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핫한 플리마켓 습격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만원의 행복을 전해줄 플리마켓의 계절이 돌아왔다. 집안 구석구석 꽁꽁 쟁여놨던 물건들을 다시 점검해야할 때다. 나에게는 쓸모없는 무언가가 누군가에는 오래도록 찾아 헤맨 보석이 될 수 있다. 품절의 긴박감과 에누리의 기쁨, ‘득템’의 카타르시스가 공존하는 쇼퍼홀릭의 난장. 서울에서 가장 핫한 플리마켓 습격기. :: 스타일리시한, 빈티지한, 독특한, 엘르,엘라서울,엣진,elle.co.kr :: | :: 스타일리시한,빈티지한,독특한,엘르,엘라서울

플리마켓에는 인간사 희로애락이 넘실거린다. 그곳에는 내가 질리도록 신은 운동화가 누군가의 스타일리시한 슈즈와 맞교환되는 기쁨이, 찜해놨던 중고 CD가 잽싸게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는 슬픔이, 폐장 30분전 맘에 드는 가죽 재킷을 떨이로 건지는 카타르시스가 공존한다. 오래된 물건, 직접 만든 물건, 물 건너온 물건이 총집결된 플리마켓은 셀러에게는 쏠쏠한 용돈벌이를, 바이어에게는 알뜰 쇼핑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렇다고 구질구질한 중고 장터나 IMF 시절 부활했던 아나바다 운동 따위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스타일 좋은 언니 오빠들이 알토란 같은 빈티지 아이템을 내놓고, 손재주 좋은 아티스트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판매하는 요즘 플리마켓은 런던 브릭레인 마켓이나 도쿄 요요기 마켓 못지않게 스타일리시하다. 기나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장을 알린 플리마켓 다섯 곳을 찾았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장터들이다. 아티스트만이 셀러로 참여할 수 있는 자존심 센 홍대앞 프리마켓부터 유기농 농산물까지 수용하는 자유로움이 매력적인 생명평화 오백장터, 패션에 환장한 클러버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드는 블링 나이트 마켓까지,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이 스타일리시한 장터는 아는 사람만 부러 찾아가기에 더 매력적이다. 내친김에 플리마켓에서 마주친 멋쟁이 셀러들과 그들이 강추하는 아이템도 함께 공개한다. 하릴없는 주말이라면 당장 운동화끈을 동여매고 밖으로 나가보자. 준비할 것은 약간의 현금 그리고 약간의 눈썰미면 충분하다. “패션 피플의 스타일리시한 난장” 블링 나이트 마켓오픈 30분 전부터 입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뜨악했다면 당신은 아직 플리마켓 초짜. 국내에서 가장 핫한 플리마켓인 ‘블링 나이트 마켓’을 사수하려면 이정도 웨이팅은 고맙게 감수해야 한다. 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블링 벼룩시장’이 작년 가을 복합문화공간인 플래툰 쿤스트할레와 손을 잡고 나이트 마켓으로 콘셉트를 바꾸었다는 소식. 패션 피플 사이에서 ‘쇼핑의 성지’로 불리고 있는 이곳은 누구든 셀러 등록이 가능한 열린 마켓으로, 오픈하자마자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라 만원 지하철에서 뒤늦게 내리는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헤집고 다녀야 보석 같은 아이템을 건질 수 있다. ‘득템’에 눈이 먼 바이어들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튕겨져 나오지 않으려면 스스로가 쇼퍼홀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 미리 신청을 마치고 자리를 배정 받은 셀러들이 총 3층에 걸쳐 자신의 개인 소장품과 창작물을 자유롭게 판매하는데, 셀러 간의 경쟁이 치열하므로 물건 퀄리티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의류와 액세서리류가 강하고 그중에서도 빈티지 아이템의 비중이 높은 편. 마켓 디제이가 즉석에서 고른 음악으로 파티를 펼치는데 클럽을 방불케 하는 화끈한 분위기가 쇼핑 욕구를 2배로 상승시킨다. 셀러 대부분이 패션업계 종사자인데다 바이어들 중에도 멋쟁이가 많으므로 스타일에 신경 좀 쓰고 가야 ‘간지 좔좔’ 언니 오빠들에게 기죽지 않을 것. 팁을 주자면 1층에는 의류가, 2,3층에는 액세서리류가 많고, 오후 10시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비교적 여유 있는 쇼핑이 가능하다. 1층에는 간단한 바비큐와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바가 마련되어 있으니 호흡 곤란이 느껴질 땐 잠시 들러 숨을 돌리도록 하자.ADD 강남구 논현동 97-22 플래툰 쿤스트할레 / 도산공원 사거리, 나누리병원 맞은편 골목 OPEN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TEL 3447-1191 www.thebling.co.kr “술과 여흥의 사고팔기” 생명평화 오백장터수더분한 이름만큼이나 사람 냄새, 흙 냄새 폴폴 풍기는 이곳은 홍대 앞 클럽 ‘오백’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도심 속 장터로 ‘무엇이든 팔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콘셉트로 한다. 야릇한 음악과 어두침침한 조명이 하쉬쉬라도 한 대 물어야 할 것만 같은 알딸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그 때문인지 셀러도 바이어도 대부분 에스닉한 복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찜질방을 연상케 하는 황토빛 실내가 동굴처럼 아늑한 느낌. 맛 나는 유기농 농산물부터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 엄마 장롱에서 보던 고리짝 원피스와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나만의 초상화까지, 온갖 물건과 음식과 기타 등등을 판매하는 진짜 장터. ‘뭘 이런 걸 다 파나?’ 싶은 (재활용품으로 만든 가면이나 예쁘게 깎은 유기농 당근 따위) 아이템과 ‘아니 이런 걸 다 팔다니!’ 싶은 (쿠바에서 물 건너온 시가나 빈티지 탄노이 스피커 같은) 아이템이 마구 뒤섞여 있는데, 이곳에서라면 아무리 괴상한 물건도 반드시 주인을 찾아간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셀러에 따라 물물교환도 할 수 있다고.(에디터는 즉석에서 적은 두 줄짜리 엉터리 시와 소주 한 병을 맞바꾸는 낭만적인 거래도 했다.) 자기들끼리 거래도 하고 술도 마시며 자유롭게 수다를 떠는 셀러들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쯤 공처도 상관없다는 식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틈틈이 게릴라성으로 열리는 공연도 볼거리. 2인조 서커스단이 뜬금없이 등장해 곤봉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공연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맨 정신으로 어정쩡하게 서있기보다는 맥주 한 병 사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함께 어울리는 것이 즐기는 비법. 1만원의 자릿세만 내면 누구나 셀러로 참여할 수 있다. 동네 특성상 외국인 셀러의 참여율이 높다.ADD 마포구 서교동 488-17 지하 1층 / 극동방송국 맞은편 세븐일레븐 골목에서 ‘돈가스 잘하는 집’ 있는 쪽으로 150미터, ‘며느리 밥풀꽃’ 옆 Do빌딩 지하 OPEN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 TEL 338-3452 http://cafe.naver.com.obeg “아티스트의 직거래 장터”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토요일이면 북적대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홍대 앞 놀이터 풍경은 이제 매우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매주 10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하는 이 흥미진진한 마켓은 2002년 6월 첫발을 내디딘 이래 사무국인 일상예술창작센터를 설립, 예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듭하며 조직적인 마켓으로 성장해왔다. ‘프리마켓(Free Market)은 플리마켓(Flea Market)이 아닙니다’라는 구호처럼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닌, 창작품과 창작행위가 펼쳐지는 예술시장을 지향하는 곳. ‘생활창작아티스트’라 불리는 셀러들이 시민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데, 손님이 없을 땐 호객 행위에 열 올리는 대신 앉은 자리에서 제각각 작업에 집중하는 ‘시크함’을 보여준다. 모든 물건은 작가의 정성과 자존심이 깃든 ‘작품’이므로 함부로 흥정을 시도하는 것은 금물! 사진 촬영에 예민한 작가가 많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다. 하지만 작품이라고 해서 위화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손바느질로 만든 인형, 실로 꿰맨 가죽 수첩, 10초 만에 그려주는 ‘10원 초상화’ 같은 소박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셀러는 매주 조금씩 바뀌지만 부스마다 작가의 명함이 비치되어 있으므로 물건에 이상이 생기면 A/S를 신청할 수 있다. 놀이터 뒤편에는 인디 밴드의 공연이 수시로 열리는 ‘애프터눈 스테이지’가, 다른 한쪽에는 누구나 창작의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생활창작공간 ‘새끼’가 마련되어 있다. 단 놀이터 밖에 늘어선 노점은 프리마켓과 관계없는 곳이므로 헷갈리지 말 것. 야외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우천시 홈페이지를 꼭 참고해야 한다. 자기 느낌과 개성이 담긴 창작품만 있다면 누구나 셀러로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마켓.ADD 마포구 연남동 571-13 2층 (사무국) / 홍대입구역 5번 출구, 홍대 정문 건너편 놀이터 OPEN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 휴장) TEL 325-8553 www.freemarket.or.kr “언니들의 소박한 바자회” 애나스 바자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패션 리사이클 벼룩시장. 패션칼럼니스트 한영아가 2003년 친구들과 함께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 어느덧 8천4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지금의 형태로 성장했다. 옷장에 처박힌 옷과 버리기 아까운 액세서리를 서로 돌려쓰자는 순수한 취지로 시작된 만큼 수익보다는 서로 나눠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중. 회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위탁하면 스태프들이 스타일 좋고 상태 좋은 물건을 선별해 내놓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플리마켓보다 제품 퀄리티가 뛰어나다. 가격도 대부분 1만~5만원대로 저렴한 편. 각각의 제품에는 위탁자의 이니셜이 적혀있어 신뢰를 준다. 위탁 제품 중 3달 동안 판매되지 않은 것은 교회 등에 기증하고, 회원들로부터 받은 3천원의 가입비는 따로 모아 두었다가 1년에 한 번씩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에 기부한다. 가로수길에 있던 상설매장은 얼마 전 문을 닫았고, 앞으로는 마키 청담본점에서 한 달 단위로 바자회를 열 계획이라고. 패션업계에 오래 종사한 주인장이 심혈을 기울여 바잉한 새 제품과 마키의 브랜드 제품이 섞여있어 잘만 고르면 덩달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카드 결제도 가능하니 참고하자.ADD 강남구 청담동 86-6 / 학동사거리 버거킹 맞은편 마키 청담본점 OPEN 매달 말 오픈, 홈페이지 참고 TEL http://cafe.naver.com/annasbazar “가격 착한 동네 시장” 벼레별씨 벼룩시장좁은 골목에서 ‘별의별’ 일을 다 벌이고 있는 합정동 벼레별씨가 또 한 번 작지만 유의미한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카페 뒤편 공간을 활용해 벼룩시장을 운영하기로 한 것. 작년 가을부터 시작해 벌써 3회째를 맞은 이 친근한 동네 시장은 인근 주민들의 참여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중이다. 각자 집에 쟁여두었던 책과 CD, 오래된 옷과 신발 따위를 바리바리 싸들고 나와 헐값에 판매하는데, 다들 마음이 약해서인지 그마저도 에누리를 해준다. 가격이 정말 착해서 1만원이 넘어가는 물건은 비싸다고 느껴질 정도. 합정동이라는 지역 특성상 센스 있는 셀러들이 많아 허접한 물건 또한 별로 없다. 규모가 작아 번잡스럽지 않고 편안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셀러들끼리 서로의 물건을 구경하느라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재미있다. 참가비 5천원을 내면 음료쿠폰이 제공된다.ADD 마포구 합정동 367-9 1층 / 합정역 7번 출구에서 왼쪽으로 돌아 우리은행 골목으로 직진, 친절세탁소와 신미옥 사이 골목 OPEN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TEL 070-7764-2361 http://cafe.naver.com/vrvc 1 “패션 브랜드 카이아크만 에디터 자격으로 참가했어요. 여긴 멋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스타일리시한 빈티지 아이템, 몽땅 1만원에 판매합니당. 얼른 와서 구경하세용~” (블링 나이트 마켓) 2 “레드와 블루 두 가지 컬러라 연인들이 나눠 갖기 좋아요. 요렇게 안에다가 손을 쏙 집어넣을 수도 있고요. 근데 다른 사람들 물건 구경하느라 정작 제 물건은 못 팔고 있어요.” (블링 나이트 마켓) 3 “쎄봉과 아님이라고 합니다. 재활용품으로 만든 가면을 팔고 있죠. 저렴하고 아름다운 가면의 세계에 동참하셔요~ 아참! 저희 술도 팔고 있으니까 이따 꼭 놀러 오셔야 해요.” (생명평화 오백장터) 4 “찍지 마세요. 찍지 마시라니까요! 에휴… 모르겠다. (찰칵) 여긴 처음 왔는데 규모가 아담해서 맘에 들어요. 안 쓰는 옷이랑 신발이랑 몽땅 가져왔는데 거의 다 팔았어요. 흐흐.” (벼레별씨 벼룩시장) 5 “이 친구는 양말, 저는 김성희라고 해요. 그냥 합쳐서 ‘양반김’이라고 불러주세요. 이건 액세서리 같이 작은 물건을 담기 좋은 나무상자에요. 이 친구가 상자를 만들면 제가 그 위에 그림을 그리죠. 가격도 저렴해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6 “영화 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인형이에요. 이마에 ‘Kill’ 이라고 써진 거 보이시죠? 푸하하. 그리고 이건 변태 악어 인형이에요. 털이 유독 많은 녀석이죠.”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7 “여행만 4년째 다니고 있는 여인입니다. 한국인이긴 하지만 지금도 여행 중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팔면서 근근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이건 아마존의 씨앗으로 만든 목걸이에요. 예쁘지 않나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8 “이건 직접 만든 와펜이고요. 이건 집에 굴러다니던 미니 안마기입니당. 한 번도 안 쓴 새 거예요. 같이 사시면 저렴하게 드릴게요~ 오백장터는 처음 와봤는데 사람들이 너무 재밌어요. 다음에 또 올 거예요.” (생명평화 오백장터) 9 “이 녀석들 이름은 ‘구렉구렉’이라고, ‘그래그래’의 애교 섞인 발음에서 비롯된 종족명이에요. 이렇게 잡고 흔들어주면 목이 까딱까딱 움직여요. 워낙 긍정적인 마인드가 강해 도리도리가 불가능한 녀석들이죠. 후후…”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10 “남편이랑 같이 그림을 팔고 있어요. 이건 다 이 사람 작품이고요. 원색을 많이 사용했는데 반응이 좋네요. 저희만 보지 마시고 다른 데도 많이 구경하세요~” (생명평화 오백장터) 11 “델로스입니다. 2년 반 만에 나왔더니 정신이 없어요~ 그래도 다행히 아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어색하지는 않네요. 저는 주로 물건에 그림을 그려요. 요렇게~”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12 “시작하자마자 엄청 팔았어요. 저희 이래봬도 파워 셀러에요! 이 간지 넘치는 가죽 재킷 보이시나요? 만져보셔도 되고 입어보셔도 돼요. 말만 잘 하시면 싸게 드릴게요.” (블링 나이트 마켓)*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