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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부터 김소현까지, 혼자서 쌍둥이 연기 한 배우들

1인2역부터 최대 1인4역까지.

프로필 by 라효진 2025.06.23

‘쌍둥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활용되는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이나 행동으로 반전을 줄 때 주로 사용돼요. 이때 의상이나 메이크업으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배역임을 드러내려고 하지만,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배우의 표현력입니다. 동일한 외형 속 완전히 상반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묘사해야 하는 고난도 연기기 때문이죠. 이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미지의 서울> 속 쌍둥이 자매 유미지와 유미래 역을 맡은 박보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언니인 유미지는 엘리트, 동생인 유미래는 철부지라는 다소 전형적인 설정에도, 박보영의 담백하고 명확한 연기가 시청자로 하여금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입니다.



박보영은 두 인물을 표정과 말투, 말의 속도, 몸짓 등 모든 표현 방식에서 완벽하게 분리했습니다. <미지의 서울>은 쌍둥이를 다룬 다른 작품들보다도 두 인물이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데, 특수 촬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장면임에도 어색함 없이 집중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죠. 박보영처럼 쌍둥이라는 설정 속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들을 살펴 봤습니다.



김소현 - KBS 2TV <후아유 - 학교 2015>, 2015




KBS <학교> 시리즈의 6번째 작품 <후아유 - 학교 2015>에서도 쌍둥이 설정이 메인 소재로 들어갔습니다. 공식 드라마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 김소현이 연기한 고은비와 고은별 간의 엇갈린 운명이 중심 서사였죠. 고은비가 어렸을 적 잃어버린 언니 모범생 고은별의 삶을 대신 살아가며 학교 폭력의 진실을 파헤치고, 결국 두 사람이 재회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작품 내용인데요.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는 특수 촬영에서도 자연스러운 눈 맞춤이 돋보이죠. <후아유 - 학교 2015>는 김소현에게 첫 주연작이었기 때문에 더 부담감이 컸을 듯했지만, 그럼에도 몰입감 있는 쌍둥이 연기와 감정선을 보여주며 방영되는 내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 작품으로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후 KBS 2TV <달이 뜨는 강>에서 평강 공주와 연왕후를 동시에 연기하며 또 한 번의 1인 2역을 소화해 냈습니다.



이다해 - SBS <착한 마녀전>, 2018




이다해가 보여준 쌍둥이 연기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SBS <착한 마녀전>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쌍둥이의 각기 다른 삶을 연기했는데요. 이다해 특유의 발랄하고 코믹한 포인트를 잘 살리며 당시 동시간대 경쟁작들을 가뿐히 누르며 높은 시청률을 선점했습니다. 드라마는 의문의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진 언니 차도희를 대신해 동생 차선희가 항공사 부사무장으로 일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어요. 여기서 특별한 점은, 그가 차도희와 차선희를 포함해 ‘차도희를 연기하는 차선희’까지 사실상 1인 3역을 소화했다는 점인데요. 극이 후반으로 치달을 수록 그들의 갈등이 심화되며 까다로운 장면들이 많이 연출됐지만 이다해의 연기력 덕분에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호철 - SBS <모범택시>, 2021




실감 나는 쌍둥이 연기로 씬스틸러 역할을 한 배우로 SBS <모범택시> 의 악역, 이호철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오랜 경력 속 많은 역할을 소화해왔지만 1인 2역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이호철은 극 중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구석태와 구영태를 연기했는데요. 그의 강렬한 인상에도 두 인물이 확실히 다른 캐릭터로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련한 쌍둥이 연기를 펼쳤습니다. 듬직하고 과묵한 구석태가 가볍고 촐랑거리는 구영태를 걷어차며 벌이는 형제간의 몸 싸움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도 했죠. 때문에 각 회마다 빌런들이 맹활약을 펼쳤던 <모범택시>지만, 이호철이 선보인 ‘구석태&구영태 형제’는 단연 끝판왕 빌런으로 인정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Credit

  • 글 김보
  • 사진 각 방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