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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코하마에서 길을 잃었을 때 만난 고양이. 2 나의 동거 고양이, 스밀라. 비닐에 탐닉한다. 3 바닷가에 사는 길고양이. 사람은 무서워도 호기심은 감출 수 없어 고개를 쏙 내밀었다. 4 발이 시린 고양이가 슬그머니 돌아앉는 순간, 낙엽이 절묘하게 내려앉았다. 5 길고양이가 은신처로 삼은 쓰레기 하치장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07년 10월, 네가 어렸을 때다. 홍차에 우유를 탄 듯한 털 코트가 아름다워 밀크티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너는 비쩍 마른 몸을 웅크려 햇빛을 쬐곤 했다. 밥 대신 햇빛을 먹는 듯, 광합성이 필요한 식물처럼 고요하게. 너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은신처를 찾을 때마다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모든 길고양이가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이하진 못하니까. 다행히 이듬해 너는 살아남았다. 누군가 버리고 간 소시지 껍질을 핥으며, 가끔 쓰레기통을 뒤지며, 뽀얗던 입술에 거뭇거뭇 때를 묻히며. 까칠한 혓바닥을 내밀어 아무리 몸단장을 해도 험한 세월의 때를 벗겨내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네가 버텨온 1년이 어땠는지 나는 온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살아남는 일이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따름이다. 그렇게 3년을 의연히 살아낸 너는, 서울에 100년 만의 폭설이 내렸던 2010년 1월, 눈과 함께 녹아버린 듯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나는 네게 “다음 생에는 행복하게 태어나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네게 주어진 ‘바로 그 삶’이 아니니까, 누구에게나 삶은 한 번뿐이니까. 고양이의 삶은 짧다. 길고양이로 태어난 네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평생을 불법체류자로 떠돌았던 너를 위해 마음 한 칸을 비워둔다. 온전히 너만을 위한 이곳에서, 넌 영원히 살아 있다. 고경원·길고양이 블로거
첫 번째 고양이 2002년 여름, 어린 삼색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보통 길고양이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는데 이 녀석은 바에 앉아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꼬마처럼, 팔짱을 끼고 몸을 앞으로 내미는 게 아닌가. 그 눈맞춤 이후 길고양이를 꾸준히 찍어보고 싶었다. 그것이 길고양이 블로거 고경원의 시작이다. 동거 고양이 2006년 여름 임시 보호하다가 함께 살게 된 유기묘 스밀라. 왜 하필 고양이인가 싫은 일은 절대 하지 않고, 나른한 시간을 보내는 녀석들이 나와 닮았다. 고맙게도 나를 치유하기까지. 고양이의 매력 뜨거운 태양의 기운과 서늘한 달의 기운을 동시에 품은 눈동자. 그곳은 투명하고 둥근 유리 돔으로 보호된다. 바늘귀처럼 가느다란 동공으로 흘겨볼 때는 위엄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볼 때 동공은 순식간에 깊고 커다란 우물로 변한다. 내 연인이 고양이에게 배울 점 좋아하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것. 소유하려 하지 말고, 공유하려 할 것. 무심한 듯 다정할 것. 서로의 영역을 존중할 것. 이상형 고양이 르누아르는 종종 고양이를 그렸는데, 그중에도 줄리 마네의 초상화에 있는 고양이가 기억에 남는다. 그림 속 소녀의 담담한 얼굴과 대조적으로 미소 진 채 잠든 고양이가 지극히 사랑스럽다. 고양이의 바람 길고양이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느낀 나는 고양이가 행복한 나라를 찾아다니며 사례를 수집하고자 한다. 이번에 출간한 일본 고양이 여행 책이 그랬고, 여름에는 프랑스 고양이 여행을 떠난다. 내가 전하는 길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너그러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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