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멜멜은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와 빈티지 숍 ‘텍스처 숍’의 일원이다. 좋아하는 한 장의 이미지를 힘 있게 밀어붙이는 개인 작업에 집중하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팀으로 전시를 열기도 하고, 상호존중이 가능한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선보이기도 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성은 일치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셈이다. 그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익숙한 자신만의 공간이다. 차질 없이 자리에 앉아 쭉쭉 일을 이어가거나 간단한 요리를 나눠 먹고, 느긋하게 이 책 저 책 뒤적이는 평화로운 일상에 감사하는 그는 작업실과 생활 공간이 함께 있는 집을 언젠가 꼭 갖고 싶다. 내년에는 일과 생활에 관한 에세이 집도 펴낼 예정. 올해가 가기 전에는 가까운 사람들과 부산, 제주도로 짧은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매번 조금씩 달라지지만 최근의 바람은 다음과 같다. 타인을 섣불리 유형화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meltingframe 종이를 쓸 일이 많지도 않으면서 여러 소재로 된 문진들을 모은다. 나무나 유리, 쇠나 돌. 묵묵히 무언가를 누르기 위해 태어난 물건이라는 점이 좋다. 나이스숍에서 발견하고 한눈에 반한 글로리홀 박혜인 작가님의 유리 문진.
시칠리아를 막 다녀온 직후여서일까. 시칠리아 주도인 ‘팔레르모’라는 이름에 마음이 끌려 골랐던 향수로 가볍고 부드러운 시트러스 향이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칠리아 여행의 기록은 도시 사진집 <레투어 Retour> 시리즈의 두 번째 권으로 묶이기도 했다.
가장 좋은 공원은 가까워서 자주 갈 수 있는 공원이 아닐까. 크진 않지만 북한산이 잘 보이고 아담한 연못과 소나무, 참나무가 있는 이곳에 올 사계절을 빚졌다. 능선이 완만한 편이라 스튜디오 막내인 강아지 택수와 함께 오르기도 좋다.
「 4 앤아더스토리즈의 펄 드 코코 바디로션
」 코코넛이 들어간 모든 것을 좋아한다. 후아힌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지칠 때까지 수영한 후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 먹었던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특히나 그리워하는 지난 여행의 풍경. 책상에 두고 손이 건조할 때마다 수시로 바른다.
아트 앤 사이언스의 소냐 박과 플래너 브랜드 호보니치 테쵸가 협업한 다이어리. 올해 초 제대로 된 노트 한 권을 구입하고 싶어 구입했다. 어딘가 엄숙한 표지와 얇은 종이가 한 해를 기록하는 내내 근사한 기분을 선사해 줬다.
모든 술에 취약한 내가 즐겁게 반 병 가까이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와인. 꿀빛의 화이트 와인으로 달고 청량하다. 망원동에 자리한 술집 바르셀로나에 앉아 갈릭 누들과 냉이 앤초비 파스타와 먹으면 천국과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 7 타임 앤 스타일의 ‘YAE Beer Glass’
」 생활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정물이 있다. 아주 가느다란 펜으로 그린 것처럼 얇은 이 유리컵은 덜렁거리는 내 성격을 아는 주변인들이 구입을 만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무사히, 보란 듯이 잘 쓰고 있다. 맥주 마니아를 위한 유리컵이지만 주로 차를 담아 마신다.
반자동일 것, 지나치게 비싸지 않을 것, 색감이 진득하고 선예도가 좋을 것, 되도록 줌 기능이 있을 것. 세 번째 필름 카메라를 고를 때의 기준이었다. 첫 번째 사진집은 대부분 이 카메라로 찍었다. 무겁지 않아 여행 갈 때 꼭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