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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지젤이 인터뷰에서 밝힌 'Dirty Work'의 킬링 파트 소감

그리고 어릴 때부터 항상 강인해지고 싶었던 지젤이 비로소 맘껏 사랑을 표현할 수 있게 된 이유.

프로필 by 이마루 2025.07.28

좋아하는 <릴로 & 스티치> 새 영화가 얼마 전 개봉했어요. 혹시 봤나요

너무 슬퍼요. 놓쳤어요. 영화관 가서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오늘 촬영에 함께한 반려견 쿠퍼는 아주 착하더군요. 스티치처럼 악동 같은 면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사실 쿠퍼가 심술을 부릴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해요. 생각해 보니 그런 면은 스티치와 좀 닮았네요. 스티치도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하잖아요.


어릴 때부터 함께한 반려견 쿠퍼와 커버 촬영을 제안한 건 지젤의 아이디어였죠

어떤 일을 하든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행복을 느껴요. 오늘 촬영은 로에베와 함께하는 개인 화보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낸 쿠퍼도 제게 의미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합쳐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죠.


쿠퍼가 벌써 열한 살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일본 본가에서 데려와 같이 지내기로 한 것은 지젤에게도 큰 결정이었겠어요

이렇게 바쁜 스케줄과 해외 일정 속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필요할 때 도움받을 곳이나 식사 산책 같은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제 쿠퍼의 행복은 전적으로 보호자인 저에게 달려 있어요. 책임감도 커지고 스스로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지젤이 입은 드레이프 드레스와 뉴 코믹 90 샌들은 모두 Loewe.

지젤이 입은 드레이프 드레스와 뉴 코믹 90 샌들은 모두 Loewe.


신곡 ‘Dirty work’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니 5집 <Whiplash> 이후 8개월 만의 컴백이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케줄이 많아졌어요. 저희가 원하는 만큼 집중해서 오랫동안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트레일러나 뮤직비디오 등이 잘 나와서 만족스러워요. 무엇보다 팬들인 마이(MY)를 많이 만날 수 있고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에스파의 타이틀곡 중 가장 좋아요. 퍼포먼스도 ‘쿨’하고, 지젤의 새로운 음색도 들을 수 있고요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에스파로서의 음악과 제 스타일의 음악이 다르니까 표현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내가 가진 바이브를 최대한 표출하면서 점점 듣기 편하고 좋은 방향으로 맞춰가는 중이죠.


두 번째 솔로곡인 ‘Dopamine’에서도 새로운 보컬을 보여줬던 것처럼요

‘Dopamine’으로 해방감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먼저 회사에 말했던 곡이고, 그 의견이 받아들여졌으니까요. R&B 베이스 곡이지만 댄스브레이크 구간에 EDM을 섞으면 콘서트 무대에서도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훌륭한 프로듀서까지 만났죠.


첫 번째 투어 때 선보였던 솔로곡 ‘2HOT4U’와는 확연히 다른 무드예요

‘2HOT4U’는 사람들이 생각한 제 이미지가 더 반영된 곡이었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하면 ‘Dopamine’은 무대에서도 좀 더 잘 맞는 옷처럼 느껴졌어요. 이렇게 직접 참여한 곡으로 솔로 무대를 해냈으니 다음 번에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은 좀 생겼지만요(웃음).


8월에 시작될 에스파의 세 번째 월드 투어에서도 솔로 무대를 또 만날 수 있나 보군요

꼭 솔로 무대를 위해 작업한 건 아니지만 최근 레게 뮤직에 좀 빠져 있어요.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어린 시절 제 옆에 늘 바다가 있었더라고요. 자메이카 레게든, 팝이든 플로리다 음악을 많이 듣기도 했고요. 이런 스타일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요.


지젤이 입은 레더 크롭트 재킷과 쇼트 펌프킨 참은 모두 Loewe. 빨간 토마토 오브제는 모두 Mixtureshop.

지젤이 입은 레더 크롭트 재킷과 쇼트 펌프킨 참은 모두 Loewe. 빨간 토마토 오브제는 모두 Mixtureshop.


‘Dirty work’의 킬링 파트인 “I’m not an it girl more like a hit girl” 가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핫 걸(Hot Girl)’로 호명되던 지젤의 새로운 자기소개처럼 들리기도 하거든요

사실 초반에는 제 파트가 아니었어요. 내심 탐났는데 최종적으로 제가 부르게 됐죠(웃음). 저는 겁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터라 영화 <킥 애스>의 ‘힛 걸’ 같은 캐릭터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그런 마음을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어린 시절의 저에게 보내는 선물 같은 가사라는 생각도 해요.


에스파의 많은 노래는 강해진 기분을 들게 하기도 하죠. 실제로 지젤이 나의 강인함을 느끼는 순간은

와, 모르겠어요. 화면으로 본 저는 제가 봐도 강한데 실제는 그렇지 않거든요. 한없이 감성적이다가 쉽게 무너지기도 하고, 또 그러다 금세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죠. 그래도 조금 씩씩한 점은 인정해야 할 내 모습을 빨리 인정한다는 것? 인정하기 싫은 건 끝까지 인정하지 않지만요(웃음).


작업을 위한 장비도 샀다고요. 에스파로 활동하면서 오히려 음악적으로 시야가 넓어진 면도 있는지

지난해 김하온의 ‘Skrr(feat. GISELLE of aespa)’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오픈 벌스에 도전했어요. 자유롭게 피처링 구간을 채운 건 처음이라 불안했는데, 그런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니 좀 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보이스메모같이 개인적 기록 차원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데모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에스파의 첫 월드 투어를 담은 <에스파: 월드 투어 인 시네마>가 지난 7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에스파의 공연 실황을 쉽게 볼 수 있게 된 소감은

첫 번째는 물론 두 번째 월드 투어까지 마치고 세 번째 투어를 준비하는 지금, 약간 잊었던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에요. 심지어 비행기에서도 볼 수 있거든요! 주변에서 ‘봤다’며 이런저런 연락이 오면 데뷔 당시의 기분도 들기도 해요.


지난 3월 개최된 ‘빌보드 위민 인 뮤직 2025’에서 에리카 바두, 도이치, 메건 트레이너, 타일라 등과 함께 에스파도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어요. 아시안 뮤지션은 에스파와 제니뿐이라는 점에서 K팝의 위력도 느꼈죠.

저도 ‘완전’ 느꼈어요. 제가 너무 존경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 같은데, 심지어 그분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니까요. 이 모든 게 굉장히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 같으면서 우리가 잘해나가고 있다는 증표 같아서 뿌듯해요.


지젤이 입은 나파 레더 벌룬 재킷과 캐러멜 & 브라이트 그린 컬러의 마드리드 백, 머리빗에 장식한 싱글 애너그램 큐브 링은 모두 Loewe.

지젤이 입은 나파 레더 벌룬 재킷과 캐러멜 & 브라이트 그린 컬러의 마드리드 백, 머리빗에 장식한 싱글 애너그램 큐브 링은 모두 Loewe.


10대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죠. 에스파 자체 콘텐츠 중 고등학교를 깜짝 방문한 ‘어느 날 전학생이 되었다’ 편을 보고 놀랐습니다. 에스파 쇼츠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등교한 학생들도 있고, 모두 에스파를 알더라고요! 한 ‘MY’한테는 지젤이 최애라는 고백을 듣기도 했어요

한국 고등학교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제 바람에서 시작한 콘텐츠였는데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학생들이 저희를 알고 있다는 사실도 너무 행복했고요. 서툴렀던 점도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학생 앞에서 미션을 해야 한다며 스쿼트를 하다니! 미션쯤은 무시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장 났던’ 경험이 또 있죠. ‘카더가든’ 채널에 출연했을 때 상대방의 외모를 놀리는 지시를 따라 하지 못하고 약해진 면모를 보였습니다

아바타처럼 지시를 따르는 콘텐츠지만 도저히 할 수 없었어요. 이건 해명할 것도 없어요. 그냥 못했습니다(웃음). 자조적으로 내가 나에게 ‘와, 오늘 진짜 못생겼네!’라고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장난이어도 그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에스파의 색을 전하는 데 비주얼도 큰 역할을 해요. ’Armageddon’의 리전드 필름, ‘Whiplash’를 작업한 멜트미러 등 에스파와의 작업은 창작자에게 좋은 이력이 되기도 합니다. 비주얼 작업 과정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저희가 곡을 준비할 때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이에요. 비주얼 시안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멤버들이 감독님과 미팅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하죠. 아무래도 평생 남는 결과물이다 보니 신경 쓸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Armageddon’은 가장 좋아하는 뮤직비디오이기도 하고, 감독님에게 좀 반했어요(웃음).


어떤 부분에 반했는지 궁금한데요

제가 이야기를 했어요. “이 노래는 멋있는 노래니까 저도 뻔한 걸 하고 싶지 않다. ‘핫 걸’ 이미지가 아닌, 더 멋진 걸 하고 싶다”고. 감독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고, 저를 자기 객관화가 덜 된 사람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는데, 제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해 줘서 감동받았죠. 덕분에 난해하고 대중적이지 않은 결과물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좀 더 과감한 도전을 하고 싶어졌어요.


지젤이 입은 프린지 장식의 모헤어 울 코트는 Loewe.

지젤이 입은 프린지 장식의 모헤어 울 코트는 Loewe.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지젤에게 어떤 힘이 되나요

탈출. 저는 타고나길 의심도 많고, 시니컬한 사람이라 긍정적 면모를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게 즐거워요. 제 관점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 있거든요. 좋은 대화는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죠.


에스파로 달리며 멤버들과 함께 팀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 있는 반면, 혼자 이겨내야 할 문제도 있겠죠

저희 넷 다 춤이 자신이 가진 능력 중 하나만 보여주려고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닐 거예요. 각자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욕심, 하고 싶은 게 있죠. 그래서 그룹으로 융화될 때 자신의 장점을 더 드러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게 우리가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부분으로 느껴져요. 개인적으로 할 게 있다면 내가 빛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것일 테고요.


지난해 <엘르>와 만났을 때는 “무조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최근 지젤이 나에 대해 새롭게 사랑하게 된 것은

꽤 오랫동안 핑크와 오렌지 등 색 있는 머리를 해오다가 흑발로 돌아왔는데요. 이렇게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살짝 좋아졌어요. ‘민낯’에 가까운 제 모습 말이죠.

Credit

  • 패션 에디터 장효선
  • 피처 에디터 이마루
  • 사진가 고원태
  • 패션 스타일리스트 박안나
  • 헤어 스타일리스트 윤서하
  •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은비
  • 세트 스타일리스트 권도형(ONDOH)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어시스턴트 임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