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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워맨스 드라마의 흥행 공식

여성이 여성을 지지하고, 구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프로필 by 라효진 2025.07.04

요즘 흥행하는 드라마에는 워맨스(woman + Romance)가 있습니다. 사랑도 복수도 경쟁도 중요하지만 여성들 사이의 관계 맺기가 핵심 축을 이루죠. 여성 캐릭터의 다층적인 면모와 그들 사이의 감정적 유대, 관계를 파고듭니다. 이들이 나누는 감정은 단순한 우정을 넘어 서로의 삶을 지지하고 공감하는 인생 파트너의 역할인데요.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와 JTBC<옥씨부인전> 등에서 여성 캐릭터들의 연대가 빛나는 스토리가 인기였고, 하반기에는 tvN <미지의 서울>과 ENA <살롱 드 홈즈>가 그 흐름을 이어갑니다.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지만 설득력 있게 파고드는 워맨스 드라마 둘의 흥행 이유를 살펴 볼게요.



<미지의 서울> – 여성을 다시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방영 내내 현대인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은 tvN 오리지널 시리즈 <미지의 서울>이 지난달 29일 최종회 시청률 최고 9.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드라마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시골 생활, 삼 세대 여성들의 삶과 심리를 병렬적으로 오가며 펼쳐지는데요. 90년대생 쌍둥이 딸과 아들, 60년대생 엄마들, 그리고 3-40년대 할머니까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너무 모르는 이들이 나옵니다. 먼저 장영남, 김선영, 차미경, 원미경 등 연기력으로 검증된 배우들이 중심을 잡습니다. 여기에 장영남의 쌍둥이 딸로 박보영이 1인 2역을, 김선영의 의붓 아들은 박진영이 연기했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엄마와 딸, 여고 동창생, 일란성 쌍둥이 자매 같은 캐릭터들이 서로에게 단순한 ‘조력자’나 ‘희생자’가 아닌, 스스로의 내면과 갈등을 지닌 독립적인 인물로 서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돌봄은 수직적이 아니라 한 덩이의 돌처럼 둥글게 굴러가요. 엄마가 자식을 자식이 엄마를, 동생이 언니를, 친구가 친구를. <미지의 서울> 속 여성들은 서로를 몰라서 오해했고 상처 속에 힘들었지만 결국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상처를 보듬습니다. 누가 연장자랄 것 없이 상처 입은 사람이 다른 상처를 돌보며 살아가죠. 자칫 신파로 여겨질 수 있는 요소들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펼치는 듯 잔잔하지만 깊게 그려졌습니다. 혈연에서 나아가 친구와 직장 동료와의 사이에서도 이 돌봄의 연대는 이어지는데요. 나이, 경험, 시대적 배경이 모두 다른 여성들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고 화해하고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섬세하게 묘사됩니다. 회차별로 저장하고 싶은 명대사가 많았던 점도 드라마의 팬덤 확산에 기여했고요. 드라마 속 주인공 ’미지‘가 매일 아침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되뇌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같은 문장처럼 말이죠.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여성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와 시선이 폭발적으로 등장하며 고단한 시청자의 일상을 진실하고 따뜻한 장면을 위로해줬습니다. 요즘 시대 워맨스가 갖춰야 할 깊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죠.



<살롱 드 홈즈> – 생활형 여성 연대극의 새로운 판타지




한편, ENA 드라마 <살롱 드 홈즈>는 훨씬 더 경쾌하고 생활 밀착적인 워맨스를 보여줍니다. 서울 외곽의 낡은 아파트 ‘광선주공’ 단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 드라마는 이시영, 정영주, 김다솜, 남기애가 단지 내 해결사 여성 4인방으로 등장해 벌이는 추리 활극이죠. 여성 공동체가 동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본격 여성 공동체극이죠. 첫 출발은 1%대였으나 큰 홍보 없이도 점점 입소문을 타고 6회차가 공개된 7월 1일 최고 시청률 3.4%를 기록하며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줌마들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의 워맨스는 따뜻하고 유쾌합니다. 아파트 내 최고의 추리력을 자랑하는 ‘명탐정 홈즈’ 이시영은 특유의 코믹함과 생활 연기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네 언니’ 같은 캐릭터를 완성하며 중심을 잡습니다. 웃기지만 날카롭고 무엇보다 든든한 캐릭터죠. 전직 에이스 형사이자 ‘여자 마동석’ 캐릭터로 등장하는 정영주의 시선을 압도하는 연기도 탄탄하게 극을 이끌고, ‘알바의 여왕’인 20대 청춘 김다솜과 ‘전직 보험왕’ 출신의 남기애 배우의 연기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적재적소에서 맛깔나는 감초 역할을 합니다.


가정파괴범, 주차 빌런, 학폭 빌런, 변태, 살인사건까지 아파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생활 밀접형 빌런들을 퇴치하는 과정은 눅눅한 여름철 습기를 날려줄만큼 유쾌, 상쾌, 통쾌하게 펼쳐집니다. 한마디로 아파트의 평화를 위해 ‘줌벤저스’가 등장한 셈. 남성 캐릭터가 극의 중심에 있지 않음에도 극은 파워풀하게 흘러가고, 오히려 그 속에서 여성 인물들의 관계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심각한 에피소드도 과하지 않게 보여주며 코미디와 추리극의 선을 적절하게 넘나들고요.



이들의 관계는 감정적이기보다 서로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존중하며 이뤄집니다. 누군가 힘들면 밥 한 끼 건네는 여성들이 써내려 온 독특한 교류의 형태로 말이죠. 현실적인 사회 이슈들이 배경으로 깔려 있지만,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 워맨스를 코어로 삼으면서도 장르적 쾌감을 놓치지 않기에 시청자는 그들의 우정과 연대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됩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심각한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이들이 또 어떤 형태로 문제를 해결할지, 광선주공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Credit

  • 글 이다영
  • 사진 tvN · 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