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주세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주세요. 밴드를 해보겠다고 낙원상가를 돌던 유년의 기억, 새로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무대가 있는 그곳으로.::교보문고,시청광장,정동길,남산공원,물고기카페,오즈세컨 힐 오즈세컨,마크 by 마크 제이콥스,시스템 옴므,프레드 페리,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교보문고,시청광장,정동길,남산공원,물고기카페

1 시청광장2 교보문고real square타루의 광화문 타루는 종종 팬카페에 정치적인 글을 올린다. 4대 강이 안 되는 이유나 지방선거 공지 글, 심지어 투표 인증샷을 찍어 보내면 추첨을 통해 밥을 사는 이벤트도 걸었다. 홍대가 주 근거지인 타루지만 광화문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도시계획을 통해 다듬어진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의 미관을 보기보단 그곳에서 열리는 집회,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여성 전용 미용 카페의 인터뷰를 본 적 있어요. 미용뿐 아니라 정치에 관한 콘텐츠로 유명한 카페죠. 기자가 미용 카페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갖느냐고 묻자, ‘정치는 우리 삶과 밀접한 것인데, 정치인들이 거짓말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어요. 내가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비난의 쪽지가 오곤 해요. 일개 가수가 왜 나서느냐는 거죠. 정치가 특정 계급의 전유물도 아니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데 이해가 안 돼요” 한창 녹음 중인 타루의 2집은 세상을 이야기하는 곡이 담길 예정이다. 사랑 노래만 넘쳐나는 이 땅에서 타루는 다른 노래를 부르고 싶다. “교보문고에 로맨스 소설만 있다고 생각해봐요. 끔찍하지 않나요? 그런데 왜 노래는 한쪽으로 쏠려 있을까요. 난 교보문고가 좋아요. 이곳엔 수많은 책이 있죠. 연령별, 성별, 장르별, 주제별, 의견별로 여러 세상이 존재해요.” 한 권의 책으로 압축된 다양한 세상들, 광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문제들은 타루를 움직이게 한다. 내적인 변화보다는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는 그녀에게 광화문은 큰 자극제일 것이다.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 도시계획으로 아름답게 재탄생한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열리는 집회, 사회적 사건 사고를 떠올리면 마냥 감탄할 수 없다. 힘없는 사람들이 사회에 말을 거는 곳, 우리 삶과 밀접한 정치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그곳에 주목한다. 교보문고 돈 없는 학생 시절, 광화문에 보컬 레슨을 받으러 다니던 타루에게 교보문고는 놀이터였다. 보컬 레슨 서적, 예술 서적을 들추며 세 바퀴는 기본으로 돌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지금도 이곳의 방대한 서적, 그만큼 다양한 세상에 자극받기 위해 종종 들른다. 1,2,3 정동극장boys' nostalgia재주소년의 정동 재주소년의 박경환은 자신들의 노래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에서 말하는 서울을 정동에서 찾았다. 그 가사처럼 옛 여인의 동네를 지나칠 때마다 추억을 떠올리는 남자, 헤어지던 날 공원을 적시던 비의 냄새가 남아 있는 거리. 재주소년의 유상봉은 이문세의 노래를 들으며 이곳을 산책한다. 2004년 여름, 정동극장에서의 공연 차례를 기다리며 돌담길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기억. 그 후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나는 곳이 되었다. “계절의 변화를 분명하게,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여름에는 여름의 시작점, 가을에는 가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어요” 재주소년은 그들이 하는 포크 음악에서 보듯 번잡하고 트렌디한 것은 질색이다. 군 복무로 공백이 부담스러웠을 그들은 최적의 앨범 작업을 원했고, 그래서 이번 4집은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서 완성됐다. 산 중턱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이 떠난 한밤의 동방에서 작업한 노래를 들고 상경한 그들. ‘유년에게’, ‘소년의 고향’이란 수록곡에서 보듯 그간 재주소년이 보여준 순수한 시절에 대한 향수가 더 농밀해졌다. 박경환은 중학생 때 드럼을 구입하기 위해 낙원상가를 헤매다 청계천을 돌아 내려왔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이곳에는 그의 유년이 자리한다. 무엇보다 음악이나 성격이나 포크 성향인 재주소년에게 정동은 서울에서 찾은, 가장 덜 번잡하고 보다 아날로그적인 곳, 비행기를 안 타도 갈 수 있는 작은 제주인 것이다. 정동극장 2004년 여름, 재주소년이 공연을 가졌던 곳. 데뷔 1년 차로 지금보다 서툴지만 순수했던 시절이다. 돌담길 정동 근처에서 공연이 있을 때면,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돌담길을 산책했다. 자주 오진 못해도 계절이 바뀔 때면 들러 이곳의 풍경을 간직한다. 청계천 청계천에 고가도로가 있던 시절, 중학생이었던 박경환은 낙원상가가 아닌 애먼 세원상가만 헤집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열정은 가득했던 시절. 이젠 고가도 없고, 데이트하는 연인들뿐이지만 가끔 들러 그때를 회상한다. 1 웰콤씨어터2 레스토랑 그안3 남산공원musical living room가을방학의 장충동 계피에게 장충동은 새로운 시작이다. 교수님께 난해한 질문을 던진다는 줄리아하트의 정바비 선배를 풍문으로만 접하다가 GMF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났고, 자연스레 가을방학을 결성하게 되었다. 계피는 가을방학과 더불어 TJ, 이병훈과 함께 우쿨렐레 피크닉으로도 활동 중인데, 대부분의 공연과 연습을 장충동의 웰콤씨어터에서 하고 있다. 브로콜리너마저를 탈퇴한 이후 계피의 새로운 시작은 장충동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홍대에서 두문불출한다는 정바비에게 장충동은 족발이나 태극당을 들어 설명해도 공감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장충동은 그에게 손님 접대용 응접실이다. 안방보다 낯설지만 내 음악을 들어줄 손님을 맞이하는 곳. “그간의 공연은 공간으로 기억되곤 해요. 춘천마임축제에서의 공연을 돌이켜보면 탁 트인 자연이 먼저 그려지죠. 공간의 힘이 대단하죠. 장충동의 웰콤씨어터는 음향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관객들이 편안해해요. 관객과 우리에게 맞는 공간이 필요하고, 다행히 이곳이 그래요.” 가을방학은 10월 중순 정규 1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가사에 탁월한 정바비와 인디 신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컬이라 칭하고 싶은 계피. 그 둘의 정규 1집 쇼케이스도 아마 장충동에서 이루어질 듯하다. 웰콤씨어터 KTX에서 나눠주는 이어폰을 쓰다 고급 헤드셋으로 바꾸니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도 아름답게 들린다는 계피. 소리에 민감해진 그녀는 훌륭한 음향 시스템을 갖춘 웰콤씨어터에서의 공연이 늘 즐겁다. 하릴없는 날에도 연습하러 이곳을 찾을 정도. 그안 웰콤씨어터 내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그날의 공연이 잘되면, 대표님이 쏘는 스테이크를 썬다. 상 받는 듯한 들뜸이 있는 곳. 남산공원 이상과 재회한 금홍이 부르는 육자배기 가락.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한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버려라’. 여기에 영감 받아 만든 ‘속아도 꿈결’이란 데모를 들으며 발길 가는 대로 걷는다. 계절의 힘에 놀라면서,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1 명월관2 상수역 근처 한강변3 물고기 카페starting point칵스의 서교동 평균나이 21.5세의 일렉트로 록 밴드, 칵스. 아이돌만큼이나 어린 이 친구들조차 홍대의 변화를 감지한다. 칵스에서 신시사이저를 담당하는 숀(Shaun)이 홍대에 입성한 것은 4년 전이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숀은 홍대 놀이터에 버스킹을 하다 클럽 명월관의 주인장을 알게 됐다. 그는 바깥바람 맞느니 명월관에서 공연하라며 자리를 내주었고, 그것이 뮤지션 숀의 시작이었다. 그때만 해도 클럽에는 ‘부비부비’하는 사람들 보다 지금 나오는 음악이 무엇인지 묻는 홍대 피플이 많았고, 그들 앞에서의 연주는 늘 즐거웠다. “10 여 년간 홍대를 지켜온 명월관 앞에서 4년 전의 홍대를 그리워하는 것도 우습지만, 예전이 더 좋았어요. 요즘 홍대가 카페 포화 상태가 된 것도 장사 되는 이곳에 치고 빠지려는 작자가 넘쳐나기 때문이죠.” 그는 아쉬워하면서도 이곳이 자신과 같은 밴드 친구들을 받아주고 키워주는 유일한 지역임을 인정했다. 유일무이하다는 것이 슬프지만 말이다. 칵스는 첫 미니앨범 를 발매하고 올여름 지산, 펜타포트, 타임투락 등 웬만한 페스티벌 무대에 다 섰다. 생애 가장 바쁜 한때를 보내고 있지만 그가 어딜 가든 원점은 홍대다. 첫 계약을 한 레이블, 음악을 만들던 카페, 무명의 그에게 자리를 내준 클럽, 버스킹을 하던 놀이터 모두 이곳에 있으니까. 명월관 숀에게 명월관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간의 클럽이 붐비는 사람들의 순환(정확히 입장료)으로 운영된다면, 이곳은 음악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명월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고, 비단 음악뿐 아니라 온갖 서브컬처를 위한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물고기 카페 빈 시간만 있으면 노트북과 미니 건반을 들고 이곳을 찾는다. 곡 작업을 하기에 적당한 소음, 진 치고 작업해도 눈치 보이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 때문. 홍대에서 가장 가까운먼저 보이는 한강변 상수역 지나 강변북로 타기 전 신호에서 좌회전하면 보이는 오피스텔, 그곳의 지하도를 지나면 한강이 나온다. 상수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로, 번잡한 홍대를 벗어나고 싶을 때 제격이다. 각종 고민들을 내려놓고 오는, 말없는 상담소 같은 곳.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