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이 앨범, 지방시랑 무슨 사이?

지난주 <사운드워크 컬렉티브 & 패티 스미스 : 끝나지 않을 대화> 전시 오프닝에 맞춰 미국 펑크록의 대모, 패티 스미스가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패티의 내한 소식에 그의 앨범 커버가 떠오른 분들이 여럿 있었을 텐데요. 그리하야 스타일만큼 민감한 음악 취향을 가진 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패션계가 사랑한 전설적인 앨범 커버들!

@thisispattismith

@thisispattismith

헝클어진 머리에 오버사이즈 셔츠를 입고 무심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 사람. <Horses> 앨범 커버 속 패티 스미스입니다. 일렉 기타와 드럼 반주 위에서 시를 읊고 있죠. 앨범을 발매한 70년대 당시, 화려한 메이크업과 드레스 차림의 여성 가수들과는 사뭇 다른 파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의 고정적인 성역할을 초월한 앤드로지너스 스타일과 특유의 멋은 벨기에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어요. 70세가 넘는 지금의 그는 여전히 스타일리시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davidbowie

@davidbowie

아이코닉함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 보위가 1973년에 발매한 <Aladdin Sane> 커버입니다. 그의 강렬한 붉은빛 머리와 글램 록 스타일은 패션계에 큰 획을 그었는데요. 여전히 보위의 스타일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패션 트렌드로 되돌아오곤 합니다. 장 폴 고티에의 2011 S/S 컬렉션에는 그를 떠올리게 하는 지기(ziggy)컷 헤어 스타일의 모델이 걸어 나왔고, 데이비드 보위만 입을 수 있던 재킷은 리카르도 티시의 지방시 2010 S/S 컬렉션을 통해 재탄생되기도 했습니다. 내년이면 어느덧 보위가 떠난 지 10년이 되는 만큼, 그를 기리는 컬렉션이 왠지 곧 다시금 런웨이 위에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nick_knight

@jisoobaikparis

사진가 닉 나이트의 사진집 커버로 알려진 데본 아오키의 몽환적인 비주얼은 비요크의 <Homogenic> 앨범을 오마쥬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푸른 매화꽃이 가득한 맥퀸의 동양적 가운과 숀 린이 제작한 티베트 전통 악세서리에서 영감받은 넥 피스는 당시 굉장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비요크의 바이닐 커버와 관련해 여러분이 기억할 만한 점 하나 더! 2022년에 발매한 <Fossora> 앨범 커버 속 룩은 한국 디자이너 지수백의 의상이라고 하네요.

@kenzo

@kenzo

@kenzo

@kenzo

앨범 커버로 ‘귀여운 건 다 옳다’를 증명한 사례도 있습니다. 독보적인 스타일 덕에 많은 이들이 아티스트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렸죠. 일본의 음악 프로듀서이자 패션 디자이너,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고입니다. 앨범<I Know NIGO> 트랙들은 그가 겐조에 합류한 뒤 처음 선보인 2022 F/W 컬렉션을 통해 공개되었는데요. 이 아이코닉한 앨범은 니고의 든든한 친구들과 함께했습니다. 커버에 휴먼 메이드의 캐릭터들이 등장했으며, 겐조 데뷔 쇼에도 참석한 퍼렐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프로듀싱과 피처링에 참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인물은, 우리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아티스트, 프랭크 오션입니다. 그는 2016년 발매한 정규 앨범 <Blonde> 이후 좀처럼 새 앨범을 내지 않고 있죠. 하지만 그만큼 <Blonde>는 오랜 시간 회자될 만한 명반입니다. 앨범 커버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요. 슈프림 로고를 만든 바버라 클루거의 1984년 작 ‘Your Life is a Perpetual Insomnia.’에서 영감받아 기획되었고, 터너상을 수상한 포토그래퍼 볼프강 틸만스가 촬영했습니다. 프랭크 오션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버즈컷은 이 앨범 커버에서도 빛을 발했는데요. 수많은 힙스터들의 머리를 초록빛으로 물들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