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최범석이 들려주는 소소하고 따뜻한 프랑스 남부 이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곳은 프랑스 남부의 끝자락, 지중해의 푸른 내음 가득한 생트로페. 초호화, 럭셔리 등의 단어와 함께 다니며 꿈의 도시로 포장된 이곳은 실은 소박한 멋으로 가득한 마을이다. 다음은 지난여름의 한조각을 프랑스 남부에 두고 온 디자이너 최범석이 들려주는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최범석,생트로페,프랑스 남부,엘르,엣진,elle.co.kr:: | ::최범석,생트로페,프랑스 남부,엘르,엣진

1 생트로페 시내에는 아주 작은 상점들이 모여 있다.2 생트로페 항구에서 만난 거리의 화가.3 생트로페 해변 전경.4 생트로페 항구 전경.아티스트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풍광다이애나 빈이 애인과 휴가를 보낸 곳도, 브리짓 바르도가 전라로 일광욕을 즐긴 곳도 바로 이곳 생트로페다. 올해 서울시가 뽑은 ‘글로벌 톱 10’에 선정돼 파리 트라노이 트레이드 쇼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나는 그곳에서 고객들을 만날 일로 매우 들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날 설레게 한 건 파리 일정 후 예정된 프랑스 남부 여행이었다. 트라노이 쇼가 끝난 후, 샤를드골공항에서 니스공항으로, 니스에서 차를 빌려 다시 생트로페로 그리고 다시 칸으로 가는 일정. 난 매년 큰 여행을 하나씩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된다. 니스공항에 도착한 후 차를 한 대 빌렸다. 오토매틱 카에 익숙한 탓인지 운전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길을 3시간 넘도록 달려 겨우 예약한 콘티키(콘티키는 바다 앞에 원두막처럼 지어진 단층으로 지어진 콘도. 가격은 하루에 150유로 정도이며 취사 가능하다)에 도착했다. 운전하는 동안 양옆으로 펼쳐진 노을 지는 풍경을 보니 앞으로의 일정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지금 당장 생트로페 시내로 나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부유한 유럽인들이 요트를 사두고 여름을 나는 아주 럭셔리한 이곳. 슈퍼카에 멋진 여자를 태워 와서는 거리에 즐비한 럭셔리 브랜드 스토어에서 선물을 사준다는 곳. 10년 전 생트로페 해변은 왼쪽엔 조지 클루니, 오른쪽엔 카메론 디아즈가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세계적으로 ‘핫’한 휴양지였지만 지금은 붐비지 않는 럭셔리한 아지트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생트로페 시내로 들어섰을 때 눈에 띈 것은 생트로페 항구의 모습이었다.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한참 서 있다 보니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거리의 화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그리고 있는 것들이 거리의 그림이라 하기엔 너무나 훌륭한 것 아닌가! 그들은 모두 생트로페를, 그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하나 사야 했다.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 값을 흥정하며 중년의 화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약 20년 전,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흘러 이곳까지 오게 된 이야기. 그리고 이곳 풍경에 매료돼 이곳에서 머물여 그림을 그리게 된 이야기. 120년 전, 잠시 들렀다가 결국 이곳을 거처로 삼은 화가 폴 시냑과 같은 사연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 건 다름 아닌 그의 얼굴과 표정이었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편안한 상태. 아무리 찾아봐도 지구상에 몇 없을 것 같은 그런 인상을 보니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때가 되면 계절에 맞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 디자이너의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나는, 뭐든지 짜맞춰야 하는 산업의 틀 안에 갇혀 있는 나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티스트란 것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다. 무거운 생각은 이쯤에서 멈추고 쇼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엔 아주 작은 스토어들이 모여 있다고 들었다. 얼마나 작은 매장인지, 제품은 어떤 식으로 디스플레이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직업 의식 발동!). 쇼핑의 거리로 들어섰다. 젊은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노란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이(동양인)는 우리를 제외하곤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 있는 루이 비통과 랑방 스토어는 마치 다른 도시 매장의 미니어처 같았다. 도시의 거대한 스토어와는 전혀 다른 느낌. 처음엔 이해할 수 없다가 거리를 다 둘러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구 5000명의 작은 항구 도시에 딱 어울리는 매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르 카페가 보여 그곳에 들어가 브런치를 먹었다. 1 칸 전경, 리비에라 호텔 벽면의 마릴린 먼로 그림이 눈길을 끈다.2 르 카페3 브리짓 바르도의 입술로 도배된 벽에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4 생트로페에서 열린 브리짓 바르도 전시회.5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은 생트로페 해변.휴식, 모든 것을 멈추고 그저 즐기는 일시내를 돌아보며 분석해야 하는 직업병 탓에 한참이 지나서야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바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조지 클루니도, 카메론 디아즈도 없었다. (소문과 달리)화려한 셀러브리티가 있어야 할 자리를 가족 단위의 휴양객들이 채우고 있었다. 파도 소리조차 고요한 바다. 모두가 진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생트로페 항구 옆으로 돌아가면 그곳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길이 나타난다. 영화 에서 혹은 커피 광고에서 봤던 골목길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너무나 아름다운 골목길. 개인적으로 아스팔트가 아닌 예쁜 길을 걷는 일을 좋아한다. 크기가 다른 돌들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프랑스 남부에 가서 꼭 하리라 결심했던 한 가지! 굴을 마음껏 먹어보는 것이다. 바다 음식을 잘 먹지 않는 유럽인들도 굴은 반드시 날것으로 먹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맛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굴 찾아 삼만리. 생트로페를 뒤지기 시작했다. 골목의 끝자락에서 겨우 찾은 레스토랑. 우린 두 가지 출신 성분(?)을 가진 굴을 주문했다. 향이 좋은 것과 씹는 맛이 좋은 것. 입 안에 넣는 순간. 오, 맙소사.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화이트 와인 한 잔! 이 얼마만에 느끼는 즐거움인가! 프랑스 남부에 가서 꼭 하리라 결심했던 것 중 두 번째! 샤토에 들려 로제 와인 테스트하기. 남부는 워낙 로제 와인이 유명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샤토에 들러 로제 와인을 시음했다. 다음 목적지인 칸에 가서 즐기기 위해 세 병의 와인을 샀다. 생트로페에 와서 가장 많이 눈에 띄었던 광고는 바로 BB(브리짓 바르도) 전시회에 관한 것이었다. 한때 패션계를 뜨겁게 달궜던 그녀를 이곳을 떠나기 전 반드시 직접 봐야 했다.작은 텐트에서 하는데다가 생각보다 관람료도 비쌌지만 직접 들어가 보니 나의 선배님들이 왜 그토록 그녀에게 열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찍은 영상, 그녀의 율동, 노래, 연기 모두 너무나 뜨거웠다. 1 칸 전경, 리비에라 호텔 벽면의 마릴린 먼로 그림이 눈길을 끈다.2 마제스틱 호텍에서 열린 사진전.3 여행의 또다른 재미, 위트 있는 사진 찍기.4 디제이를 하던 림. 그와 금세 친구가 됐다. 5 1832 호텔의 루프 톰에서 여름을 즐겼다. 칸에서 만난 젊음, 그들과 나눈 젊음콘티키에서 체크아웃하고 칸으로 이동한다. 칸의 화이트 팜 비치.1835라는 이름으로 리뉴얼한 호텔에 들어서 짐을 던져놓고 바로 HO2 수영장으로 향했다. 칸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수영장은 말 그대로 럭셔리, 럭셔리, 럭셔리!! 저녁 무렵. 왠지 모를 힘에 이끌려 1835 호텔 루프 톱에 올라가 봤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DJ의 음악에 맞춰 부는 색소폰 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뷰가 더해진 풍경. 갑자기 흥분된 상태로 자리 잡고 앉아 화이트 와인을 즐기고 있는데 이거이거, DJ의 음악이 보통이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DJ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 이 동네 사람 맞아? 음악이 보통이 아닌데.” 그가 웃으며 답한다. “나 파리에서 왔어 르바홍에서 음악 틀어.” “어쩐지!” “난 림이라고 해.” “난 범석. 나도 취미로 디제잉을 해.”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됐고 림은 자신의 파티에 우리를 초대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늦은밤까지 파티를 즐기며 젊음을 나눴다. 혹자는 칸이 지루하다고 하지만 부엉이 체질인 내겐 놀이터와 같았다. 해안의 럭셔리 스토어들, 그 앞의 예쁜 조명들, 회전목마, 클럽, 탭댄스를 추는 남자….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에 있어서 누구와 함께 가서 또 누굴 만나는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곳에서 마음에 담아온 풍경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속에만 담아두기엔 너무 아름다운 것들이었다. 가슴에 오롯이 남아 있는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