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한 카림 라시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보컨셉과 협업한 오타와 컬렉션. 동시대 디자인에 대한 카림 라시드의 생각. | 카림 라시드,디자인 제품,인테리어 디자인,디자이너,프로젝트

1년에 2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던데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방문해야 하는 도시가 21개다. 신제품 소개, 강연과 컨퍼런스, 디제잉 등 해야 할 일도 많다. 유기농 음식과 17종류의 영양제, 운동 덕분에 버티는 것 같다. 뉴욕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세 개를 위한 드로잉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쇼핑몰과 이탈리아 회사의 램프, 신발 디자인이다. 다양한 프로젝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결은 스케치할 때도 형태만 그리는 게 아니라 사용자 경험과 소재, 규모, 생산 기술의 조건을 고려한 아이디어를 내는 식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한다. 내 스튜디오에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하나로 모은 ‘다원주의(Plularism)’ 팀이 있다. 건축 디자이너가 로고를 만들거나 신발을 디자인하고, 패션 디자이너가 스마트폰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는다. 디자인에 있어 굳이 제품과 장르의 차이를 두고 싶지는 않다. 결국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형태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은 일이니까.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한 ‘오타와 컬렉션’의 탄생 과정은 보컨셉 본사 미팅을 위해 캐나다에서 덴마크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떠올랐다. 오타와의 겨울 숲 풍경이 덴마크의 경치와 크게 다를 바 없더라. 의자와 테이블의 다리는 겨울 나뭇가지를, 의자의 몸체는 나뭇잎을, 서랍장은 바위를 형상화했다. 컬렉션 전체가 차분한 겨울의 자연을 연상시키지 않나.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당신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많은 영감을 자연에서 얻는다.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형태는 완벽하게 대칭되거나 직선인 경우가 거의 없는 자연에서 온 것이다. 무엇보다 모듈형 구성으로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는 오타와 소파는 누가 봐도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이다. 그중에서도 멋진 핑크 벨벳으로 제작한 것은 더욱더. 당신 집에 있는 오타와 컬렉션은 거실에 있는 오타와 체어는 몸체는 검은 가죽, 다리는 초록색이다. 나뭇잎 형태를 강조하고 내가 좋아하는 색을 더한 셈이다.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당신의 주장대로 지난 30여 년간 세상은 변했을까 물론 이제는 물병 하나를 살 때도 누가 디자인했는지 관심을 보이는 시대다. 사람들은 디자인 제품을 공장에서 뚝딱 생산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창작물로 인식한다. 그게 내 노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앞으로도 디자인은 우리 삶을 바꿀까 디자인은 정치나 사회운동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디자인은 생활의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여러 개의 기능이 통합되거나, 독성 없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완벽한 재활용이 가능한 식으로. 더 나은 삶은 이미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