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보영과 박진영, '미지의 서울' 커플을 만났다
유종의 미를 거둔 <미지의 서울>의 박보영과 박진영.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미지와 호수는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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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은 사랑과 이별, 성장이라는 주제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보영 그렇죠. 어떤 분이 리뷰를 써주셨는데 표현이 너무 좋았어요. “알 수 없는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의 서울로 그리고 그 서울에서 미래를 찾는다.”

보영이 입은 레이어드 슬리브리스 톱은 Lucky Chouette. 스트라이프 팬츠는 Mardi Mercredi. 진영이 입은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팬츠는 모두 Nohant.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두 사람 모두 제목에 더 공감했을 것 같습니다
보영 맞아요. ‘미지’라는 단어를 처음 보곤 어릴 때가 생각났어요. 충청도 증평 시골에서 자라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상경했거든요. 그 전까지는 서울이 진짜 미지의 세계였죠. 약간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고요. 미지의 작중 위치가 자기 자리가 아닌데도 미래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사회생활도 처음 해보고, 그 부딪히는 과정이 제 옛날과 겹쳐서 생각났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예전에 미지처럼 좀 더 용감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미지는 저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강인한 친구 같아서. 극중 선생님이 미지에 대해 말씀하셨잖아요. “계속 문을 두드리는 친구다.”
진영 진해에서 서울에 왔을 때 연습생 친구들이랑 “야, 한강 본 적 있냐?”라며 한강을 보러 갔던 게 떠오릅니다. 미지가 상경해서 한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장면이랑 비슷하죠. 서울 말이 너무 부드러워 다들 저를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죠(웃음).

보영이 입은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톱과 스커트는 모두 Gucci. 진영이 입은 그래픽 티셔츠는 Stu Office. 파자마 팬츠는 From Arles.
두 사람 호흡이 정말 좋았습니다. 사전 리딩을 하지 않았다고요
보영 맞아요. 미지와 미래가 동시에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굳이 다 모여서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거든요.
진영 저는 <미지의 서울>이 군대 전역 후 첫 작품이에요. 2년 만에 연기를 다시 한 거였죠. 그래서 진짜 무서웠어요. 근데 첫 리허설부터 ‘아, 괜찮구나’ 싶었습니다. 보영 누나의 힘이 진짜 컸어요(웃음).
보영 안 들었어요, 뭐라고요?
진영 누나는 진짜 1인 4역이나 마찬가지였잖아요. 상대마다 대하는 결이 다 달라지는데, 누나가 주는 에너지가 달라서 저도 자연스럽게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처음부터 호흡이 좋았습니다.
보영 진영 씨는 예상외로 차분해서 놀랐어요. 아이돌 출신 배우분들은 장난기가 많고 활발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되게 조용해서 ‘어? 호수 성격이랑 진짜 비슷한가?’ 싶었죠. 현장에서 감독님이 디렉션을 많이 할 필요가 없을 만큼 호수와 진영은 싱크로율이 높았습니다.
진영 씨 말처럼 보영 씨는 1인 4역을 연기했습니다. 쌍둥이 자매 유미지와 유미래 그리고 이들의 미래 모습까지. 미지와 미래는 정반대 성격이죠. 보영과 두 자매의 싱크로율은
보영 둘 다 제 안에 있는 성격이에요. 미지일 땐 쾌활한 면을, 미래일 땐 조용한 면을 더 키우는 식으로 연기했어요. 가족들은 “너 미래 같아” 하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너 미지 같아”라더라고요. 그래서 둘 다 제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차고 쾌활한 미지의 성격이 내 안에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미래 같은 면모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진영 날이 더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웃음)?
보영 진이 빠져서요(웃음)? 근데 일하다 보면 미래 성격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기는 해요. 이성적으로, 제3자 시점으로 나를 보는 경우가 많아져서요. 감정적으로 움직이기보단 ‘잠깐, 지금 이성적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자주 하죠.

슬리브리스 톱은 Cos. 데님 오버올은 Sinoon.
청각 문제를 앓고,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도 떠안고 살아가는 호수는 아픔이 많은 인물입니다. 호수를 받아들이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진영 어려웠죠. 그런 아픔을 제가 직접 겪어본 건 아니니까요. 어떻게 하면 사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한편으로는 그 트라우마와 상처가 아주 특별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있잖아요. 말 못할 아픔도 있고, 숨기고 싶은 구석도 있고. 호수의 고통은 조금 더 크고 또렷하게 표현된 거고, 연기할 땐 일반적인 감정으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팬츠는 모두 Nohant. 이너 밴딩 쇼츠는 Moonsun.
두 사람은 트라우마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편인가요? 지워버리나요
진영 저는 안고 사는 편인 것 같아요. 시간이 약이라 견뎌질 것 같거든요. 당연히 견딜 수 없는 아픔도 있지만 그런 것을 제외하면 가슴 한쪽에 품고 살아 가다 그 트라우마들이 겹겹이 쌓여 내 성격이 된다고 생각해요.
보영 이번 작품의 대사 중 “나에 대한 의심이 걷힌 자리에 새살처럼 차오르는 용기”라는 문장처럼 상처와 실패가 내면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흉을 남기고 새살이 돋을 뿐이에요. 그 흉터를 밴드로 붙여놓고 안 보는 사람과 흉터를 한 번씩 보면서 ‘아, 나 이랬었지. 앞으로 이렇게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뉠 거예요. 저는 때때로 흉터를 보면서 나아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슬픔이 몰려올 때 외면하지 않고 오롯이 다 껴안습니다. 그래야 다시 이겨낼 수 있죠.
진영 그거 되게 훌륭한 것 같아. 회피하면 언젠가는 그 소용돌이에 다시 갇힐 수도 있으니까요.

(위아래 모두) 보영이 입은 블랙 슬리브리스 톱은 Cos. 진영이 입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대사가 모두 주옥같습니다. 특히 호수가 미지에게 “누구나 숨기고 싶은 거 하나쯤은 있지 않냐”는 대사가 인상적인데요. 마음에 깊이 남은 대사는 무엇입니까
보영 너무 많죠. 특히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다”. 사람들이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성장하잖아요. 근데 가끔 후회가 발목을 잡을 때가 있어요. 그 대사를 듣고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을 텐데’ 싶더라고요. 그때 그 선택도 살고자 한 용기였던 거죠. 저는 “딸기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나?” 이 대사도 이상하게 엄청 크게 느껴졌어요.
진영 세진의 할아버지의 말 “왜 꼭 종점까지 가려고 그러냐. 중간에 내리고 싶으면 내려도 된다”도요. 꼭 끝까지 가야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한 번 멈추고 돌아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보영 맞아. 중간에 포기한다고 실패한 것도 아니고. 그 말 참 좋았지.

진영이 입은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팬츠는 모두 Nohant. 보영이 입은 레이어드 슬리브리스 톱은 Lucky Chouette. 스트라이프 팬츠는 Mardi Mercredi.
대사에 없지만 ‘이 말은 서로에게 꼭 해줄 걸’ 싶은 건
보영 미지는 생각보다 빨리 사과하는 스타일이라….(웃음) 다음날 바로 호수에게 가서 “어젠 미안” 이러고요. 그래서 미래로서는 아직 못다 한 말이 좀 남았겠지만, 미지로선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
진영 우리 드라마는 회차마다 사건이 바로 정리돼요. 사건 전개, 감정, 사과가 모두 빠르죠.
보영 맞아요. 어떤 장면에서 미지가 먼저 말하려다가 “내가 먼저 할까?” 하고 “나 사실 그때 너무 창피했어” 이러는데, 저는 그렇게 말하는 미지가 너무 예뻐 보였어요.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이었죠.

(위) 보영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은 Cos. 데님 오버올은 Sinoon. 진영이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와 데님 효과 레더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이너 스트라이프 톱은 Moonsun. (아래)_보영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은 Cos. 데님 오버올은 Sinoon. 진영이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와 데님 효과가 있는 레더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이너 스트라이프 톱은 Moonsun. 스트라이프 룸 슈즈는 Foli.
자기 자리를 찾은 미지와 미래, 트라우마를 극복한 호수. 이들처럼 두 사람이 스스로 진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은
보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때. 예전에는 ‘이 작품이 잘 안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먼저였는데, 지금은 ‘실패하면 어때. 거기서 얻는 게 있으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그 마음가짐 덕분에 더 자유로워졌고요.
진영 내 잘못일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닫게 된 그 순간. 어릴 때는 뭐든 남을 탓하고 싶었어요. 언젠가 어떤 분이 저한테 그냥 툭 “그거 네 탓일 수도 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짧은 한 마디가 제 가치관을 바꿨어요.
직장 내 따돌림, 가정 트라우마 등의 문제가 담긴 <미지의 서울> 같은 드라마가 앞으로도 많아진다면 어떤 사회 문제를 장르화해 보고 싶나요
보영 전 항상 사회 문제를 정하고 연기하기보단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번에 이강 작가님이 많은 위로와 공감을 담아주셨죠. 그리고 제가 무언가를 염원한다고 항상 다 이뤄지는 건 아니더라고요(웃음). 미지의 미래처럼 저도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요즘엔 밝은 이야기에도 마음이 열려 있어요. 물론 또 <미지의 서울>처럼 따뜻한 사회 메시지가 들어가도 좋고요!
진영 전 ‘사람 때문에 상처받았지만, 결국 사람 덕분에 이겨낸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군대에 있을 때도 나보다 한참 어린 동기들이 저를 유쾌하게 만들어주고, 살게 해줬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험이 녹아 있는 <미지의 서울>을 빨리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보영이 입은 블랙 슬리브리스 톱은 Cos. 진영이 입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많은 이야기에 몸담아 온 배우로서 이야기와 말의 힘을 실감한 순간은
보영 이번 작품을 통해 느꼈어요. 저는 직장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연기할 때 사회초년생인 미래를 상상으로 그렸거든요. 어떤 분이 댓글에 “사회초년생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용기가 부족해 좋게 넘어가는 것만이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직장을 나가도 정말 괜찮다고 미래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쓰셨더라고요. 그 글에 울림이 있었죠. 좋은 건 글로든 말로든 많이 표현돼야 해요.
진영 보영 누나가 너무 좋은 말을 해줘서 저는 이 말에 동의한다고 말하겠습니다(웃음)!
세상의 모든 미지와 미래, 호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영 네가 맞아. 생각하는 대로 쭉 가도 돼. 과정은 힘들 수 있지만 결국 정답은 찾게 돼 있어.
보영 드라마 기획 의도에도 있었던 말인데요, “스스로에게도 연민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 매년 새해 목표가 ‘작년보다 나를 더 사랑하자’예요. 미지에게도, 미래에게도, 호수에게도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줄까요
보영 진영아! 넌 몰랐겠지만 내가 촬영하며 너에게 얼마나 의지했는지 몰라. 너의 좋은 에너지 덕분에 호수가 오는 날은 모든 스태프가 즐거워했거든. 호수처럼 늘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응원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 앞으로 네가 펼쳐갈 미래는 밝게 빛나는 미래일 거야!
진영 따뜻한 사람과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게 해줘서 고마워. 누나가 미지, 미래인 게 나에겐 축복이었어. 미지의 서울이 나의 서울이 됐고, 이제 우리의 서울 끝엔 언제나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
Credit
- 패션에디터 장효선 / 피처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김신애
-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현경 / 황금남
-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일중 / 장해인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명선 / 최수일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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