식초만큼 풍미가 복합적이지 않으니 드레싱이나 소스로 활용할 때 짠맛을 조금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한식에서는 매실청과 식초가 함께 들어가는 요리에 사용하면 이 둘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한편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식초와 산도가 같으면서도 화이트 발사믹 식초와 달리 점성이나 단맛이 없는 화이트와인 식초는 활용도가 더 높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롭다. 요리할 때 화이트와인 식초를 넣으면 양조 식초의 시큼한 냄새를 가릴 필요가 없어 다른 양념을 덜 사용하게 된다. 서양 요리에서는 화이트와인 대신 두루 활용하기 좋다.
닭이나 오리 등의 가금류, 생선, 해산물을 요리할 때 화이트와인 식초를 뿌리면 잡내를 없애는 동시에 풍미를 잘 살릴 수 있다. 더 플라자 호텔 더라운지, 르 캬바레 등 여러 레스토랑을 총괄하는 ‘어반딜라이트’ 이영라 셰프는 특히 화이트와인 식초를 요리에 적극 활용한다. 이 셰프는 화이트와인 식초에 동량의 물과 다진 샬롯, 꿀, 백후추를 넣고 졸이면 항정살이나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에 무척 잘 어울리는 소스가 완성된다고 한다.
화이트 발사믹 식초와 화이트와인 식초는 양조 식초보다 비싸지만, 정통 발사믹 식초에 비하면 가격이 월등히 낮다. 화이트와인 식초는 가격대가 몇 천 원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투명해 요리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이 한 끗 차이로 풍미가 좋은 이유를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 셰프처럼 나만의 ‘킥’이 생기는 셈이다.
WHAT TO BUY
이참에 좋은 화이트 발사믹 식초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포도 농축액의 비율이 높고 숙성 과정을 거쳐 황금빛을 띠는 제품을 고르자. 와인 애호가라면 평소 좋아하는 품종으로 만든 와인 식초를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RECIPE 이영라 셰프의 대저 토마토와 미나리 가스파초
가스파초 재료
완숙 상태의 대저 토마토 500g, 미나리 잎 50g, 샬롯 20g, 화이트와인 식초 50ml, 꿀 10g, 소금 한 꼬집 화이트와인 식초 젤리 재료 화이트와인 식초 200ml, 꿀 10g, 판 젤라틴 5g(식초를 끓인 후 꿀과 젤라틴을 넣고 녹인다. 냉장고에서 굳힌 뒤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둔다)
만드는 법
1 준비한 재료를 한데 넣고 블렌더로 곱게 간다.
2 ①을 고운 체에 밭쳐 내린다.
3 ②를 냉장고에 넣는다.
4 ③이 충분히 차가워지면 그릇에 옮겨 담고 젤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