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프로방스에서 만난 샤넬

르 코르뷔지에의 전설적인 시테 라디외스와 조우한 샤넬 2024/2025 크루즈 컬렉션.

프로필 by 방호광 2024.05.29
지중해의 따스한 기후, 도심에 있는 해변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하는 마르세유. 이 도시는 수많은 건축물로 둘러싸인 도심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항구도시인 만큼 지중해 교차로에 자리 잡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전통과 여러 문화가 공존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아티스트에게는 다양한 영감을 주고받으며 현대문화의 중심에서 특유의 에너지와 활력을 과감 없이 발산하는 도시로 손꼽힌다. 특히 마르세유는 근현대 건축사에 빠질 수 없는 도시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로 르 코르뷔지에의 시테 라디외스(Cite′ Radieuse)를 들 수 있다. 이 건축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947~1952년 사이에 지어졌다.

르 코르뷔지에는 마르세유에 첫 공동주택을 설계했고, 그후 루아르 아틀랑티크(Loire-Atlantique) 지역의 르제(Reze′), 루아르(Loire)의 피르미니(Firminy), 뫼르트에모젤(Meurthe-et-Moselle)의 브리에(Briey), 베를린에 네 채를 더 완공했다. 과연 주택에 대한 유토피아적 결실이라 할 만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테 라디외스는 파리에서 가장 권위 있는 건물로도 손꼽힌다. 2013년 디자이너 오라 이토(Ora Ito..)가 시테 라디외스의 테라스를 아트 센터 마모(MAMO)로 탈바꿈시켜 매년 여름 새로운 현대미술 프로젝트를 개최해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일, 이 혁신적인 공간에 샤넬의 버지니 비아르가 특별한 초대를 했다. 모나코와 로스앤젤레스, 레보드프로방스 등 생경하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열리는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것. “태양과 건축, 음악, 춤에 있어 마르세유는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강합니다. 이번 컬렉션은 라이프스타일과 일상생활의 코드, 움직임을 유도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았죠. 바다와 바람 때문에 웨트 수트를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마르세유는 내 감정과 소통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매력과 신선한 공기를 포착해 무한한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했어요. 크루즈 컬렉션의 베뉴로 시테 라디외스만 한 곳이 없죠!”

마르세유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릴리 로즈 뎁.

마르세유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릴리 로즈 뎁.

프랑스의 아이콘 카롤린 드 메그레.

프랑스의 아이콘 카롤린 드 메그레.

버지니 비아르가 크루즈 컬렉션에 대해 설명했다. 아니스 그린 컬러의 샤넬 수트와 1960년대 분위기의 드레스를 시작으로 다이빙 후드와 함께 스타일링한 클래식 트위스 재킷과 스윔수트가 등장했다. 이번 컬렉션은 바닷속 동화처럼 몽상적인 요소를 접목했다고.

앰배서더로 선정된 후 쇼장을 처음으로 찾은 고윤정.

앰배서더로 선정된 후 쇼장을 처음으로 찾은 고윤정.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좌중을 압도한 마리옹 코티아르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좌중을 압도한 마리옹 코티아르

사랑에 빠진 작은 물고기와 어망, 조개껍데기와 조개 자수를 드리운 드레스, 수트 재킷, 블라우스, 티셔츠 등 다양한 아이템에 스토리를 담았다. 이런 모티프는 네오프렌 같은 저지와 트위드, 시퀸 재킷에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또 스웨트셔츠의 클래식한 특징을 재해석해 물고기 프린트의 특별한 버전까지 선보였다. 자수 브레이드로 트리밍한 러닝 버뮤다팬츠, 트위드 소재 사이클링 쇼츠, 오버사이즈 베이스볼 재킷 등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아이템도 눈에 띈다. 컬렉션 쇼 후반에 등장한 화이트 플라운스 스커트와 하늘거리는 레이스 드레스, 플라워 아플리케 드레스는 보다 여성스럽고 자유로운 여름날의 이미지를 더할 나위 없이 표현했다. 슈즈와 백, 액세서리 역시 빠질 수 없는데 테리 소재로 완성한 플랫폼 플립플롭과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레더 로퍼, 클래식한 투 톤 슬링백, 메리 제인 슈즈까지 다양한 형태와 소재가 눈에 띈다.

소재의 변화를 준 22 백 · 클래식 체인 백 · 호보 백과 백팩이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그중 마르세유의 상징적인 비누를 모티프로 한 체인 백에서는 샤넬만의 위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크루즈 쇼에는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를 비롯해 릴리 로즈 뎁, 카롤린 드 메그레, 샤를로트 카시라기 등과 한국에서는 배우 고윤정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안나 무글라리스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안나 무글라리스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시크한 블랙 & 화이트 룩의 샤를로트 카시라기.

시크한 블랙 & 화이트 룩의 샤를로트 카시라기.

쇼가 끝난 후에는 게스트들이 모여 마르세유의 라디오 방송을 ‘라디오 샤넬’로 바꿔 실시간으로 선보였다. 버지니 비아르부터 하우스의 앰배서더들과 프로듀서 제랄딘 사라티아, 뮤직 큐레이터 페드로 윈터, 마르세유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등이 ‘창조’를 주제로 자유로운 토론까지 나눴다. 이후 모든 게스트는 애프터 파티장으로 이동해 마르세유의 아름다운 밤을 만끽했다.

Credit

  • 에디터 방호광
  • 아트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디자이너 김민지
  • COURTESY OF CHANEL