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오는데 서서히 ‘고민’과는 안녕하고 ‘쿨’과 친해져볼까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쿨할 수 있느냐’는 드라마의 명대사 기억해요?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 앞에서 쿨은 먼 나라 딴 세상 얘기잖아요. 당신의 가슴속 파도도 잔잔할 줄 모르는 게 당연해요. 이제 가을도 오는데 서서히 ‘고민’과는 안녕하고 ‘쿨’과 친해져볼까요?::고민,상담,카운셀링,해결,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고민,상담,카운셀링,해결,엘르걸

Q 요즘 ‘혹시 내가 조울증이 아닌가’ 고민하고 있는 25세 여자입니다. 얼마 전 원하던 직장에 취직했고, 남자친구와도 별 탈 없이 지내고 있고, 집에도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는 때가 있어요. 또 참 신기한 것이, 그럴 때마다 친구들마저 연락이 안 되거나 선약이 있어 만나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남자친구를 만나는 건 쥐약입니다. 평소 묻어두었던 불만이나 완전히 해결보지 못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판 싸우게 되거든요. 결국 그런 날엔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혼자 아이쇼핑을 하거나 영화관을 찾아요. 잠들기 전엔 어김없이 허탈하고 외롭고요. 이거, 문제 있는 거죠?A 나…엄청 이해해요. 겪어봤거든. 그때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도 해결해줄 수 없는 외로움이 있다! 한편으로 나는 이런 외로움을 즐기기도 했어요. 혼자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고, 여자친구한테 전화가 오면 친구를 만나고 있다고 거짓말했어요. 아마 무의식 어딘가에서 이런 외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었거나 혹은 이 외로움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감각이 존재했던 게 아닐까요(영화 팀에 연락해봐야겠어요). 나는 너무 괴롭고 외로워서 거기서 빠져나오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에요.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탈출할 수 있어요. 듣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신나는 음악을 듣고, 자꾸 즐거운 생각을 하는 거죠. 이런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 상태를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믿고, 그 믿음을 몸과 마음과 뇌에 각인시키는 거예요.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아니에요. 감정 역시 우리의 것이에요. 동지, 건투를 빌어요. 이우성· 피처 디렉터A 저와 같은 병을 앓고 계시네요. 네, 조울증 맞습니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기분이 다운돼서는 그날 만나는 누군가와 결국 좋지 않은 ‘결말’을 맺고야 마는 정말 대책이 안 서는 병이지요. 이런 날 저는 절대로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백발백중 틀어지거든요. 오랜 경험으로 노하우가 생긴 셈이지요. 저도 한때는 님처럼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조울증은 대개 타고난 천성이고, 고치기 어렵다는 점, 또 다행히도 ‘조증’ 상태가 있어 견딜 만하다는 점을 들어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 이런 기사를 보신 적 있는지요? “‘조울증’ 천재성과 관계 있다. A학점 학생들 양극성장애 발발 확률 4배 높아” 영국 일간지 의 믿을 만한 보고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신과에 가면 이런 문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고흐,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니체, 프로이트…. 이 위대한 사람들을 키운 건 조울증이었다.” 과연 이 문구를 보고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조울증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당신을 들었다 놓는 그 몹쓸 감정의 ‘파고’를 그냥 즐기는 건 어떨까요. 당신이 A학점을 받고,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가 팍팍 샘솟는 이유 역시 바로 조울증 덕분이니까요.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저자A 글쎄요, 문제라. 조울증인지 아닌지는 자가진단이 아닌 전문의에게 맡기고요. 이 글만 놓고 보면 문제라기보단 외로움의 냄새가 짙게 풍기네요. 타인이나 특정 사건에 일희일비하던 센서가 둔감해지고 그 에너지를 자신에게 돌려 본질적인 외로움을 발견해내는 어른의 삶. 그 삶의 초입에 들어선 거니까 문제 있는 거라고 지나치게 예민 모드로 지내진 마세요. ‘내게 정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많이 편안해집니다. 외로움과 우울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봐요. 기쁘고 즐거운 것은 좋은 것이고, 우울하고 외로운 것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변형시켜봅시다. 사실 당신을 괴롭히는 건 우울과 외로움 혹은 특정 사건이나 사람 그 자체가 아니고, 그것들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되새기는 본인의 시선에 달려 있는 건 아닌가요. 급격히 내려가는 기분을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이것 또한 내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포용해주세요. 중요한 건 그 감정의 깊이를 체득해내는 겁니다. 류한마담·칼럼니스트, 저자Q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26세 여자입니다. 요즘 가족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부모님의 이혼 이후 가정 형편이 늘 넉넉하지 못했어요. 어머니께서 혼자 일을 하시려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지셔서 요즘은 집에 계신 상황입니다. 제겐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동생이 너무 철이 없어서 힘듭니다. 저는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도 안 해본 게 없고, 장학금 받으려고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대학생인 동생은 방학인데도 아르바이트 하나 할 생각은 안 하고, 매일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놀러 다니고 쇼핑만 합니다. 사실상 제가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빨리 취직을 해서 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철없는 동생,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혼자 감당하기엔 취업과 가정 경제, 가장 노릇까지 너무 힘드네요. A 답이 없어요. 스물여섯 살이라고 했으니까 동생은 더 어릴 텐데, 그 나이 때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받아들이질 않아요. 아니, 받아들이질 못해요. 동생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고 스트레스도 받을 거예요. 친구들한테 우리 집 어렵다는 티를 내고 싶겠어요? 동생도 동생의 입장이 있어요. 아마 나름대로는 노력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의 기대치는 하늘에 있죠. 그 관점에서라면 동생이 개과천선할 가능성은 0%예요. 그러니까 결국 동생 때문에 당신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거죠. 동생 말고도 감당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동생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지도 마세요. 차라리 그게 마음 편해요. 그러다 보면 동생은 스스로 느낄 거고 스스로 나아질 거예요.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거예요. 힘내세요. 당신이 가장이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이우성· 피처 디렉터 A 에효, 동생이 진짜 철이 없네요. 님의 경우가 특수하다기보다는 힘겨운 일을 겪고 있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자녀 구도’ 같습니다. 필요 이상의 희생을 하는 책임감 넘치는 첫째와 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게다가 쇼핑까지 즐기는 철없는 막내.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경우 ‘뻔뻔한’ 동생은 쉬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 드릴까요? 바로 님의 어머니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막내’에 대한 연민 때문이지요. 내 자식이 왜 저렇게 철이 안 날까 한심하다가도 결국엔 불쌍하고, 딱하고, 안쓰러워 없는 형편에 다시 용돈을 내주는 거지요. 세상의 많은 부모님들은 첫째는 의지할 대상, 둘째는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도대체 그 기준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경우 님이 좀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희생과 책임을 ‘도리’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청춘을 바친다면, 분명 당신은 늙어서 동생과 어머니를 원망할 수도 있으니까요. 가장 노릇을 포기하세요. 그리고 엄마와 동생과 나눠서 가정을 지키세요. 그것이 언젠가 자립해야 하는 당신의 동생을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 될 겁니다.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저자A 힘들겠어요.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 본인은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요. 다 잘될 거라는 이상적인 낙관론으로 위로하기엔 생활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네요. 그렇다고 같이 철없는 동생을 욕해봤자 정신 차릴 것 같지도 않고. 일단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참고 버텨보는 게 이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최선의 마음가짐이란 생각이 듭니다. 단 제 상황이라는 가정 아래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생각해봤어요. 저는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철딱서니 동생 붙잡고 이야기 좀 해야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무수히 타이르고 야단쳤겠지만 이번엔 통장 까고 지출입 내역서, 가계부 다 펼쳐놓고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 거예요. ‘네가 생각 없이 타가는 용돈 5만원이 가계 수입의 몇 프로를 차지하는지, 지마켓에서 지른 2만8000원짜리 미니원피스를 사기 위해 시급제로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지’ 현실의 무서움을 깨닫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다 이야기할 겁니다. 학자금 대출이나 빚이 있다면 이 기회에 동생에게 다 알려주세요. 그래도 정신 못 차린다면? 신경 끄고 취직에 올인하는 수밖에요. 제 비루한 상상력은 여기까지. 류한마담·칼럼니스트, 저자Q 스물다섯 여자입니다. 요즘 제 자신이 좀 한심하게 느껴져요. 모든 것을 남자친구에게 맞추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옷을 사러 가서는 남자친구가 이런 느낌의 옷을 좋아하니까 난 지겹지만 그냥 사지 뭐’ ‘남자친구 만날 때 꼭 입어야지. 좋아할 거야’ 생각하고, 남자친구가 제 예상과 다르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급실망하고 마는 겁니다. 제가 당황스러운 건 이런 제 모습이 평소 저와 너무 다르다는 겁니다. 피곤한 날에도 남자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기가 싫어요. 자꾸 일상의 스케줄과 취향 등을 남자친구에게 맞춰가고 있는 나, 그냥 그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걸까요? A 스물다섯 살이라서 그래요, 라고 적고 보니 전 서른 살 때도 그랬네요. 참고로 저는 서른한 살 남자입니다. 감정은 이성으로 제압하기 힘들잖아요. 논리로는 알지만 억제하기 어렵다는 거죠.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라기보단 그냥 그런 사람이 아닐까요? 그런데요,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걸 남자친구가 알아요? 아마 모르겠지. 그게 한국 남자니까. 이런 말이 있잖아요. 사랑하면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느니, 사랑은 희생이라느니 등등. 웃기지 말라고 해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우리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예요. 물론 기쁜 순간도 많겠죠. 다만 누구를 위해 연애를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남자친구에게 말해요. “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 이러다간 힘들어서 헤어지고 싶을 거야. 그러니까 나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줘.” 그가 내 추측보다는 좋은 남자일 거라고 믿어요. 당신의 이야기에 기꺼이 귀 기울여줄 거예요. 이우성· 피처 디렉터A 하나만 더 묻고 싶습니다. 남자친구에게만 맞추고 사나요? 아니면 모든 사람에게 맞추고 사나요? 만약 전자라면 하나도 문제 될 거 없습니다. 피곤한 날에도 벌떡 일어나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고 하니 이건 그야말로 제대로 사랑에 빠진 거네요. 님의 눈에 하트 수백 개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선한데요. 상담하면서 이렇게 흐뭇해보긴 처음입니다. 사랑이라는 게 뭐겠어요. 이렇게 상대에게 폭 빠져서 정신줄 ‘놓아버리고’ 탈자아를 경험하는 것 아니겠어요.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몰라’ 그러면서요. 그런데 만약 님이 다른 사람에게도 맞추고 산다면 문제는 달라지지요. 그건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해서 생긴 아주 불평등한 관계니까요. 혹 상대가 날 싫어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버림받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심리가 상대에게 100퍼센트 ‘맞춰주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거니까요. 연애할 때 이건 ‘쥐약’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연애할 때도 행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혹 님이 이렇게 달뜬 사랑을 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것 같네요. 사랑해서 그에게 맞추려는 것인지, 아니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맞추고 있는 것인지.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저자A 어유, 매력 없다. 근데 상대에 따라 마성의 여자도 되어봤다가, 무매력녀도 되었다가 하는 것이 연애 놀음의 특성인지라 나도 안 그랬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같은 남자를 만나는데 왜 그런 후달림 현상이 생기는가, 본능적으로 1초 만에 분석이 완료됩디다. 맞아요. 내가 더 많이 좋아해서 그런 거죠 뭐. 수많은 연애 서적들이 연애의 주도권을 갖고 똑똑한 연애를 하라고, 본인을 잃으면 절대로 안된다고 다 아는 소리 길게 늘어놓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럴 땐 답 없다고 생각해요. 더 좋아하는 거 이미 패 다 보여줬는데 튕겨봤자 뭐 합니까. 그냥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불태우고 맞춰주고 후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것을. 자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남자를 후리는, 연애서 속에 등장하는 그런 마성의 여자는 이 무수한 담금질과 삽질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는 겁니다. 지금은 그냥 후달리는 여자 코스프레 한 채, 불안과 행복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면 돼요. 류한마담·칼럼니스트, 저자*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