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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피스와 운동화라면 언제든 공주가 될 수 있어

아식스 스포츠스타일과 시그니처 시리즈 젤-큐뮬러스 16 SSCB 공개한 디자이너 세실리에 반센을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프로필 by 강민지 2025.06.12
세실리에 반센의 초상(세실리에 반센 제공)

세실리에 반센의 초상(세실리에 반센 제공)

세실리에 반센이 다시 한번 아식스 스포츠스타일과 손을 잡았습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드레스 위에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그다운 방식으로요. 이번 협업은 아식스 스포츠스타일젤-큐뮬러스™ 16을 재해석한 첫 시그니처 시리즈. 반투명한 메시, 책장 속에 말린 것 같은 꽃잎 프린트에 편안함까지 갖춘 스니커즈엔 반센 특유의 꿈꾸는 듯한 감성과 아식스 스포츠스타일의 기술이 절묘하게 녹아 있습니다. 6월 27일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서울에서는 이 협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팝업이 열렸습니다. 조용히 반짝이는 이 컬렉션의 배경과 디자이너의 속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세실리에 반센을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세실리에 반센과 아식스 스포츠스타일이 재해석한 젤-큐뮬러스TM 16 SSCB (GEL-CUMULUSTM 16 SSCB) 캠페인.

세실리에 반센과 아식스 스포츠스타일이 재해석한 젤-큐뮬러스TM 16 SSCB (GEL-CUMULUSTM 16 SSCB) 캠페인.

아식스 스포츠스타일과의 네 번째 협업이자 첫 시그니처 시리즈인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가 세상에 나왔네요. 이번 협업은 어떤 점에서 달랐나요

이번 프로젝트는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상업적인 요소를 염두에 둔 협업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저희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브랜드의 상징적인 요소를 더 정제된 방식으로 담아내고 싶었죠. 반투명한 소재, 광택과 무광택이 공존하는 텍스처, 그리고 단순해 보여도 겹겹이 숨은 디테일이 드러나는 구성까지요. 겉과 속의 간극이 주는 긴장감이 이번 디자인의 핵심이에요.


색상도 인상적이에요

놀랄 만큼 배색이 마음에 들어요. 블랙은 늘 애정하는 색이고, 첫 아식스 협업이었던 메리제인 슈즈를 떠올리게 해요. 라이트 그레이는 처음 시도해봤는데 가장 아식스다운 색이에요. 보통 검은색과 파스텔색을 함께 조합하는 건 잘 하지 않는데 그런 도전이 오히려 완성도를 높여줬죠. 투명한 소재 속에 색과 무늬, 질감이 겹치면서 만들어내는 깊이가 마음에 들어요.


3가지 색으로 출시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 (GEL-CUMULUS™ 16 SSCB) 3가지 색으로 출시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 (GEL-CUMULUS™ 16 SSCB) 3가지 색으로 출시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 (GEL-CUMULUS™ 16 SSCB) 3가지 색으로 출시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 (GEL-CUMULUS™ 16 SS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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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색으로 출시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 (GEL-CUMULUS™ 16 SSCB) 3가지 색으로 출시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 (GEL-CUMULUS™ 16 SSCB) 3가지 색으로 출시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 (GEL-CUMULUS™ 16 SSCB) 3가지 색으로 출시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 16 SSCB (GEL-CUMULUS™ 16 SSCB)

이번 협업의 테마는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Sound Body, Sound Mind)’이었습니다. 평소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세요

다섯 살 아들이 있어요. 제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이자 중심이에요. 저흰 자주 바닷가에 가요. 함께 돌을 던지고 파도를 바라보는 단순한 시간이야말로 제겐 최고의 휴식이에요. 이번 캠페인의 콘셉트도 그 경험에서 나왔죠.


앞으로의 협업 계획도 궁금해요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에요. 특히 세실리에 반센의 10주년을 맞는 올해 8월, 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 커스터마이징 워크숍을 열어요. 빈티지 아식스나 각자 가지고 있는 운동화에 자수와 디테일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는 행사예요.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쇼룸 형식으로 진행되고, 저와 팀도 현장에서 함께할 거예요.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어느덧 브랜드가 10주년을 맞았어요.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흘렀어요. 짧은 듯 길고, 길지만 찰나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10년이 짧게 느껴지세요? 길게 느껴지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 참인데요. 전 이 시기가 우리가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라고 느껴요.


브랜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매애(Sisterhood)’를 언급해왔어요. 현재의 작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요

자매애는 다양한 의미를 지녀요. 친동생과의 관계는 물론, 브랜드 안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들, 그리고 저희 옷을 입는 고객과의 연결까지 포함하죠. 스튜디오에 출근하면 누군가가 제 흐트러진 리본을 매만져주는 순간이 자주 있어요. 그게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세심한 연결이 늘 감동으로 다가와요.

세실리에 반센과 아식스 스포츠스타일이 재해석한 젤-큐뮬러스TM 16 SSCB (GEL-CUMULUSTM 16 SSCB) 캠페인.

세실리에 반센과 아식스 스포츠스타일이 재해석한 젤-큐뮬러스TM 16 SSCB (GEL-CUMULUSTM 16 SSCB) 캠페인.

여동생과의 유년 시절도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다고요.

맞아요. 그 시절 동생과 옷을 맞춰 입으며 공유했던 감각들이 지금의 디자인 철학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요. 초기 컬렉션에서는 여러 소녀가 함께 움직이는 장면, 그리고 집단적인 여성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려 노력했죠.


여성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브랜드의 중요한 축인데요, 새로운 아티스트는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지만,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더 많은 자극을 받아요. 요세핀(JosefineSeifert), 라나(Lana Ohrimenko), 로라(Laura Jane Coulson) 같은 사진가와는 오랜 시간 함께해왔고,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죠.

세실리에 반센의 벗, 요세핀이 촬영한 세실리에 반센을 입은 모델(@josefineseifert)

세실리에 반센의 벗, 요세핀이 촬영한 세실리에 반센을 입은 모델(@josefineseifert)

사진가 Lana Ohrimenko가 촬영한 캠페인 (@lana_ohrimenko)

사진가 Lana Ohrimenko가 촬영한 캠페인 (@lana_ohrimenko)

최근에 알게 된 사람도 있어요

뉴욕 디자인 위크에서 도자기와 가구를 만드는 여성 아티스트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어요. 그들이 여성성을 물성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는 것이 흥미로웠고, 제가 가진 여성성에 대한 관점에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어요. 실제로 주변에서 영향을 받을 때도 있나요?


자매애는 정체성, 커뮤니티, 세대 간의 연결의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해요.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연결(connection)이요. 저는 여성성이란 나이, 배경, 체형 등에 따라 여러 형태를 띨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파리 쇼에서는 국적과 연령대, 사이즈가 다양한 모델들과 작업하려고 해요. 디자인할 땐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누군가가 그 옷을 입는 순간 전혀 새로운 감정이 피어나요. 그때 비로소 옷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TM 16 SSCB (GEL-CUMULUSTM 16 SSCB) 캠페인.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TM 16 SSCB (GEL-CUMULUSTM 16 SSCB) 캠페인.

세실리에 반센을 일상의 쿠튀르(Everyday Couture)라고 묘사하는 게 재밌더군요. 시즌마다 이 개념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요

서울에서 만난 인플루언서들이 보여준 스타일링은 정말 인상 깊었어요. 각자 다른 도시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저희 옷을 해석해 입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요. 서울, 뉴욕, 도쿄, 코펜하겐… 일상의 방식은 도시마다 다르고, 그게 저희 컬렉션을 더 풍성하게 만들죠.


당신이 생각하는 ‘일상’의 핵심은 뭘까요?

개성과 레이어링이죠. 티셔츠를 드레스 아래 입거나, 운동화에 양말을 독특하게 매치하는 방식 속에 그 사람만의 방식이 드러나요. 저는 구름처럼 풍성한 퍼프 드레스를 입고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도 가고, 공원에도 가요. 멋진 저녁 약속에 참석하기도 하죠. 옷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일, 그리고 옷을 매개로 누군가와 대화가 시작되는 그 경험이 좋아요. “리본이 예쁘다”, “소재가 특이하다” 하면서 새로운 대화가 이어지죠.


실제로 주변에서 영향을 받을 때도 있나요

그럼요. 한겨울, 스튜디오에서 팀원들이 드레스 안에 청바지를 레이어드한 걸 보고 “진짜 멋지다!” 싶었죠. 울 타이츠보다 쿨하고, 전혀 다른 에티튜드를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때부터 데님을 컬렉션에 넣기 시작했어요. 다음 시즌에 소개할 보머 재킷도 마찬가지예요. 일본 소녀들이 우리 드레스 위에 보머 재킷을 걸치는 걸 보고 힌트를 얻었어요. 그리곤 자수를 넣든, 구조를 바꾸든 세실리에 반센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죠.

세실리에 반센의 앨리스 재킷과 아니타 트라우저에 세실리에 반센 X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젤 카야노 20 스니커즈 를 매치한 다이애나 보이어(@ceciliebahnsen)

세실리에 반센의 앨리스 재킷과 아니타 트라우저에 세실리에 반센 X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젤 카야노 20 스니커즈 를 매치한 다이애나 보이어(@ceciliebahnsen)

옷이 여성과의 소통 창구가 되는 것 같네요

여기 오기 전에 아들과 바람을 불어 물감을 퍼트리는 펜을 가지고 놀았어요. 그 효과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 패턴을 다음 시즌 프린트 디자인에 적용하기로 했죠. 영감은 때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와요. 친구와 커피를 마시다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도 찾아오죠.


많은 여성들이 본능적으로 당신의 옷에 끌린다고 말해요. 왜 그럴까요

아마 저희가 옷을 만드는 방식이 그 감정을 전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원단은 스튜디오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자수와 드레이핑도 굉장히 섬세하게 작업하죠. 하지만 그보다도 저희 팀 모두가 이 컬렉션을 실제로 입고 살아간다는 점이 커요. 저희는 이 옷을 입고 일하고, 사랑하고, 일상을 함께해요. 그런 애정과 열정이 옷에 고스란히 담기고, 사람들은 그걸 느끼는 것 같아요.


옷이 지나치게 예술적이지 않고, 삶에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맞아요. 옷을 만드는 데는 정말 많은 열정과 장인정신이 들어가요. 하지만 동시에, 그 옷은 누구든 쉽게 입을 수 있어야 해요. 너무 복잡하거나 어려워 보여선 안 돼요. 사랑을 담아 만든 옷이면서도, 그냥 아무 때나 가볍게 걸칠 수 있는 것. 그 균형이 중요해요.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감정이 있는 옷, 그게 제가 지향하는 패션이에요.

아들과의 추억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TM 16 SSCB 캠페인.

아들과의 추억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한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X 세실리에 반센 젤-큐뮬러스TM 16 SSCB 캠페인.

여성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나이 듦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합니다

그 질문, 정말 공감돼요. 제 마음은 여전히 25살 같은데요(웃음).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엄마가 된 이후로는 더 다양한 연령대를 위해 디자인하려고 합니다. 저희 팀엔 처음 패션에 발을 디딘 풋풋한 친구도 있고, 업계에서 수십 년 일한 베테랑도 있어요. 그런 세대 간의 대화는 정말 영감이 넘쳐요. 경험을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구조가 창의적인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해요. 저 역시 후배들을 위해 멘토링을 해주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브랜드의 다음 10년, 어떤 계획이 있나요

우리만의 공간을 더 만들고 싶어요. 코펜하겐에 있는 쇼룸처럼, 작은 갤러리 같은 공간이요. 서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브랜드를 체험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분들이 우리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진짜 ‘세실리에 반센’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곳을 더 만들고 싶어요.





Credit

  • 사진 인스타그램 ·아식스 스포츠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