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성지에 직접 다녀온 3인의 리얼 후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마음에 품고 있던 풍경을 마주하고 돌아온 작은모험가 3인의 이야기 | 여행,여행기,몽골,초원,아이슬란드

   ━  초원에서 말 타기 | 몽골   대학 시절 한 달간 몽골 울란바토르 대학에 해외 파견 봉사를 다녀온 적 있다. 그래서 여행 리스트로 단 한 번도 올려본 적 없는 나라, 몽골! 그곳으로 6박 7일간의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온 건 순전히 남편 때문이었다. “여보, 나 몽골 가서 시우랑 초원에서 말 타고 싶어.” 우리 가족의 여행 목적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심플했다. 사실 오케이는 했지만 10여 년 전에 이미 다녀온 나라였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1도 없었다. 하지만 웬걸, 다녀온 지 일주일이 훌쩍 넘은 지금도 난 몽골앓이(?) 중이다. 엘승타사르해 미니 사막에 도착해 해 질 녘 노을을 바라보며 탔던 귀여운 낙타는 오늘 어떤 손님을 태웠을까? 여행 내내 유목민처럼 옮겨 다닌 게르에서의 낯선 밤, 그곳에서 들은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 타다닥 타다닥 장작 타는 소리와 냄새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차로 6시간을 달려 도착한 쳉헤르는 모든 것이 푸르렀다.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에서는 말과 한 몸이 되어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했고, 밤에는 머리 위에 닿을 듯 떠 있는 수많은 별을 보면서 온천욕을 즐겼다. 시우는 목이 꺾일 듯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연신 “와~ 와~ 엄마, 별 좀 봐~”라며 몹시 흥분했더랬다. 이상하게 몽골에 있는 내내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 울란바토르로 다시 상경한 마지막 날 밤, 호텔에서 짐 정리를 하다 말고 남편에게 말했다. “내년에 우리 다시 올 수 있을까? 오게 되면 엘승타사르해에서 쳉헤르로 이동하면서 들른 젊은 유목민 부부의 게르에 꼭 다시 가고 싶어. 거기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히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 선한 눈빛, 입고 있던 화려한 옷들까지 모든 것이 벌써 그리워. 그즈음엔 이동 중에 맘 편히 들릴 수세식 화장실 몇 개는 만들어놓겠지?” 남편도 웃고 시우도 따라 웃었다. 김윤미(패션 스타일리스트)  ━  외계 행성 불시착 | 아이슬란드     폴란드 사진작가 도미니크 스미알로프스키의 <우주비행사의 애수 The Pilot's Melancholy> 전시에서 작가의 눈에 비친 아이슬란드는 외계 행성이다. 완벽히 낯선 땅에 불시착한 파일럿, 그래서 나 또한 파일럿이 되기로 했다. 기꺼이 흠뻑 젖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던 거대한 폭포도, 수천 년 동안 녹은 빙하가 바다와 만나 만들어진 빙하 라군도 근사했지만, 내 진짜 모험은 혼자 렌터카를 빌려 운전하기로 한 순간 시작됐다. 아이슬란드의 서쪽 끝 스나이펠스네스(Snaefellsnes) 반도에 있는 프리저 호스텔(Freezer Hostel)에 가기로 결심한 것. 원래 생선 가공 공장이었으나 현재는 공연장 겸 아티스트 레지던스로 사용되는 프리저는 무명 예술가의 공간이다. 해외에서 운전해 본 적도 없고, 동행도 없고, 당장 빌려둔 렌터카도 없는데…. 고민하던 내 등을 떠민 건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겠다’는 처음 떠날 때의 각오였다. 8시간 동안 526km를 혼자 달리면서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았던 건 아이슬란드의 경이로운 풍광 덕이다. 달리다 풍광이 마음에 들면 차를 세웠다. 말없이 걷고 하늘 사진을 찍는다. 음악도 크게 튼다. 아무도 없다. 드넓은 자연과 나, 단둘이 맞닥뜨려 대화한 비현실적인 시간. 평생 처음 본 탁 트인 시야와 낯선 광경.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에서 나는 두려움보다 절대 자유를 맛보았다. 그렇게 도착한 프리저 호스텔에서 나는 한가로이 소파에 누워 예술가들의 작업도 구경하고, 책과 음반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풀밭에 앉아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 아티스트들과 존 레넌의 ‘이매진’을 합창하기도 했다. 어떤 여행은 나답게 도전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선물해 준다. 그러고 나면 다시 또 시작이다. 홍종희(에어비앤비 커뮤니케이션 시니어 매니저)    ━  북위 78˚ 대탐험 | 스발바르 제도   북위 69°에 살아도 북위 78°의 풍경이 궁금하다. 노르웨이에서 지낸 지 3년째, 해가 지지 않는 여름과 해가 뜨지 않는 겨울이 익숙해질 때쯤 지구 꼭대기로 떠나기로 했다. 노르웨이와 북극점 사이에 있는 5개의 섬을 묶은 스발바르(Svalbard) 제도. 바다도 얼어붙는 땅이자, 북극곰이 주인인 이 섬은 극한에 도전하는 탐험가의 성지다. 이곳에 다녀온 친구들은 거대한 북극곰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려왔는지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모험의 하이라이트는 한밤중에 얼어붙은 계곡으로 떠나는 스노모빌 투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베테랑 가이드는 한쪽 어깨에 구형 장총을 메고 우리를 안내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달리며 스피드를 만끽하던 가이드가 멈추면 야생 순록이 나타났거나 오로라를 발견했다는 뜻이다. 스발바르 순록은 작고 통통하고 못생겨서 더 귀엽다. 순록과 인간 무리는 한참 서로를 관찰하다가 ‘쿨’하게 제 갈 길을 갔다. 다음은 얼어붙은 폭포다. 혹한의 날씨는 흐르는 물줄기를 그대로 얼려버렸다. 핫 초콜릿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꽁꽁 언 폭포 위로 오로라가 나타났다. 모두가 동시에 숨을 멈춘 사이, 가이드는 더 멋진 오로라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대로 한참을 달려 올라선 낮은 언덕, 전조등을 끄니 은하수와 오로라가 동시에 머리 위로 쏟아졌다. 우주가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또 뭘 했더라. 빙하로 만든 맥주를 마시고, 빙하 동굴 안에 기어 들어가 세상에서 가장 깊은 침묵을 느끼고,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걸어 다녔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스노모빌을 타고 눈 위를 헤매며 본 장면들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숫자를 거꾸로 헤아리면 최북단의 하늘이 다시 전방에 펼쳐진다. 다음 겨울엔 오로라보다 만나기 힘들다는 북극곰을 찾으러 갈 것이다. 김윤정(<아이슬란드 컬처 클럽>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