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하면 먼저 레전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는 수식어부터 떠오르죠? 물론 맞습니다. 현실적인 부분도 있으면서(특히 ‘샐리(맥 라이언)’이 여자들은 침대에서 오르가슴을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부분!) 적당한 판타지를 갖췄고, 엄청나게 사랑스러운, 다섯 번, 열 번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죠. 보다 보면 숱한 명대사, 명장면과 함께 영화 속 맥 라이언의 패션 또한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레전드 명대사
“기온이 21도인데도 춥다는 당신을 사랑해.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리는 당신을 사랑해. 눈썹 사이를 찡그리며 날 한심한 듯 쳐다보는 당신을 사랑해. 당신과 만난 다음 날까지 내 옷에 당신 향수 냄새가 나는 걸 사랑해. 잠들기 전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당신이라는 걸 사랑해”
이렇게 보면 손발 오그라들지만, 영화로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감동하고 있을 걸요? 이런 궁극의 로맨틱한 대사야 영화 속 이야기지만(실제로 누가 저렇게 고백하면 그게 더 무서울 듯) ‘샐리’의 패션은 현실로 응용할 수 있다는 거.
〈레옹〉 나탈리 포트먼
보고 나면 스팅의 'Shape of My Heart'를 듣게 만드는 영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킬러 이야기로 알려져 있죠? 킬러로서의 냉혹함과 화초를 사랑하고, 우유를 자주 마시며, 순박한 표정으로 영화를 즐기는 등 어린아이 같은 순박한 면이 공존하는 ‘레옹(장 르노)’과 새침하고 직설적이면서 때로는 레옹보다 어른스러운 ‘마틸다(나탈리 포트먼)’. 캐릭터 설정 자체도 굉장히 영화적이지만, 패션 또한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크로쉐 가디건 혹은 크롭드 톱과 숏 팬츠 그리고 워커의 매치, 이번 S/S 시즌 따라 입고 싶은 룩이 있다면 바로 이것. 하지만 당차면서도 고독한 나탈리 포트먼의 표정이 스타일링만큼이나 눈을 사로잡네요. 그냥 다 너무 예뻐….

마틸다: "사는 게 항상 이렇게 힘든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그래요?"
레옹: "언제나 힘들지"
〈레옹〉을 처음 봤을 때는 ‘에이 설마’ 했는데, 20년 지난 지금은 확실히 대답해 줄 수 있겠어요. 네. 계속 힘듭니다. 젠장.
〈중경삼림〉 임청하와 왕페이
사실 이 〈중경삼림〉은 특정 룩보다는 영화 자체가 가장 스타일리시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왕가위 특유의 화려한 색감, 기묘한 미장센,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있는 듯한 세계관, 네 주인공을 쫓는 흔들리고 어딘지 불안정한 카메라 워크가 더없이 감각적입니다. 사랑과 실연에 서툰 네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길고 아름다운 잔상을 남기는 영화죠.



+레전드 명대사
“사실 한 사람을 이해한다 해도 그게 다는 아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니까. 오늘은 파인애플을 좋아하는 사람이 내일은 다른 걸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 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만일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고 싶다”
오글오글, 괜히 보는 내가 민망한 대사죠? 근데 왕가위는 이걸 낭만과 궁극의 멋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니깐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파인애플이 새콤한 맛이 떠오르면서 자연히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무한 재생하게 될 겁니다. 장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