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발자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알라이아가 남기고 간 아름다운 울림::알라이아,아제딘알라이아,전시,문화,컬쳐,패션,디자이너,디자이너스토리,엘르,elle.co.kr:: | 알라이아,아제딘알라이아,전시,문화,컬쳐

여성 체형을 완벽하게 살린 알라이아의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6월 10일까지 파리 알라이아 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전경. 알라이아의 작품 중 41점을 선정했다.6월까지 파리에서 열릴 <아제딘 알라이아: 나는 쿠튀리에다 Azzedine Alaia: Je Suis Couturier> 전시는 지난해 11월 18일, 우리 곁을 떠난 디자이너 알라이아에게 보내는 경의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알라이아의 파트너였던 크리스토프 폰 위에와 카를라 소차니가 2007년 설립한 알라이아 재단이 파리복식박물관의 전 관장이자 알라이아의 오랜 친구였던 올리비에 사이야르(Olivier Saillard)에게 기획을 의뢰하며 시작됐다. 올리비에 사이야르는 알라이아 생전의 가장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테크닉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 41점을 선정해 이번 전시를 꾸몄다. 오픈한 지 두 달이 훌쩍 넘은 지금도 하루에 수백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찾아와 알라이아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기억하고 아듀를 고하고 있었다.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시대를 초월한 그의 디자인은 영원히 지속되고 있는 것. 전시기획을 맡은 올리비에 사이야르를 알라이아의 쇼룸이 있는 키친에서 만나 그와의 소중한 추억을 소환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이야르. ⓒgre′goire alexandre이번 전시에 참여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알라이아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주일 정도 됐을 무렵, 카를라 소차니가 알라이아의 아카이브를 정리한 뒤 한 달 후에 열게 될 전시를 기획해 달라고 연락이 왔죠. 앞뒤 생각하지 않고 수락했어요. 아이러니한 건 그때가 바로 제가 파리복식박물관을 그만둔 시기였다는 거죠. 마치 알라이아가 저를 부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특히 조명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알라이아는 생전에 블랙 컬러에서 아이디어가 훨씬 분명하게 보인다고 말하곤 했어요. 갑자기 그가 떠난 뒤 기획한 첫 번째 전시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흑백사진을 보는 듯 블랙 & 화이트 컬러를 보여주자고 제안했어요. 알라이아는 없지만 그가 생전에 한 작업은 변함없는 아름다움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고 말해주는 듯해요. 준비 기간이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쉽지 않았겠어요 1월에 열리는 전시를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했으니 정말 시간이 없었어요. 2013년에 파리복식박물관에서 열린 알라이아 회고전을 기획했기 때문에 그때 선보이지 않은 작업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단순히 전시를 떠나 그와 가까웠던 지인 또는 대중이 그에게 작별을 고하는 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알라이아답다고 생각한 작품들을 선정했어요. 이전에도 알라이아가 수집했던 컬렉션을 본 적 있나요 알라이아는 비밀스러운 수집가였어요. 그가 방대한 양의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절대 자신의 컬렉션을 다 보여주지 않았죠. 저에게도 몇몇 작품을 보여준 적 있지만 그 규모가 어떤지는 가늠할 수 없었어요. 그는 폴 푸아레, 코코 샤넬, 찰스 제임스, 스키아파렐리, 비오네의 작품뿐 아니라 그는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클레어 맥카델을 비롯해 그레타 가르보의 의상을 담당하던 듀 아드리안을 소유했죠. 프랑스에 있는 어떤 뮤지엄도 소유할 수 없는 피스들 말이에요. 놀라운 건 화가 마티스가 제작한 코스튬까지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복식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컬렉션을 모두 가지고 있었죠. 알라이아 스튜디오 지하에 있던 엄청난 아카이브는 들어가서는 안 되는 알리바바의 보물창고 같았어요. 그 방대한 양에서 41점을 추려내는 게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죠. 할 수만 있다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복식사 전시가 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컬렉션이었거든요. 알라이아 재단을 통해 차근차근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에요. 벌써 올여름 새롭게 선보일 전시를 준비하고 있죠. 알라이아는 본인을 항상 쿠튀리에, 즉 ‘재단사’라고 불렀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이 점을 강하게 부각시킨 것 같아요. 당신은 쿠튀리에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오래전 알라이아가 했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저는 그림으로 옷을 완성하지 않습니다. 아트 디렉터도 아니고 디자이너도 아닌, 패턴을 만들고 천을 자르고 이어서 옷을 만드는 재단사예요.” 알라이아는 실제로도 여성 모델 없이 컬렉션을 완성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는 가위와 바늘을 실제로 사용했던, 그야말로 완벽한 재단사였어요. 마들렌 비오네,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그들의 스타일과 테크닉을 끊임없이 연구하기로도 유명했어요. ‘이 시대의 마지막 쿠튀리에’라 불렸던 패션 천재, 아제딘 알라이아.알라이아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면 너무 많죠. 매번 이 장소에 있을 때면 유쾌했던 식사 시간을 잊을 수 없어요. 항상 사람들로 꽉 차 있었던 이곳은 그의 넘치는 관대함과 인간성을 볼 수 있는 부분이죠. 아, 하나 더 있어요. 위층에 있는 알라이아의 스튜디오에 방문했을 때였어요. 그곳엔 커다란 창문이 있어요. 하루는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와서 나갈 창문을 못 찾고 정신없이 날아다녔는데 그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비둘기를 양손으로 감싸서 창밖으로 날려보냈죠. 모든 사람이 질색하는 비둘기를 그것도 직접 손으로 감싸 안다니, 그가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죠. 그는 가슴 깊이 너그럽고 부드러운 그리고 관대한 사람이었죠. 알라이아와의 추억은 항상 이렇게 마음 한구석을 감동시키는 것들이 많답니다. 그래서 이 키친에 들어올 때마다 그가 우리 곁에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나요 아마 ‘가장 알라이아스럽지 않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컬러플한 모슬린 위에 블랙 모슬린을 덧대 만든 드레스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그것을 볼 때면 30년대의 비오네나 발렌시아가가 보여줬던 오트 쿠튀르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20세기 최고의 재단사 아제딘 알라이아를 한 번에 표현하는 드레스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알라이아가 처음 선보인 베스트 드레스 역시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빛바래지 않은 디자인으로 놀라움을 불러일으키죠. 마치 르코르뷔지에나 임스 체어처럼요. 2013년 오랜 기간 레너베이션으로 닫혀 있던 파리복식박물관의 리오프닝 전시로 알라이아 회고전을 선보였어요 그때까지 제가 기획한 전시들을 알라이아가 모두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한번은 10년 차의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 전시를 기획한 저에게 전화를 걸어 그 디자이너들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일해온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제 의견에 반박해서 싸운 적도 있었죠. 제가 회고전을 제의했을 때도 단숨에 승낙하지 않고 대신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의 승낙을 받아내기 위해 여러 번 저녁을 먹으러 가야 했었죠(웃음). 제가 여러 전시를 기획했지만 알라이아만큼 전시장을 자주 방문한 디자이너는 없었어요. 그의 전시를 좀 더 일찍 기획하지 않았던 게 조금은 부끄러워요. 알라이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끊임없이 회자되는 표현 중 하나가 ‘변함없는, 시대를 초월한, 영혼 불멸’ 등의 형용사들이에요 이번 전시는 1981년에서 2017년까지 이어져온 그의 작품들을 추렸지만 관람객들은 마치 하나의 컬렉션에서 나온 것이라고 착각해요. 이는 알라이아의 디자인과 테크닉이 ‘완벽’이라는 경지에 다다랐고, 시간 흐름과 관계없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날의 패션을 둘러보면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죠. 모든 컬렉션이 비슷비슷하고 각기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섞어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닮아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이 아주 혼란스러워요(피비 파일로가 이끈 셀린만 제외하고요). 아름다운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파리 전시의 알라이아 작품.알라이아가 그만의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아주 최근까지도 알라이아는 파리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일상 속의 여성들이 무엇을 입고 다니는지 관찰하곤 했어요. 그와 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 중에도 “이제 더 이상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네, 다들 짧은 바지를 더 즐겨 입는 것 같아”라고 말하곤 스튜디오에 돌아와 짧은 바지를 디자인하고 다음 컬렉션에 선보였죠. 그만큼 그는 여성들이 어떤 것을 즐겨 입는지에 관심이 많았어요. 당신을 비롯해 길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은 굉장히 심플하고 장식 없는 옷을 즐겨 입잖아요. 하지만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옷들은 장식이 많아 거추장스러운 옷들이 대부분이에요. 마치 열 벌에 선보일 디테일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까요. 디자이너들은 좀 더 입는 사람들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될 수 있겠네요 맞아요. 100가지 아이디어를 한데 모으는 데 너무 힘쓰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 가지라도 제대로 된 아이디어면 충분하다고 말이죠.  3월 말에 서울을 방문한다고 들었어요 10 꼬르소 꼬모 서울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알라이아 전시(3월 28일~5월 6일)를 위해 잠시 머물러요. 항상 서울에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아서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거든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어떤 도시일지 굉장히 기대돼요. 친구들 말로는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들을 경험할 거라고 하더군요(웃음). 한국에서 선보일 전시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지금 파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시와는 조금 달라요. <A Tribute to Alaia>라는 제목으로 재단사로서의 알라이아를 조명할 예정이에요. 그가 생전에 디자인한 수트를 중심으로 선보이며, 유명 패션 스타일리스트 조 맥케나가 알라이아 살아생전의 모습을 촬영한 25분짜리 다큐멘터리 필름도 상영할 예정입니다. 뮤지엄 디렉터란 타이틀을 벗고 J.M. 웨스통의 아트 디렉터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고 들었어요 처음 제의받았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제가 슈즈 디자인을 하다니요.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디자인보다 브랜드에 ‘시적’인 이미지를 주입하려 한다는 걸 알고 승낙했어요. 뮤지엄을 떠나는 게 슬프기도 했고 새로운 출발에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굉장히 즐기면서 일하고 있어요. 어제는 콜라주를 하면서 새로운 모카신을 디자인하기도 했고, 한 달에 한 번 리모주에 있는 아틀리에에 가서 장인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도 너무나 새롭고 즐거워요. 이곳에서 하지 못하는 전시기획에 대한 아쉬움을 아제딘 알라이아 재단에서 기획하는 전시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시기획부터 브랜드의 아트 디렉터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데 앞으로 기획할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7월에 아주 특별한 오트 쿠튀르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비싸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질  퍼포먼스는 아주 흥미로울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기대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