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오늘도 한 걸음 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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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오늘도 한 걸음 더

남다른 감각과 사유로 미지의 영역에 한 걸음 먼저 내디뎌온 배두나. 오늘도 변함없는 에너지를 품고 미래로 향한다

ELLE BY ELLE 2019.04.05

섬세한 크리스털 비즈 장식의 화이트 드레스는 Louis Vuitton.



풍성한 실루엣의 소매와 유니크한 프린트가 특징인 원피스, 블랙 베스트, 로고 장식의 원형 벨트와 심플한 화이트 컬러 트위스트 백은 모두 Louis Vuitton.



화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촬영 중간 모니터링하면서 자신보다 옷이 돋보이는 결과물에 만족해 하더군요 어려서부터 모델 일을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20년 동안 화보를 찍으면서 제가 잘 나온 사진은 많이 봤어요.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제 모습이 지겹기도 해요(웃음).

그런 점에서 <킹덤>은 새롭고 흥미로웠을 것 같아요. 배두나가 사극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좀처럼 가늠할 수 없었거든요 맨 처음 헤어 테스트를 할 때 가르마를 타고 양쪽으로 머리를 쫙 붙이더라고요. 거울을 보고 빵 터졌어요.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금방 적응하긴 했는데 나중에 <킹덤>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저는 정말 동양적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했거든요. 해외 활동을 하면서 외모나 사고방식이 100% 한국인이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사극 속의 제 모습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배경에 섞여 있으니까 스스로 뭔가 다르게 생겼다고 느꼈어요.

<킹덤 시즌2>를 한창 찍고 있다면서요 시즌1이 호평을 받아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좀비 역할을 하는 배우분들도 분장과 촬영이 고될 텐데 힘을 내고 있어요. 제작발표회에서도 말했지만 그분들이 주인공이나 다름없어요.

사실 배두나가 연기한 의녀 캐릭터의 비중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의아했어요 이건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단순한 사람이에요. 장르나 매체, 역할, 상대 배우를 가리지 않고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면 당연히 해요. <킹덤>도 좋은 감독님과 시나리오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어요. ‘비중이 작아? 첫 사극에 도전하는 거니까 작은 역할도 괜찮아’ 이런 마음이었어요. 적은 분량인데 배두나가 연기한다고 주연으로 포장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단역, 조연, 주연이 모두 가능한 배우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마약왕> <킹덤>을 했던 거예요.

여러 인터뷰를 통해 <킹덤>을 ‘미래를 위한 가시밭길’이라고 비유한 이유를 알겠네요. 그 결과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해요 멘탈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웃음). 저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어색한 사극 톤 때문에 지적받으면서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하면서도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킹덤> 촬영이 끝나고 <최고의 이혼>을 할 땐 과찬이 많았어요. 하지만 마음은 불편했어요. 그 정도로 잘한 것 같지 않았거든요. 반면 <킹덤>에서 제 연기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아니래요. 결국 연기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 차이라고 봐요.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구나’ 이렇게 생각하니까 한결 더 담대해졌어요.

본인만의 스타일이 단단한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이야기해 온 건데, 상을 타고 연기로 칭찬받는 것보다 지금 같은 소동을 겪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는 쪽이 더 뿌듯해요. 물론 상을 받으면 행복하겠죠. 하지만 작품이 잘되면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행복할 수 있어요. 저한테는 그게 훨씬 기쁜 일이에요.



시어한 소재와 포켓 장식이 조화로운 슬리브리스 셔츠, 유니크한 프린트 쇼츠, 블랙 부티 힐, 로고 장식의 후프 이어링과 선명한 레드 컬러 트위스트 백은 모두 Louis Vuitton.



프릴 장식과 아티스틱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톱, 유려한 실루엣의 블랙 팬츠, 가죽 벨트, 블랙 부티 힐, 골드 이어링, 로고 장식의 골드 뱅글과 멀티 컬러 트위스트 백은 모두 Louis Vuitton.



네크라인에 포인트를 준 톱은 Louis Vuitton.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20년간 돋보이는 경력을 쌓아온 배우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돌아보면 늘 그랬어요. 할리우드 데뷔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혼자 독일에 가서 영어도 잘 못하는데 4개월간 촬영했어요. 매니저도 없고, 스페인어 대사까지 해야 했어요. 또 몸치인데 <센스8> 시리즈에서는 파이터 역할을 맡아 매일 액션 연습을 소화했지요. 큰 기회이자 행운이긴 했지만 너무 고됐어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처한 일이니 포기할 수 없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배두나는 쉬운 길은 아니지만 늘 한 발 앞서 걸어왔어요. 해외 진출, 케이블 드라마, 넷플릭스 작품이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시절에 용감하게 뛰어들었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선택한 일들은 아니었어요. 선택받은 거죠. 미래지향적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나 봐요(웃음).

그런 선택을 받는 것도, 주어진 기회를 알아보고 놓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라고 봐요 안목이랄까, 그런 게 있긴 해요. 일본영화 <린다 린다 린다>를 하게 된 것도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님 때문이었어요. 지금은 무척 유명하지만 당시 감독님이 28세였나? 본인의 전작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린다 린다 린다> 줄거리가 담긴 트리트먼트 한 장을 주면서 작품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시나리오도 없이 ‘나를 믿고 한 배에 올라타볼래?’라는 식이었죠. 감독님의 이전 작품이 마음에 들었고 좋은 사람일 거란 직감에 함께하기로 결심했어요. 제 첫 모험은 그렇게 시작됐어요.

배두나라는 이름에는 ‘도전적인’ ‘모험적인’ ‘남다른’ 같은 단어가 익숙하게 쓰이고 있어요. 이런 수식에 공감하나요 흐르는 대로 살아왔지, 특별한 목표나 이상향은 없어요. 다만 제 안목을 믿고 선택한 일들이 평범하지 않은 길로 이끌었어요. 2000년대 중반 포토 에세이집을 냈을 때도 그랬어요. 정보도 없이 사진과 에세이만 있는 책을 누가 보겠냐고 많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어요. 왜 정보가 없으면 안 팔린다고 생각하지? 분명히 영감을 주는 책도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확신했어요. 어렵게 소규모 출판사에서 출간했는데 히트를 쳤어요. 지금까지 남들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때마다 겁내지 않았죠. 그 시도들이 모여 여기까지 저를 이끌었어요.

요즘 배두나의 레이더는 무엇을 향해 있나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어떤 책의 판권 구입을 고민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은 ‘그거 사서 뭐하게?’ 하는 반응이지만(웃음).

가능성을 지닌 배우를 종종 발견하기도 하나요 그럼요. 예를 들면 손석구. 요즘 잘하고 있잖아요. <센스8> 최종 오디션에서 처음 봤어요. 저 배우 누구냐고 물어볼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킹덤>에서 함께 연기하고 있는 김성규도 마찬가지고요. 또 이야기하면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 나온 김예은. 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했는데 처음 본 순간 느낌이 좋았어요. 목소리가 특히 매력적이에요.

‘배두나의 재발견’이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만날 사람들은 저를 재발견한대요(웃음). <최고의 이혼> 때도 그랬어요. 기사나 댓글을 보면서 ‘난 언제까지 재발견될 거야’라고 웃어넘겼지만 고마운 일이죠.
그런 평가는 다양한 시도와 의외의 작품 선택 때문일 거예요. <공기인형>으로 일본에서 주목받은 후 드라마 <공부의 신>에 출연했고, SF 블록버스터 <주피터 어센딩>을 찍고 저예산 영화인 <도희야>를 선택했잖아요. 큰 경험에 들뜨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아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냉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들뜨지 않아요. <공기인형>으로 일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도 크게 동요되지 않았어요. 대신 사람들이 저를 대단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불편했어요. 거품 같은 반응을 잡으려고 일부러 전작과 다르거나 가장 대중적인 작품을 했어요. 요즘에는 독립영화나 규모가 작은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내면 깊숙이 감성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그런 작품.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허한 마음이 들어요. 작품 안에서 배우가 쓰임을 당하는 것은 맞지만 제가 가진 개성과 인지도, 커리어가 필요에 의해 기능적으로 활용된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어요. 제 본질과 맞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예를 들면 <플란다스의 개> <고양이를 부탁해>와 같은 초창기 작품들이죠. 제가 가장 잘 이해하고 본질과 맞닿은 작품이에요.



다채로운 패턴과 컬러가 조화를 이룬 원피스, 로고 장식의 원형 벨트, 부티 힐, 실버 브레이슬렛, 링은 모두 Louis Vuitton.



광택이 감도는 가죽 재킷과 간결한 베이지색 팬츠, 모노그램 패턴을 가미한 후프 이어링과 네이비 컬러 트위스트 백은 모두 Louis Vuitton.



프릴 장식과 아티스틱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톱은  Louis Vuitton.



컬러 그러데이션 프린트를 더한 벨벳 원피스, 블랙 부티 힐과 베이지색 트위스트 백은 모두 Louis Vuitton.



특별히 연기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멀쩡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뭔가 부족한 사람(웃음).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에서 의상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면서요. 오늘 화보를 촬영한 루이 비통 컬렉션은 어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어울릴까요 화보 촬영을 하면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 세트에서 영감을 받아 어떤 캐릭터가 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미래적인 분위기의 의상도 그렇고, 음악을 들으면서 우주 한복판에 혼자 서 있는 상상을 했어요(DJ Yaeji의 음악이 촬영 내내 스튜디오를 채웠다). 루이 비통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을 텐데 이번 시즌 의상은 스페이스와 우주선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여유와 유머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자유분방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비록 엉뚱할지라도 상상력은 미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데요. 어떤 상황에서 상상력이 발휘되나요 무료하고 지루한 시간이 저한테는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시간이기도 해요. 밑바닥을 칠 정도로 너무나 심심한 순간에 제 안에서 엄청난 상상력이 나오거든요. 작품을 안 하고 쉴 때는 아주 지루하게 지내려고 해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제 표정 자체가 달라져 있어요. 일일이 기록하지 않더라도 배우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가 얼굴을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어떤 역할을 하든 얼굴과 눈을 관통해 내면이 비춰지는 거죠. 그래서 생각을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 필요해요.

<비밀의 숲> <최고의 이혼> <마약왕> 그리고 <킹덤>까지 정말 열심히 일해 왔어요. 배두나는 어디쯤 있는 것 같나요 열심히 하는 걸 드러내고 싶지 않은 성격인데 30대가 된 시점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늘  작품을 하거나, 뭔가 꾸준히 배우고 있었어요. 살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허투루 쓰이는 시간은 없다.’ 어릴 적 탁구부에 있던 경험은 <코리아>에서 탁구 선수를 연기할 때 쓰였고, 독학으로 배운 사진은 카메라가 쓰이는 현장에서 도움이 돼요.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무엇이든 그 안에서 배우고 얻는 것들이 있어요. 만약 어떤 작품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그냥 해요. 그게 다작을 한 이유이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쉬고 싶어요. 심심하고 지루해야 상상력이 나온다고 했잖아요. 그런 시간을 가져야 저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어요.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어떤 상상을 하고 있나요? 유토피아적인 모습인가요 이전과 다를 것 없이 흐르는 대로 계속 나아갈 거예요. 가시밭길이란 표현처럼 쉬운 길이 아니란 건 확실해요. 쉽고 편한 일에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요. 아마 해외 활동을 하면서 고되고 힘든 작업에 충분히 면역이 됐기 때문일 거예요. <센스8>을 네덜란드 2주, 베를린 3주, 뭄바이 3주, 멕시코시티 3주, 이렇게 전 세계를 돌면서 촬영했어요. 지칠 수밖에 없는 일정인데 쉬는 시간마다 액션 연습을 했어요. 수위 높은 장면도 여럿 소화했어요. 그 고생을 잘 마쳤더니 웬만한 작품은 이렇게 쉽게 돈을 벌어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그래서 더 힘들어 보이는 것을 선택하게 돼요. 고생 중독인가 봐요. 행복한 고생.



패치 장식과 컬러 그러데이션이 특징인 톱, 섬세한 장식을 가미한 니트 원피스, 로고 장식의 원형 벨트, 플랫 앵클부츠, 모노그램 패턴 링은 모두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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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사진 김희준
    스타일리스트 박세준
    패션 에디터 김미강
    피처 에디터 김영재
    헤어 손혜진
    메이크업 이준성
    세트스타일리스트 다락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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