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 스티치 장식의 트렌치코트는 Freaks.

블랙 레더 미니스커트는 8 by Yoox. 터틀넥 니트와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현이 입은 니트 스웨터와 체크 재킷, 스커트 모두 Polo Ralph Lauren. 찬혁이 입은 화이트 셔츠와 체크 넥타이, 브라운 재킷, 팬츠는 모두 Polo Ralph Lauren.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말인가요 찬혁 그렇죠, 하하.
이번 앨범 <항해> 트랙 리스트의 대부분을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배 안에서 썼다고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항해>는 공간이 많이 반영된 앨범 같더군요. 찬혁 씨가 공군에 지원했다면 다른 게 나왔을까요 수현 착륙? 이륙?(까르르) 찬혁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항해’가 좋아요.
앨범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소설 <물 만난 물고기>도 출간했어요. 특정 독자를 상상하며 쓴 게 있나요 찬혁 조금 이기적일 수 있는데, 이번엔 앨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까’ 보다 저를 온전히 담는 데 신경 썼어요.
반응이 좋아요. 공개되자마자 음원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요. 여러 반응 중에 인상적이었던 게 있다면 수현 음원 차트에서 오랜 기간 1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감사한 건 후기들이에요. ‘얘네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나는 이런 느낌을 받았어’ 하는 후기를 보는 게 참 즐거워요. 찬혁 이전엔 대중성과 저희가 가진 색깔을 잘 버무리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번엔 그런 고민이 덜했죠. 타이틀도 그렇고 표지도 그렇고, 저희가 하고 싶은 게 확고했거든요. 고민 없이 앨범을 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니까, 어리둥절해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과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맞물렸을 때 오는 쾌감이 있어요.
창작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죠. 반대로 대중을 생각하며 썼는데 반응이 미지근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다음 앨범 만들 때 영향을 미치나요 찬혁 많이 그렇지요.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인정해 주니까 더 신중해져요. ‘앞으로도 자유롭게 할 건데, 다음엔 이런 반응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전 앨범보다 찬혁 씨 보이스가 전면에 나선 느낌이에요. 수현 씨 보이스는 한층 깊어진 느낌이 들고요 수현 확실히 오빠 노래 지분이 늘었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오빠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앨범이다 보니, 오빠가 부를 때 훨씬 더 와 닿는 게 있었어요. 사실 오빠는 어떻게든 키를 맞춰서 저에게 노래를 주려고 했어요. 찬혁 듣는 분들 귀를 고려해야 하니까요(웃음). 수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가 부른 느낌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오히려 설득을 많이 했어요. “이건 오빠 목소리가 훨씬 좋다”고.
좋은 파트너이자, 든든한 지지자군요 수현 에헴! 그럼요(웃음). 대신 제가 잘 살릴 수 있는 노래는 과감하게 또 저만 불렀어요. 오빠 화음을 넣어서 녹음했었는데, 그건 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죠. 이번 앨범에선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냈어요.
이전에는요? 수현 이전에는 그냥… 종?(일동 폭소) 사실 이전엔 제가 잘 모르기도 하고 의지도 크지 않았어요. 목소리를 못 낸 게 아니라 별생각이 없었던 거죠. 그러다가 오빠가 군대 갈 때 약속을 했어요. “오빠가 돌아오면 악뮤의 짐을 같이 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찬혁 씨 의도가 많이 들어간 앨범이지만 수현 씨 역시 본인 앨범 같은 느낌이 들겠군요 수현 맞아요. 그래서 애정이 커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수현 일단 노래를 다양하게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심사를 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도 있고, <비긴 어게인>을 통해 선배님들에게 많은 걸 배웠죠. 라디오 DJ로 활동하면서 귀가 트인 것도 있고요.
<비긴 어게인>에서 김필과 ‘오랜 날 오랜 밤’ 듀엣을 한 후에 “친오빠랑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필이 오빠랑 부를 때는 감정이 이입돼서 불렀던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많이 웃었어요 수현 정말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어요. 필 오빠 눈을 바라보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점점 몰입이 되지 뭐예요. 오빠랑 부를 때는 눈을 꼭 감고 부른다든지(일동 웃음) 상상하면서 부르는데 ‘남녀 듀엣곡을 이렇게 부를 수 있구나!’ 했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찬혁 저는 아직 다른 분과 듀엣을 해본 적 없어서 그 기분을 몰라요. 수현 (장난스럽게) 굉장히 좋거든~? 꼭 경험해 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군대에 갔으니 음악적으로는 공백이겠구나 했어요. 그런데 군대에서 이렇게 곡을 만들고 나올 줄이야! 찬혁 많은 분들이 “와, 어떻게 군대에서 곡을 쓰니? 정말 대단하다”고 하는데 전 그냥 늘 하던 걸 했을 뿐이에요. 군대 있을 때도 선임들이 “넌 참 노력하며 사는 애구나”라고 하셨는데, 저는 노력한 게 아니라 그냥 노는 거였거든요. 음악은 제 도피처이기도 하고요.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직업이라니, 복 받은 거죠. 기자간담회에서 유행을 타지 않은 멋스러운 가치는 ‘성숙’이라고 했더군요 찬혁 지난 2년 동안 시대를 타지 않는 가치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많은 게 변하잖아요? 시대적으로 혁명도 있었고, 유행도 빠르고. 그랬을 때 ‘영원한 멋짐이란 뭘까’를 깊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고민 끝에 제가 찾은 게 ‘성숙’이란 가치였어요.
그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사람에게 사랑받는 음악은 뭘까요 찬혁 기적과도 같은 일이죠. 그건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모든 타이밍이 우연치 않게 맞물리는 거니까요. 사람들이 10년 후 <항해>를 어떻게 들을까도 고민했을 것 같아요 찬혁 그게 이번 앨범의 목표였어요. 당장 사랑받는 것보다 10~20년 후에 사랑받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게.

시스루 원피스와 로고 보디수트는 Fendi. 블랙 이너 톱과 팬츠는 Miu Miu.

핀스트라이프 수트 재킷과 팬츠, 카디건, 벨트는 모두 Prada. 슈즈는 Bananafit.

찬혁이 입은 골드 라펠의 블랙 코트는 Kimseoryong. 티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현이 입은 화이트 원피스와 블랙 블레이저는 Midnight Circus.
<항해>가 오랜 시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앨범이라 했는데, 반대로 악뮤의 과거 앨범을 들춰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찬혁 (쑥스럽다는 듯) 그건 이제…. 그대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요.
멋진 말이군요 찬혁 솔직히 이전 앨범을 잘 못 들었어요. <항해> 나오기 전까지 많은 분들이 1집 <플레이>를 악뮤의 최고 앨범으로 꼽았는데 전 그게 싫었어요. 욕심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이번에 <플레이>를 다시 들어보니까 되게 좋은 거예요. 그 미숙함이. 그때 생각했죠. ‘이건 이대로가 베스트구나!’ 수현 내 미숙했던 모습을 귀엽게 볼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1집 ‘200%’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였어요. 첫 뮤직비디오라 기대가 컸는데, 메이크업도 거의 안 하고 의상도 교복인 거예요. 주위에서 다들 “화장 안 해도 귀엽고 충분히 예쁘다”는데 저는 그걸 한참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게 왜 예쁘다는 거지? 못난이 인형을 좋아하는 그런 건가?’ 했죠. 그런데 이제 보니까, 내 모습이지만 너무 순수하고 귀여운 거예요. 아이라인을 짙게 했거나 입술을 발갛게 했으면 후회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빠 말대로 그땐 있는 그대로가 참 좋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앨범 속엔 그 시절의 악뮤가 투영돼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앨범 자체가 악뮤의 연대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찬혁 그래서 사람은 이것저것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뭔지 알게 되죠. 사실 <플레이> 때 제가 진짜 하고 싶어 한 건 일렉트로닉이었어요. 이후 일렉트로닉, 댄스,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K팝스타2
소설 <물 만난 물고기>에서 “자신이 곧 예술이 되는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거든”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찬혁 예술가라는 단어가 요즘은 뭐랄까, 진부하달까. 너무 흔한 말이 돼 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책에도 ‘자신의 말을 지키는 사람이 아티스트 같다’고 썼는데, 그게 예술에 대한 지금의 제 생각이에요. 자신의 말을 지킨다는 건, 뭔가 이뤄낸다는 거잖아요? 내뱉은 말을 형상화하는 것. 그게 모든 예술의 첫 번째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달 <엘르> 창간 기념 이슈로 엘르 팀이 ‘Z세대 스페셜’을 준비하고 있어요. 두 분도 말하자면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에 속하는데, 본인 혹은 또래 세대가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찬혁 많이 달라졌죠. 개인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미래보다 당장의 가치를 조금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인 것 같고요. 아무리 아껴도 집 한 채 사는 게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뭔가를 소유하기보다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걸 추구하게 된 게 저희 세대죠. 수현 저는 지금 세대가 조금 걱정돼요. 지금 태어나는 친구들은 아날로그를 전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디지털 세상에선 전원이 꺼지면 모든 게 멈추잖아요? 손쓸 새도 없이. 지금 세대가 아날로그 감성을 조금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악뮤’의 항해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요 수현 이제 출발! 찬혁 항해의 시작! 이전까지는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바다로 나가기 위해 육지에서 망치질하고 뗏목을 만들던 시기였죠. 선배님에게 많은 걸 배우고 인생을 어렴풋이 알게 되고 우리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을 보냈다면, 이젠 그걸 발전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