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호텔에서는 이 향이 납니다
활력 넘치는 시트러스와 우아하고 지적인 블랙 티의 완벽한 하모니. 불가리 퍼퓸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에 체크인하기 위해 상하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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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은 엄청난 힘이 있다.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을 순식간에 불러일으키는 힘.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같은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우리는 다시 그곳에 도착한다. 불가리 퍼퓸에서 새롭게 선보인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Eau Parfumée Thé Impérial)’은 바로 이런 힘에서 출발한 향이다. 불가리 호텔 & 리조트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향이 2026년, 황금빛 보틀에 담겨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이라는 오 드 뚜왈렛으로 탄생한 것.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 오 드 뚜왈렛과 함께 출시된 샤워 젤과 바디 로션.
불가리 호텔에 투숙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당시 기억을 되살리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이 돼줄 향수이자, 불가리 호텔에 가본 적 없는 이들에게도 불가리 호텔이 제공하는 환대(Hospitality)와 평온한 휴식(Tranquility)을 후각적으로 전하는 매개체가 될 향수, 불가리 퍼퓸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에 몰입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 있는 불가리 호텔에 체크인했다.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 오 드 뚜왈렛과 함께 출시된 샤워 젤과 바디 로션.
1시간 30여 분의 비행 뒤 도착한 상하이 푸동공항, 불가리의 환대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차 안에 불가리 호텔에서 준비한 젤리와 사탕 같은 간식과 오시보리(Oshibori; 일본식 물수건)가 준비돼 있었던 것. 불가리 호텔 로비에 도착해 불가리를 상징하는 팔각형 별 모양의 타일을 보며 심호흡하니 신선하고 부드러운 향, 바로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의 향이 콧속으로 훅 들어오는 걸 느꼈다.
이 상징적인 향은 2017년, 마스터 조향사 쟈크 까발리에(Jacques Cavallier)가 불가리 호텔이 지닌 우아하고 정제된 분위기를 향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작한 향이다. 그는 차와 시트러스가 황제와 귀족이 누리던 사치품이었던 시대에서 영감을 얻었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한 의식(儀式)으로 받아들여진 동양의 차 문화와, 활력과 풍요를 상징해 고대 로마에서 황실 정원과 연회를 장식하는 데 쓰인 시트러스 등 동서양의 모티프를 조화롭게 융화시킨 결과물이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인 것. 첨단 이산화탄소(CO2) 저온 추출 기술로 블랙 티 특유의 깊고 순수한 향을 담고 있으면서 베르가못이나 레몬, 만다린 등의 시트러스를 가미해 밝고 투명한 빛을 발산하는 듯하다. 여기에 쟈크 까발리에만의 노하우로 포근한 머스크를 ‘1 티스푼’ 더해 시간이 지날수록 조용하지만 깊은 존재감을 남긴다.
쟈크 까발리에가 이끈 마스터 클래스 현장.
“캐시미어 숄을 걸쳤을 때처럼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는 향, 세컨드 스킨(Second Skin) 같은 향을 만들고 싶었다”는 쟈크 까발리에의 말처럼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 향은 불가리 호텔에 도착한 에디터를 편안하게 감싸주기에 충분했다. 호텔 룸에 짐을 풀고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의 향을 지닌 어메니티로 가볍게 샤워한 뒤, 불가리 호텔 지하에 있는 스파로 향했다. 상하이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안식처 같은 곳에서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을 비롯해 불가리 퍼퓸의 다양한 향수를 시향할 수 있었고, 90분간의 보디 트리트먼트 이후 오 떼 파퓨메 떼 임페리얼 바디 로션을 바르니 ‘향수와 샤워 젤, 바디 로션과 함께라면 불가리 호텔의 5성급 감각을 일상으로 들여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 고요하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다음 여정을 이어갔다. 쟈크 까발리에가 이끄는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 마스터 클래스. 여러 종류의 중국 보이차를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은 이 향수 컬렉션이 얼마나 차의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후각적으로 확장해 왔는지를 보여주었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프레스와 인플루언서에게 붓으로 시구를 적어주는 공간은 중국의 ‘한시 외교’를 연상시키며 불가리가 다른 나라에서 온 ‘사신’을 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이탈리안 시트러스와 스리랑카 블랙 티의 균형 잡힌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 오 드 뚜왈렛, 75ml 20만9천원, Bvlgari Parfums.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찬란하게 빛나는 상하이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갈라 디너가 펼쳐졌다. 전식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메뉴 하나하나에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의 블랙 티, 시트러스 노트가 가미돼 있었고, 현장에 울려 퍼진 비파와 바이올린의 앙상블은 동서양의 조화로운 만남이라는 키 메시지의 은유적인 승화였다. 후각에서 시작해 촉각과 청각, 시각, 미각 등 모든 감각이 연결되는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불가리 호텔에서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의 향에 천천히, 깊숙이 스며들 수 있게 해준 장본인, 마스터 퍼퓨머 쟈크 까발리에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상하이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펼쳐진 갈라 디너.
처음 이 향을 맡았을 때 시트러스와 블랙 티, 두 상징적 노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시트러스 계열이라면 흔히 상상하는 톱 노트가 있게 마련인데 이 향은 기존 시트러스와는 달리 은밀한 뉘앙스가 느껴져요
시트러스와 티 노트는 저뿐 아니라 누구나 좋아하는 두 가지 향조일 거예요. 시트러스는 향을 맡는 사람을 웃게 하고 기쁘게 해줍니다. 이건 전 세계 공통이죠. 어릴 적 엄마가 아이에게 귤을 까주고 손끝에 남은 향은 성인이 돼서도 추억으로 남아요. 시트러스는 첫 향에서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소위 ‘후킹’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시트러스 중심의 오 드 코롱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한편 티는 어떤가요? 차는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기에 완벽한 루틴입니다. 저는 차를 마실 때보다 찻물을 우릴 때 피어오르는 김, 수증기에서 느껴지는 향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차를 마실 때 피어오르는 수증기 향은 정말 환상적이죠. 마술 같기도 하고, 꿈결 같기도 해요.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도 이런 개인적 심상에서 시작됐습니다. 향의 ‘구름’ 같은 느낌이랄까요.
로마 기둥의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중국의 전통 청자에서 영감받은 캡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의 보틀.
동양적인 차 문화와 불가리만의 이탈리아 감성이 만나는 지점을 조향적으로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합니다
차는 분명 커피를 마시는 것과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도는 동양 문명 발전과도 연관이 있죠. 평소 재스민, 오스만투스, 얼 그레이 티를 자주 마시고, 차를 마실 때는 향을 깊이 음미하곤 합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찻잎이라도 원산지에 따라, 찻물 온도에 따라 향과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에요. 이런 경험은 무궁무진한 영감과 연결됩니다. 같은 차라도 향에 특별한 질감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은 거죠. 이런 생각과 차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불가리만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시그너처 향을 완성하려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불가리 퍼퓸과 함께해 왔습니다. 최초의 협업 순간을 기억하나요
32~33년 전이었을 거예요. 그때 저는 ‘베이비’였죠(웃음). 첫 번째 협업도 명확하게 기억해요. 1996년에 출시한 ‘불가리 뿌르 옴므’가 그것이죠. 불가리뿐 아니라 향수 업계를 통틀어 하나의 마스터피스이자 아이콘이 됐어요. 지금도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당시를 회상해 보면, 불가리의 첫 번째 남성 향수를 만든다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뿌르 옴므에도 ‘다즐링 티’ 노트가 가미돼 있군요!
상하이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펼쳐진 갈라 디너.
그때도 차를 향한 애정이 컸나 봅니다. 30여 년 동안 불가리와 함께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아, 이건 정말 불가리’라는 확신이 들었던 찰나가 있다면
로마의 중심, 비아 콘도티(Via Condotti)를 여행한 기억은 마법과도 같아요. 불가리 스토어를 방문하고, 찬란한 하이 주얼리를 보면서 불가리 메종을 탐험하고 유산을 발견하게 되죠. 어떤 메종도 불가리의 창의력과 다채로운 컬러감을 모방할 수 없을 겁니다. 불가리를 탐험하면 할수록 단단히 뿌리를 내린 고대 로마의 모티프를 모던하게 변형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트러스를 대표하는 레몬은 2000년 전 중국과 인도 북부, 미얀마에서 자생한 열매였어요.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전파됐고, 이후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건 중세 때였어요. 오래전 로마에 유입됐을 시트러스 열매, 아시아의 차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래지향적 향이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이에요.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그려간다? 저 같은 조향사에게 이보다 멋진 일은 없죠.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이 ‘오 파퓨메 떼 베르(이하 ‘떼 베르’)’ ‘오 파퓨메 떼 블랑(이하 ‘떼 블랑’)’에 이은 세 번째 오 파퓨메 컬렉션 제품이군요. 세 가지 제품 모두 차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공통분모와 차별점이 있을 텐데요
세 가지 향수 모두 한 번 뿌리면 깊이 각인돼 쉽게 잊을 수 없다는 점이 같습니다. 떼 베르는 그린 티에서 영감을 얻어 네롤리와 플로럴 노트가 가미된 만큼 다이내믹한 활력을 전합니다. 마치 뿌리는 비타민 C 같아요. 떼 블랑은 ‘고요한 일본’을 연상시킵니다. 하얀색을 의미하는 제품명 그대로, 심플하지만 다층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은밀하지만 풍성한 선물 세트 같다고 할까요?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은 이 두 가지 향수의 매력을 고루 갖췄습니다. 뿌리자마자 느껴지는 시트러스 특유의 활력, 폭발적 에너지도 있고, 블랙 티의 부드러운 질감과 머스크의 모던한 분위기가 녹아 있죠.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었던 마스터 클래스 현장.
저는 이 향을 맡고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어요. 화려하지 않고 일상적인데, 고급스러우면서 절제된 우아미가 느껴졌거든요. 당신이 정의하는 ‘현대적 럭셔리의 향’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향의 실루엣이 우아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향을 맡았는데 무슨 향인지 모르겠지만 확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향이죠. 보통 향으로 기억되기 위해 강한 노트의 향을 많이 뿌리는데, 그건 겉으로만 강할 뿐입니다. 정말 우아한 향은 부드럽고 은밀한 방식으로 기억에 스며듭니다. 서서히, 하지만 명확하게 각인되죠. 이런 향일수록 복잡한 구조라 창조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 오 드 뚜왈렛, 75ml 20만9천원, Bvlgari Parfums.
이 향을 맡은 소비자들이 어떤 장소나 어떤 시점을 떠올리길 의도했는지, 그 장면을 묘사한다면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은 향수이기 전에 불가리 호텔 & 리조트를 위한 향이었습니다. 긴 비행 혹은 긴 일정 끝에 도착한 호텔은 우리의 ‘세컨드 홈’이 돼야 합니다. 편안함을 줘야죠. 이 향은 세컨드 홈에서 느끼는 나만의 ‘세컨드 스킨’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연상하며 만들었어요. 이 향이 가미된 어메니티로 샤워할 때 캐시미어처럼 피부에 향이 포근히 남길 바랐죠. 오늘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함께 탄 사람들에게서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 향이 나더군요. 심플한 아침 식사에 레몬 진저 티도 곁들였는데, 레몬과 진저 향에 1만 킬로미터를 날아오며 쌓인 피로가 수그러드는 걸 느꼈습니다. 문득 ‘아, 이게 내가 조향사로서 꿈꿔온 이미지였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호텔이라는 공간이 당신을 환대할 때 느끼는 감정처럼, 삶의 전반에 긍정에너지를 전달하는 것. 이것이 차의 힘이자 이 향수의 힘이죠.
차의 향을 음미하는 마스터 퍼퓨머, 쟈크 까발리에.
멋진 답변입니다. 이 향수를 뿌릴 때마다 저 역시 긍정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여정을 통해 불가리 호텔에서의 추억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테고요
맞습니다. 향수가 가진 긍정의 힘이죠. 우리가 특정 향을 맡고 떠올리는 기억은 대부분 어릴 적 기억이에요. 마냥 천진난만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 엄마 품이 부드럽고 따스했던 추억처럼요. 향수를 고를 때 타인의 추천보다 ‘이것이 내 향이구나’라고 직감할 수 있는 것도 개인적 추억에서 취향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오 파퓨메 떼 임페리얼이 긍정에너지, 아름다웠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이 되길 바랍니다.
Credit
- 에디터 정윤지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 COURTESY OF BVLGARI PARF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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