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닮고 싶은 그 언니는 막스마라의 가을 코트를 입어요

계절을 뛰어 넘고 싶어졌습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을 보고나서요.

프로필 by 강민지 2025.06.19
막스마라 2026 리조트 컬렉션. 레지아 디 카세르타의 장엄한 무대 위에서 쇼가 공개됐습니다.

막스마라 2026 리조트 컬렉션. 레지아 디 카세르타의 장엄한 무대 위에서 쇼가 공개됐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궁전, 레지아 디 카세르타. 정교하게 조각한 대리석 계단과 황금빛 돔, 광대한 정원이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 막스마라2026 리조트 컬렉션의 막을 올렸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의 궁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한때 왕이 살던 장소였지만 이젠 새로운 여성의 모습을 그리는 무대가 됐죠.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와이드 브림 햇과 카멜색 코트로 나폴리의 여유를 표현합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와이드 브림 햇과 카멜색 코트로 나폴리의 여유를 표현합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광택 있는 실크 스카프에 와이드 브림 햇을 매치한 모습.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광택 있는 실크 스카프에 와이드 브림 햇을 매치한 모습.

막스마라는 이번 컬렉션을 비바 베네레 베수비아나(Viva Venere Vesuviana)라 명명합니다. 나폴리의 활화산 베수비오와 고전적인 미의 상징 비너스를 겹쳐 놓은 듯한 이 이름은, 막스마라가 이 도시에서 발견한 에너지와 생명력, 그리고 여성의 자부심을 하나의 개념으로 엮어낸 표현입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은 루스 오킨(Ruth Orkin)의 사진 한장에서 출발했습니다. 1951년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걷는 한 미국 여성을 이탈리아의 한 거리에서 포착한 이 사진은, 시대를 앞선 태도를 담고 있었으니까요. 막스마라는 이 상징적인 장면을 소재와 실루엣으로 풀어내기로 합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긴 트렌치와 브라렛의 대비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긴 트렌치와 브라렛의 대비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컬렉션의 전반에는 구조와 곡선이 절묘하게 공존합니다. 판노 소재의 묵직한 코트와 숄 칼라, 프린지 장식, 퍼널 넥 디테일을 더한 아우터 등은 유려한 선과 막스마라의 장기인 테일러 기술을 드러내는 아이템입니다. 반면, 드라마틱하게 걷어 올린 쇼츠, 허리부터 풍성하게 퍼지는 풀 스커트, 어깨선을 드러낸 슬립 드레스는 1950년대 이탈리아 여배우의 관능과 강인함을 떠올리게 하죠. 실바나망가노, 소피아 로렌이 남긴 족적처럼 단정하면서도 대담합니다.


조형미와 부드러운 질감이 공존하는 하이넥 코트는 막스마라가 재해석한 단단한 우아함의 표본.

조형미와 부드러운 질감이 공존하는 하이넥 코트는 막스마라가 재해석한 단단한 우아함의 표본.

이탈리아 남성복의 문법을 위트 있게 차용한 룩도 여럿 등장하는데요. 주목할 협업은 클래식 넥타이 브랜드 E. 마리넬라(E. Marinella)와의 만남. 1914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도 손으로 직접 고급 실크 넥타이를 제작하는 브랜드입니다. 매끄럽고 윤택한 실크 소재로 완성한 파자마와 점프수트, 프린지 장식이 달린 스커트는 나폴리 특유의 스타일 감각을 재치 있게 반영합니다. 나폴리 멋쟁이를 상징하는 ‘차리엘로(chiattillo)’ 문화가 여성복 안에 스며든 셈입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E. 마리넬라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실크 파자마.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E. 마리넬라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실크 파자마.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남성복에서 차용한 테일러링 위에 매듭 장식이 달린 브라톱을 더해 ‘차리엘로’ 무드를 세련되게 풀어냈습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남성복에서 차용한 테일러링 위에 매듭 장식이 달린 브라톱을 더해 ‘차리엘로’ 무드를 세련되게 풀어냈습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E. 마리넬라 프린트를 활용한 실크 파자마 셋업에 진주 네크리스를 더해 고전미를 유쾌하게 비틀었습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E. 마리넬라 프린트를 활용한 실크 파자마 셋업에 진주 네크리스를 더해 고전미를 유쾌하게 비틀었습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움직임에 따라 흩날리는 프린지 디테일이 룩에 경쾌한 긴장을 더합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움직임에 따라 흩날리는 프린지 디테일이 룩에 경쾌한 긴장을 더합니다.

쇼는 궁전의 대리석 계단 위에서 펼쳐졌고, 석양이 붉게 물든 저녁 시간의 공기를 머금으며 한 장면씩 전개됐습니다. 막스마라의 구조적인 실루엣은 공간이 지닌 중후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과장 없이 단정한 아름다움을 완성했고요.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레지아 디 카세르타의 장엄한 계단을 내려오는 모델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레지아 디 카세르타의 장엄한 계단을 내려오는 모델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크리스털을 장식한 황금빛 드레스의 디테일.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크리스털을 장식한 황금빛 드레스의 디테일.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어깨를 드러낸 관능적인 스타일링은 이탈리아 여배우를 떠올리게 합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어깨를 드러낸 관능적인 스타일링은 이탈리아 여배우를 떠올리게 합니다.

컬렉션 후반부엔 감도 높은 쇼 피스가 등장했습니다. 어깨를 은근히 감싸는 하이넥 드레스는 부드러운 실크 거즈 안쪽에 구조적으로 설계된 이너 디테일을 갖추고 있으며, 착용한 사람을 고려한 입체적인 설계가 돋보입니다. 크리스털 장식 드레스는 정제된 실루엣 속에 은은한 광택을 더하며, 막스마라가 추구하는 단단한 우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휘트니 백의 한정판 모델과 실크 스카프 라인업도 함께 공개돼 유용한 스타일링 팁을 전했죠.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크리스털을 장식한 오프숄더 드레스가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크리스털을 장식한 오프숄더 드레스가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넉넉한 사이즈로 견고하게 제작된 휘트니백.

넉넉한 사이즈로 견고하게 제작된 휘트니백.

견고하게 짜인 라탄 보디와 가죽 트리밍의 조합이 휴양지와 도시 모두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견고하게 짜인 라탄 보디와 가죽 트리밍의 조합이 휴양지와 도시 모두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에서 다양한 스타일링에 활용된 휘트니백.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에서 다양한 스타일링에 활용된 휘트니백.

막스마라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벨라 피구라(bellafigura)’라는 고전적인 미의식을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립니다. 외형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담아내는 이탈리아식 아름다움. 막스마라는 이를 통해 여성을 위한 옷이란 단지 잘 차려입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품격을 지키는 방식을 선택하는 일임을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레지아 디 카세르타의 장엄한 계단을 수놓은 피날레 워킹.

막스마라의 2026 리조트 컬렉션. 레지아 디 카세르타의 장엄한 계단을 수놓은 피날레 워킹.




Credit

  • 사진 막스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