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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과 김금희의 여름 소설

출판사 대표 박정민과 소설가 김금희의 여름은 어쩌면 가장 뜨겁고 소란할 테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로 꺼내 보는, 어느 한낮의 눈부신 마음들.

프로필 by 전혜진 2025.05.27

배우이자 출판사 대표 박정민과 소설가 김금희. 두 사람이 한 팀이라면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박정민 저는 확실히 미드필더죠. 작가님이 골을 제대로 넣을 수 있게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싶은데, 워낙 대중에게 사랑받는 분인 데다 유명 출판사들과 일해 왔으니 ‘무제’가 어떻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지금도 고민입니다. 김금희 ‘더’ 유명한 박정민 대표님은 세공사예요. 저는 늘 하던 대로 원석을 건넸을 뿐인데 세공을 잘하셨죠. <첫 여름, 완주>에는 특별한 지점이 많아요. 오디오 북이 먼저 세상에 나오는 것도, 시각장애인 독자에게 먼저 닿는 것도, 비디오테이프를 닮은 사랑스러운 커버도, 그 모든 게 말이죠. 박정민 더 열심히 세공해야 되겠는데요?


<첫 여름, 완주>는 손열매가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진 룸메이트 수미를 찾기 위해 그의 고향 완주를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오디오 북을 먼저 내고 이후 종이책이 발간되는 순서로 진행된 ‘듣는 소설’ 프로젝트 첫 주자로 김금희 작가가 적임자였나요

박정민 작가님의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추천사에도 적었어요. 김금희 작가의 언어를 꼭 연기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고. 글을 쓸 땐 연기와 분리하려고 이런 언급을 잘하지 않는데, 그 정도로 인물들이 다채롭고 층위가 두터워요. 대사가 좋은 작품을 좋아하지만 영화와 드라마, 소설을 통틀어 김금희 작가님의 대사가 제게는 ‘베스트’예요. 그래서 가장 먼저 부탁을 드렸죠. 작가님의 표현은 영화라 해도 무방할 만큼 구어체에 가까우면서도 굉장히 문학적이에요. 입에 착착 붙는데 표현들도 아름다우니까 그 점을 늘 사랑해 왔어요.


김금희가 입은 드레스는 &Other Stories. 셔츠는 Levar. 넥타이는 Vivienne Westwood.

김금희가 입은 드레스는 &Other Stories. 셔츠는 Levar. 넥타이는 Vivienne Westwood.

2022년 여름, 작가는 듣는 소설을 써달라는 제안을 메일로 받았을 때 곧바로 수락했다지요. 망설임은 없었나요

김금희 저는 대체로 글을 쓸 때 스스로 특정 환경에 몰아넣어요. 그래야 뭔가를 뛰어넘어 작품을 쓰게 되거든요. 이번 작품은 취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재밌을 것 같았고, 소설가로서 또 다른 도전이 될 것 같았어요. 덧붙이자면 제3자를 통해 ‘박 사장’께서 제 팬이라는 걸 들었어요. 물론 섭외할 때 ‘작가님 팬입니다’라고 직접 밝혔지만 보증인이 있었달까요. 박정민 그 ‘귀인’이 누구죠? 김금희 하하. 제 작업이 어떻게 완성될지 잘 알고 있고, 서로 바라는 그림을 만들 수 있을 테니 평소 쓰던 대로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글을 아시니까. 박정민 솔직히 제안하고도 큰 기대는 없었어요. 어릴 때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는, 그런 막연하고 터무니없는 마음에 가까웠죠. 그런데 해냈습니다. 무제의 첫 책 <살리는 일>의 추천사를 써준 인연이 있긴 했지만, 너무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박정민 대표가 직접 메일을 쓰고 기획하고 섭외하며 출판 전 과정을 책임진다죠. 이번 인터뷰 섭외 때도 소속사로 연락해야 할지, 출판사로 연락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김금희 저도 그랬어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당시 대표님이 해외 촬영 중이라 귀국하면 한번 뵙자고 했어요. 근데 자신이 없는 거예요. 유명 배우를 편집자로 만날 자신이! 집필하기 전이라 뵙고 나면 왠지 글에 영향이 미칠 것 같아 만나지 않겠다고 했어요(웃음). 박정민 오늘 느끼셨겠지만 저희 실제로 처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김금희 하하. 처음 만난 날도 기억나요. 어느 중국집에서 보기로 했는데, 예상은 이랬어요. 밴이 세워져 있겠지, 때가 되면 ‘배우님’이 내리겠지, 그리고 매니저와 함께 조용히 룸으로 들어가겠지 싶었는데 웬걸, 길에 혼자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매니저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으니, 함께 다니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좀 놀랐어요. 박정민 정말 영세하게 굴러가는 회사입니다. 배우 일과 철저히 분리돼 있어요. 기자님도 소속사보다 무제로 연락하셨으면 답이 더 빨랐을 거예요(웃음).


무제가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제의 첫 책이 출간된 무렵, 아버지가 시력을 잃었다는 개인적 동기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박정민 아버지께 선물을 드리려는 마음으로 시작됐지만, 그 선물을 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했죠. 유튜브에 오디오 파일을 비공개로 올려놓고 아버지에게 링크를 전달했는데 듣지 못하시는 거예요. 링크 접속 방법이 어려웠고, 도서관에 기증한 이후에도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모르시고…. 잘 안 보이시니까요. 이후 아버지가 이용하시는 도서관 플랫폼에 기증하고 나서야 다 들으셨어요.


박정민이 입은 코트와 재킷, 셔츠, 팬츠, 타이,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아이웨어는 Projekt Produkt.

박정민이 입은 코트와 재킷, 셔츠, 팬츠, 타이,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아이웨어는 Projekt Produkt.

어쩌면 첫 독자였을지도 모를 아버지는 <첫 여름, 완주>에 어떤 감상평을 주셨나요

박정민 재밌었다고 하시죠. 저희 부자가 표현에 인색한 편인데, 오히려 주변 분들이 “아버지를 위해 잘한 일”이라고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감격하거나 그러진 않던데요?


엄청 재미나게 들으셨을 거라고 확신합니다(웃음). 보통 시각장애인의 독서 방식으로 점자책을 떠올리지만, 대체 도서로서 점자책 보급률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보유 기관의 접근성 문제도 여전한 상황인데요. 그것과 다른 방식으로 오디오 북은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나요

박정민 솔직히 말씀드리면 독서 접근권이 제한적인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누구보다 먼저 읽을 수 있도록 선물하려는 생각만 했을 뿐 이에 관한 공부도 덜 했고, 준비도 부족했어요. 기증 과정에서도 몰랐던 부분을 배웠거든요. 시각장애인이 오디오 북을 보통 2배속으로 듣는다는 사실조차 몰랐죠. 저도 오디오 북 녹음에 참여한 적 있지만 너무 빠르게 지나가 익숙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쉽더군요. 그러니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모두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김금희 저도 이번 기회에 시각장애인 독자들의 독서권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신간이 나와도 그들에게 닿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겠구나. 이번 작업을 계기로 독자들과 제 이야기를 공유하는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진 것 같습니다.


한국장애인재단에 기증하면서 전국 40여 개 장애인 도서관으로 전달된 <첫 여름, 완주>는 얼마전 북 토크를 진행했어요.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나요

박정민 사실 개인적 이유로 시작해 반경이 넓어진 거라 출간을 앞두고 꽤 걱정했어요. ‘괜한 오지랖을 부린 건가? 나는 진심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일 아닌가? 누군가는 유난 떤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죠. 설레고 재밌게 작업해 왔음에도 두려움이 생겼는데, 이번 북 토크를 진행하면서 그런 감정이 옅어졌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북 토크를 한 이유는 직접 당사자들께 여쭤보고 싶어서였어요. 이런 책은 어떤지, 불편한 부분이 있는지, 혹시 제가 계속 만들어도 되는지…. 일종의 허락을 구하고 싶었죠. 너무 좋아해주셔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소설은 기획 단계부터 오디오 북 제작을 염두에 두고 대사의 ‘말맛’이 살아 있는 반희곡 형태로 쓰였어요. 대사량도, 묘사도 훨씬 많았고요. 그간 창작 과정과 차이가 있다면

김금희 시각장애인 독서 모임에 참여해 이야기를 먼저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듣고 어떻게 소설을 그려나갈지 영감을 얻으려고요. 작품 메시지에 관해서도 고민했습니다. 대표님은 자유롭게 쓰라고 했지만, 프로젝트 메시지와 결을 같이 가져가고 싶었어요. 시각장애인은 사람이 지닌 여러 감각 중 하나가 약하거나 부족한 분들이잖아요. 그 감각을 책에 부여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유달리 후각이 발달한 ‘어저귀’라는 캐릭터처럼 우리가 지닌 또 다른 감각이 만들어내는 것들 말이죠. 열매의 직업도 한글을 잘 읽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영화 자막을 소리 내 읽어주다 성우가 된 걸로 설정한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열심히 참여한 배우들은 물론,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함께 책 속의 완주 마을에 모여 함께 완주하기 위해 걸어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아요. ‘희망’이 너무 희망차면 가짜처럼 느껴지니까 어떻게 진짜 희망에 가까운 것들을 담아낼 수 있을지도 고민했죠. 지금 돌아보면 어떤 것보다 목적성이 분명하고, 의뢰자가 있고, 백일장처럼 시제가 주어진 글이었음에도 저 자신을 어느 때보다 많이 드러낸 것 같아요. 인물들 사이에 꼭꼭 잘 숨겨두었다고 믿었는데 완성된 오디오 북을 듣고 나니 내가 거기에 모두 들어가 있었죠.


박정민이 입은 코트는 Ami. 카디건과 셔츠, 캡은 모두 Polo Ralph Lauren.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금희가 입은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Vivienne Westwood. 블라우스는 Lotsyou. 네크리스는 Arsis.

박정민이 입은 코트는 Ami. 카디건과 셔츠, 캡은 모두 Polo Ralph Lauren.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금희가 입은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Vivienne Westwood. 블라우스는 Lotsyou. 네크리스는 Arsis.

낯설거나 고민되는 지점도 있었나요

김금희 작가들은 화자를 내세워 글을 서술해 나갈 때 흐름이 끊기는 걸 두려워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대화나 대사를 많이 넣기보다 서술의 일관성을 가져가는 편인데, 이 작품은 그럴 수 없으니까 대화가 연속되는 작업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근데 오디오 북을 듣고 나니 서술을 더 줄일걸,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걸 싶었습니다. 그러니 제게도 글쓰기 방식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책이었어요. 박정민 저는 서술의 균형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소설이니까 작가님 특유의 아름다운 서술이 없다면 사실상 라디오 드라마에 가까운 거잖아요. 덕분에 소리로 그대로 옮겨오면 됐고, 장면 전환이나 음악을 입히는 데 더 풍성해졌어요.


고민시, 김도훈, 염정아, 최양락 등 배우들이 맛깔나게 말맛을 살려줬습니다. 고민시 배우가 박정민의 전화 한 통에 곧바로 “네, 할게요”라고 말한 순간 ‘21세기 가장 위대한 여배우를 꼽으라면 고민시’라고 재밌는 후기를 전하기도 했어요

박정민 설명을 제대로 들어야 하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가 지금 이러이러한 것들을 하는데 와서 녹음 좀 할 수 있을까?” 하자마자 “알겠어요”라니까 당황스러울 만큼 고마웠어요. 염정아 선배는 “혹시 캐스팅하고 싶은데, 얼마 정도 드려야 할까요?”라고 물으니 “아, 됐어!” 하죠. 모든 배우의 100% 재능 기부로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더 잘 만들고 싶었어요. 애써 와줬는데 어영부영 완성하는 건 정말 싫었거든요. 진짜 배우들인 게 가볍게 와서는 녹음을 시작하니까 완벽하게 잘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이제 그들이 필요로 한다면 저는 어디든 갑니다.


독자들은 저마다 책을 읽으며 가상의 목소리를 머릿속에 떠올리곤 합니다. 그 목소리가 현실에 실존한다는 사실이 작가님에게는 생경했을 것 같은데요

김금희 낯설기보다 이렇게까지 잘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웃음). 소설을 쓰면 아무리 등장인물이 많아도 결국 제가 썼으니 제 목소리일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창작 주체가 글 너머에서 목소리를 맛깔나게 들려주니까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나, 이토록 많은 사람을 안고 살았구나 싶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이장 역의 목소리는 아주 새로웠던, 제 머릿속에서 전혀 상상치 못한 일깨움이었고, 열매가 성장의 계절을 통과하는 과정을 오롯이 목소리로 전한 민시 배우 덕에 제가 만든 인물이지만 더 지극히 열매를 사랑하게 됐어요.


 김금희가 입은 재킷은 Noice.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커트는 Eudon Choi. 슈즈는 Vivaia. 아이웨어는 Miu miu by Essilorluxottica. 네크리스는 Tokokkino. 링은 Swarovski. 박정민이 입은 재킷과 셔츠, 팬츠, 타이, 슈즈, 핀은 모두 Bottega Veneta.

김금희가 입은 재킷은 Noice.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커트는 Eudon Choi. 슈즈는 Vivaia. 아이웨어는 Miu miu by Essilorluxottica. 네크리스는 Tokokkino. 링은 Swarovski. 박정민이 입은 재킷과 셔츠, 팬츠, 타이, 슈즈, 핀은 모두 Bottega Veneta.

배우들의 표정이나 캐릭터에 익숙하다 보니 머릿속에 영화 한 편이 펼쳐지는 듯 생경한 경험을 했어요. 비장애인 독자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것 같은데 캐스팅은 어떻게 했나요

박정민 읽다 보니 얼굴들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생판 모르는 배우에게 부탁하기는 좀 그러니까 주변 배우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모두 와준 거죠. 그런데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할아버지 역으로 신기하게도 최양락 선배님만 떠올랐어요. 뵌 적도 없는데 집착이 커져서 포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선배님 번호를 온 동네에 수소문하고 다녔어요. 당시 <뉴토피아> 촬영 중이었는데, 보다 못한 조감독 형님이 알아봐줬어요. 본인이 해도 되는 일이냐고 물으시길래 “저는 지금 선배님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에요!”라고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배우 박정민의 목소리도 군데군데 들리던데요

박정민 저는 들어야 하니 전면에 나설 수 없지만, 공식적으로 소개된 신해철 역을 제외하고는 주무관, 비디오 가게 주인, 엑스트라 1까지 참 다양하게 녹음했습니다. 분량이 적어서 누구에게 부탁하면 욕먹을 것 같은 역할들 말이에요(웃음).


솔직히 궁금해요. 배우로서 너무 잘 나아가고 있고, 물론 “이 프로젝트를 쉼이자 연기 타성에서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얘기했지만 대체 이 청년은 왜 이걸 하는가…. 힘에 부칠 텐데요

박정민 솔직히 힘듭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지금 보내는 시간이 박정민이라는 배우에게 엄청 득이 될 거란 사실이에요. 요즘 자정만 되면 잠이 쏟아져요. 얼마 전까지도 촬영했고, 데뷔 후 15년간 촬영을 마치고 졸리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 없거든요. 놀랐어요. 이 일을 엄청 즐기고 있다는 뜻이지만 ‘배우로서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다시 촬영장에 가면 박정민은 뭐든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도 새로운 동력을 얻었나요

김금희 반은 농담인데 <첫 여름, 완주>가 1위 하던 날 쓰기로 한 원고들 다 취소하고, 당분간 안 써도 되겠다고, 먹고살 수 있겠다 싶었어요(웃음). 사실 연속해서 책을 내느라 번아웃에 가까운 상태였거든요. 좋은 대표님 만나 귀 호강하고, 멋진 배우들이 제 글을 읽어주는 엄청난 행운을 얻었어요. 저는 문단 쪽에 가까운 작가라 독자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데 <첫 여름, 완주>를 통해 조금은 해낸 것 같아요.


박정민이 입은 코트는 Ami. 카디건과 셔츠, 팬츠, 벨트, 슈즈, 캡은 모두 Polo Ralph Lauren.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금희가 입은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Vivienne Westwood. 블라우스는 Lotsyou. 팬츠는 Kancan. 슈즈는 Camper. 팔찌는 Swarovski.

박정민이 입은 코트는 Ami. 카디건과 셔츠, 팬츠, 벨트, 슈즈, 캡은 모두 Polo Ralph Lauren.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금희가 입은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Vivienne Westwood. 블라우스는 Lotsyou. 팬츠는 Kancan. 슈즈는 Camper. 팔찌는 Swarovski.

이 소설은 세상 곳곳에서 참으로 다양하게 보이고 들립니다. 메인 OST인 윤마치의 ‘초록’ 뮤직비디오도 공개됐고, 몰입형 전시 <완주:기록:01>도 진행 중이에요

박정민 이번 프로젝트로 책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책 한 권을 그저 책 한 권으로만 남겨두지 말자는 것. 애정이 쌓이니 이 소설로 하고 싶은 게 많아졌거든요. 작은 공간을 하나 빌렸어요. 암전된 전시장에서 오디오 북 일부를 청취하는 경험을 관람자에게 제공하는 몰입형 전시입니다. 관련 그림이나 제가 찍은 사진도 걸어놓으려고 사부작사부작 준비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할까요

박정민 아직 작은 출판사라 대부분 재능 기부로 이뤄졌고, 이번 기회에 성과를 내면 정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순간도 올 테니 어깨가 무겁죠. 그래도 주변에서 기사 보고 서운하다는 연락을 꽤 받았어요. 왜 본인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냐고요. 기뻤습니다. 저는 “두 번째 오디오 북을 만들 때 더 중요한 역할을 드리기 위해 아껴놨어요!”라고 얘기하고요. 프로젝트 취지를 이해하고 흔쾌히 다가와주시니 너무 든든해요. 아직 귀하게 쓸 ‘카드’들이 있다는 게. 덕분에 조금씩 수월해지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투자 방식으로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그건 미뤄두려고요.


사람들이 각자 시간과 재능을 내주는 과정에서 “내 복을 여기다 다 쓰나” 싶었다죠. 일단 다섯 권까지는 끄떡없겠네요

박정민 다음 작가들께는 등장인물을 조금 더 적게 완성해 달라고 한다면… 쓸 카드는 한정돼 있으니 조금 더 오래, 길게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래도 꽤 잘 살았나 봐요. 이제 은혜를 갚으며 살아야죠.


듣는 소설 프로젝트에 관한 작가님의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김금희 프로젝트 자체를 흥미로워하죠. 사실 주변에 말을 아꼈어요. 제가 괜한 걱정이 좀 있는 편이라 아직 아이유 님이 추천사를 써준 것도 소문내지 않았거든요(웃음). 일이 어긋나거나 그르칠까 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이제 책이 나왔으니 많이들 물어볼 것 같아요. 글을 제안하면 아마 많이들 반가워할 거예요. 그래서 시작이 중요했고요. 개인적으로 출판계에서도 오디오 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 독자들의 80%가 듣는 독서를 하는 현실이라면 우리가 적극적이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이번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죠.


종이책 출간 이후 오디오 북이 출간되는 것과 이번처럼 그 반대 순서로 출간되는 건 단지 ‘순서’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박정민 순서에 관해서도 여전히 고민 중이에요. 시각장애인 독자에게 세상이 사랑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는 데 기다림을 주고 싶지 않아서 사실상 아예 접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기다려야 하니까요. 방식을 거듭 수정해 나가야 하겠죠. 무제에서 출판하는 책은 대부분 출간 전에 모든 콘텐츠를 만들어놓으려 해요. ‘듣는 소설’이라는 개념이 무제의 것이라는 생각도 전혀 안 합니다. 물론 대표가 배우다 보니 배우를 섭외하는 건 어쩌면 특별한 부분이겠지만 굳이 배우가 아니어도 되잖아요. 누군가는 이 방식을 차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출판사와 소설가, 저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방식의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을 테니까.


박정민이 입은 코트와 재킷, 셔츠, 팬츠, 타이,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아이웨어는 Projekt Produkt. 김금희가 입은 드레스와 링은 &Other Stories. 셔츠는 Levar. 넥타이는 Vivienne Westwood.

박정민이 입은 코트와 재킷, 셔츠, 팬츠, 타이,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아이웨어는 Projekt Produkt. 김금희가 입은 드레스와 링은 &Other Stories. 셔츠는 Levar. 넥타이는 Vivienne Westwood.

앞으로 김금희의 집필 레이스에서 <첫 여름, 완주>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김금희 친구에게 말한 적 있어요. “마치 딸이 있는데 딸의 남자친구가 나타나서 내가 못 해주는 인생 네 컷을 함께 찍고, 매일 놀아주고, 같이 콘서트 가주는 걸 보는 느낌이야!”라고. 소설로 가능한 콘텐츠들이 다채롭게 탄생하는 걸 흐뭇하게 바라본 작가로서 독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독서’를 해본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박정민 대표와 무제는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났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끝까지 완주하고 싶나요

박정민 욕심내지 않으려고요. 조금 걱정인 건 <첫 여름, 완주>에 제가 지닌 모든 사랑과 애정을 다 쏟고 있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더 쓸 마음이 남아 있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물론 노력하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일에 익숙해지거나 패턴화가 되면 관성대로 행동하기 쉬우니까요. 그러니 매번 새롭게 사랑하고, 매번 새롭게 마음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도 듣는 소설들이 연이어 세상에 나올 텐데, 그때마다 이 마음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관성이 생길 틈은 전혀 보이지 않는데요

박정민 제 목표는 10권의 오디오 북을 만드는 건데요. 빨라도 1년에 한 권쯤 나올 테니 저는 어쩌다 오십이 되겠죠. 그때 무리가 올 수 있으니 지금부터 체력을 길러야 할 것 같아요. 김금희 그때는 무제의 직원이 더 많아지겠죠. 얼마 전에 한 명 늘어서 이제 2인 출판사가 됐대요. 박정민 홍보 팀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5인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소설 속 열매 할아버지의 말이 여전히 마음에 남습니다. “사랑은 잃는 게 아니여. 내가 맘속에 지어놓은 걸 어떻게 잃어?” 이 책을 마음에 지어버린 서로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요

박정민 작가님이 아까 딸과 남자친구를 보는 것 같다고 하셨죠? 저는 그 남자친구가 된 것 같아요. 이 책과 뭐든 같이 해보고 싶거든요. 연인처럼 소중한 작품을 낳고 길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작가님. 열심히 홍보해서 인세로 갚을게요. 이 책을 많이 팔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그거예요. 김금희 작품을 공유하는 사이란 참 멋져요. 책의 번역자도 작가만큼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가끔 꿈에서 극중 인물이 나오기도 한다는데, 이 멋진 기획자가 그래요. <첫 여름, 완주>를 나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든든합니다.


어쩌면 더 사랑하는 것 같은데요

김금희 진짜 그런 것 같은데요? 저는 이미 다음 작품을 쓰고 있고 <첫 여름, 완주>는 졸업했는데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가끔 영화계에 미안할 정도예요. 출판계가 이분을 붙잡아두고 있는 것 같아서. 박정민 그럴 리가요. 저는 행복합니다. 김금희 중식당에서 봤을 때보다 ‘행복’의 텐션이 좀 떨어지신 것 같은데(웃음)…. 과로를 좀 하셨나 봐요. 박정민 하, 지금도 끝나자마자 사무실에 들어가 봐야 해요.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사진가 박현구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 헤어 스타일리스트 은지
  • 메이크업 아티스트 소정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