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거리는 물론 런웨이를 휩쓴 스트리트와 유스 컬처의 영향으로 카파, 엄브로, 리복 등 90년대에 각광받던 레트로 스포츠 브랜드의 주가가 덩달아 높아졌다.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세대에게 가장 친숙한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인 휠라는 그 선두 격이었다. 2017년에 가장 ‘핫’한 디자이너였던 고샤 루브친스키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휠라는 이후에도 바하 이스트, 어번 아웃피터스, 제이슨 우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좋은 결과물을 냈고, 최근에는 펜디와 컬래버레이션하기도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 스포츠웨어 브랜드로선 이례적으로 밀란 패션위크에 참가하기도 했던 휠라가 이번 2020 S/S 밀란 패션위크에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디자이너 안토니노 잉그라시오타(Antonino Ingrasciotta)와 조셉 그래젤(Joseph Grasel)은 휠라가 지닌 정체성과 현대적 감성을 조합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휠라의 ‘아쿠아 타임’ 컬렉션을 재해석하는가 하면 휠라만의 헤리티지와 스포티즘을 융합해 구현한 ‘SNBN(See Now Buy Now) 캡슐 컬렉션’의 새로운 버전도 공개한 것. 먼저 ‘아쿠아 타임’ 컬렉션을 위해서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키워드를 디자인에 응용했다. 물, 바람, 모래와 사구 등에서 모티프를 얻은 세일링 무드의 점퍼와 숫자로 포인트를 준 자수와 스포티한 컬러 블로킹 디테일, 메탈릭 소재가 미니멀한 스타일링과 어우러졌다. ‘워터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 의상은 일상뿐 아니라 휴양지 혹은 특별한 디너 파티 의상으로도 손색없어 보였다(쇼 후반부에 등장한 블랙 슬리브리스 드레스들이 대표적인 예). 피날레에 등장한 의상은 휠라 고유 컬렉션인 ‘SNBN 캡슐 컬렉션’으로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구입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재킷과 윈드 브레이커, 스웨트셔츠 같은 스포티한 아이템에 시퀸 소재 스커트와 티셔츠 드레스 같이 드레시한 아이템을 레이어드한 것이 특징. 이처럼 휠라는 다채로운 컬래버레이션과 독자적인 컬렉션을 전개해 나가며 스포츠 브랜드가 가진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추억 속에 머물기보단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패셔너블함과 동시대적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휠라의 행보는 스포츠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