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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솔연애'가 대박 난 진짜 이유 네 가지

끈적한 도파민 넘쳤던 연프계에 새로운 긴장감을 전달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흥행 포인트.

프로필 by 라효진 2025.08.01

연애 한 번 못 해본 이들의 '첫사랑 실험'이 이렇게 뭉클할 줄이야. 넷플릭스의 연애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모솔연애)가 7월 29일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조용히 등장해 자극이 무뎌진 ‘연프’ 신을 평정해버렸다. 연애 예능의 홍수 속 이 프로그램이 유독 빛난 이유는 뭘까?



연애 예능을 입은 캐릭터 성장 드라마

'메이크오버 후 입소'는 <모솔연애>의 영리한 설정 중 하나다. 출연자 각자가 단순히 스타일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인드셋까지 새롭게 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시청자와의 관계도 달라진다.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내 새끼 키우는 마음’이 되는 순간. 처음부터 완벽해서 대중과 거리감을 주던 기존 연애 예능 속 핫걸 핫보이와는 다르게 무작정 친밀감을 느끼며 응원하고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누가 헤어를 잘해줬네’, ‘누가 센스 있게 옷을 골랐네’, ‘누가 연애 조언을 제대로 했네’하며, 각 출연자를 담당한 패널들과의 관계성도 시청자와 동일 선상에서 그려지며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캐릭터의 성장 곡선까지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된다. 마치 예능과 드라마, 리얼리티와 서바이벌의 중간 지점. 그래서 <모솔연애>는 연애 프로그램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 서사'를 따라가는 힐링 성장물에 가깝다. 그러다 마지막회에 이르러서는 ‘누가 누구를 선택할까’보다 ‘이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 출연자들의 서툰 진심은 때로 웃기지만 대체로 뭉클하다. 상대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까지의 용기, 고백 이후의 설렘과 눈물은 ‘사랑하는 감정’이라는 것이 인간의 순수한 본능이자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웠다.



첫사랑의 복기, 리얼한 설렘의 미학

이 프로그램에서는 모태솔로라서 가능한 예측 불가의 순간들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감정선이 시시각각 등장한다. 팔에 흙 묻은 뒷모습으로 순수 청년 그 자체가 된 재윤과 “원래 연애가 이렇게 힘든 거예요? 일상생활 가능 해요?”라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몰입해보는 민홍의 진정성 있는 모습, 전혀 이성으로 느끼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결혼까지 생각하는 대상으로 발전하는 정목과 지연의 감정선. 이런 장면들은 바로 누구나 한 번 쯤 겪었던 ‘첫사랑의 복기’로 이어진다. 몽글몽글한 기분, 옷깃만 스쳐도 설렘 한도를 초과하던 그 시절의 마음이 이토록 리얼하게 그려진 예능이 또 있을까? 특히 마지막 회, 지연과 정목이 1박 2일 데이트를 떠나 한 이불 속에서 꿈틀대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클라이맥스. 첫 연애에 불이 붙은 순간, 현실이라면 분명 그렇게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되는 그 감정을 너무나 현실적이고 짜릿하게 보여줬다. 보는 사람마다 입을 틀어막고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의 순수함과 진심이 지하에 꽁꽁 묻혀 있던 연애 세포도 끌어올린 도파민이 된 셈.


“모쏠이 왜 연애를 못 했겠어요?”라는 편견을 깨는 서사

연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이상한 사람’처럼 여겨지던 모태솔로라는 정체성을 이 프로그램은 정면으로 마주한다. 단순히 ‘못 해본 사람’이 아니라 ‘아직 안 해본 사람’일 뿐이라는 걸 출연자들은 매 순간 증명해냈다. 상대 앞에서 두근거리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말 한 마디에 상처받는 그들은 ‘모쏠’이기 이전에 아주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그 누구도 연애에 능숙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는 과거의 상처와 마주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깨고 나와야 했고, 누군가는 아예 시작조차 해보지 못했기에 더 조심스럽고 간절할 뿐이다. 어설프고 민낯의 내가 그대로 까발려지지만 용기 있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아가는 출연자들의 모습. <모솔연애>는 그 시작과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껏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 예능을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나는 이들의 연애를 응원하게 됐어.”



연출도, 편집도 덜어낸 진짜 리얼

<모쏠연애>는 기존 연애 예능의 클리셰를 철저히 비껴 간다. 눈에 띄는 룰도 없고 제작진이 의도한 듯한 반전이나 각본도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한 개입을 삼가는 방식으로 연출을 구성했다. 감정선의 흐름은 과도한 BGM 대신 침묵과 숨소리로 채워진다. 어색한 침묵, 뚝뚝 끊긴 대화, 머뭇거리는 눈빛을 그대로 살리며 시청자에게 ‘진짜 저 상황에 내가 있었다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또 ‘썸’을 만들어보기 위해 하는 인위적인 미션이나 룰 없이 초반에 어색해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고 성별끼리 몰려 있던 출연자들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며 오히려 진심의 밀도를 높인다. 그 덕분에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감정에 스며들게 되며, 실제로도 “이건 내가 연애할 때 그랬던 감정 그대로다” “TV 앞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모솔연애>의 성공 비결은 계산된 긴장감이 아니라 낯선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이들의 몸짓 하나, 눈빛 하나에 집중하고 반응하게 만든 비움의 미학에 있다.

Credit

  • 글 이다영
  • 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